나와 유나는 1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고, 무엇보다 엄마들이 친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엄마끼리 수다 떨다가 갑자기 등록해버린 논술학원도 같이 다녔다.
유나는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했다. 우리 반은 학교에서 유일하게 시험을 보는 2학년 반이었다. 매주 쪽지시험과 받아쓰기를 보았는데 유나의 시험지에는 언제나 동그라미가 많았다. 특히 수학을 잘해서 아직 배우지도 않은 어려운 네 자리 수의 곱셈도 할 줄 알았다. 나는 유나가 보습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공부를 잘한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나한테 유나가 다니는 학원에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곧 유나와 같은 학원을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좋아했다. 하지만 곧 엄마는 유나가 학원만 다니느라 잘 못 먹어서 마른 거라며 논술학원만 다니라고 했다. 나는 엄마에게 유나의 비밀을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 비밀은 사실 유나가 마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논술학원 가는 길이었다. 우리 둘 사이로 새가 똥을 싸는 바람에 둘이 같이 새똥을 맞은 적이 있었다. 그때 같이 샤워를 하면서 유나의 맨 몸을 보았다. 유나의 팔다리는 다 빼빼 말랐는데 배는 개구리처럼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내 배도 볼록했지만 유나는 나보다 더 볼록했다.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당장 보습학원에 보내줄 것 같았지만 유나와 새끼손가락까지 걸고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반에서 딱 중간이다. 담임선생님이 원래 학생들 이름을 잘 못 외우긴 했지만 특히 내 이름은 한 달이 지나서야 겨우 외웠다. 선생님들은 대개 잘하는 아이와 걱정되는 아이부터 이름을 외우기 때문이다. 나는 공부도 중간이었지만 착한 일을 하는 아이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나쁜 짓을 하는 아이도 아니었다. 심지어 ‘정소라’라는 이름은 특별하지도 않았다. 보습학원을 다니지 못하게 되면 곱셈을 잘 못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3학년이나 4학년이 되어서도 선생님들은 계속 내 이름을 외우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명하는 유나와 같은 학원을 다니면서도 유나와는 완전히 반대였다. 담임선생님은 유나 다음으로 명하의 이름을 외웠다. 명하가 반에서 꼴찌는 아니었지만 가장 시끄러운 아이였기 때문이다. 담임선생님은 시끄러운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공부를 못하면서 시끄러운 아이는 더 싫어한다. 명하는 공부도 못하면서 시끄러운 아이였다.
처음에는 그런 명하와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유나와 명하가 같은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둘이 같이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나와 유나는 논술학원 하나만 같이 다니지만 유나와 명하는 논술학원은 물론이고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는 보습학원도 같이 다녔다. 나는 유나와 단짝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명하와도 같이 다니게 되었다. 둘이 같이 보습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만 모르는 학원 이야기를 했다. 그때마다 왠지 모르게 명하가 미웠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딱 한 번 명하가 아끼는 지우개에 샤프심을 박아놓은 적은 있지만 어차피 그건 나만 아는 비밀이었다.
다섯 번째 방귀 소동이 벌어진 날, 우리는 학교가 끝나고 학교 앞에 있는 곰돌이 분식집으로 향했다. 분식집에서 키우는 개, 똘똘이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우리를 반겼다. 나와 명하는 그 앞에 쭈그려 앉아 똘똘이를 쓰다듬어주었다. 유나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 플라스틱 의자에 앉으며 우리를 불렀다.
우리는 떡볶이 1인분과 어묵 세 개를 시켰다. 곰돌이 아줌마는 큰 주걱으로 빨간 떡볶이를 푹 떠서 비닐로 감싼 하늘색 접시에 올렸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다. 나는 퉁퉁 불어버린 떡을 포크로 집었다. 명하는 떡볶이 안에 있는 어묵만 골라 먹었다. 나와 명하가 우물우물 떡과 어묵을 씹고 있는 동안 유나는 어묵 국물이 담긴 종이컵을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종이컵을 두 손으로 살며시 포개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하고 헛기침을 했다.
“이제 우리가 나설 차례야.”
하지만 우리는 뭘 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괜히 떡볶이 하나를 더 집어 먹었다.
“우리 탐정단 이름부터 정하자!”
명하가 어묵 꼬치를 머리 위로 높이 쳐들며 말했다.
“맞아! 탐정단 이름이 있어야지! 방구 탐정단 어때?”
“에이. 그건 너무 심심해.”
명하가 유나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유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방구방구 탐정단은?”
유나가 두 손을 딱 부딪쳤다. 우리 탐정단의 이름은 방구방구 탐정단이 되었다. 나는 속으로 방구방구 탐정단이라고 되뇌었다. 왠지 진짜 탐정이 된 기분이었다.
“이제 우리는 성실초등학교의 제일가는 탐정단이 될 거야!”
유나의 의욕 넘치는 말에 나와 명하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