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자기 중심적이고 주관적인 1인칭 관찰자 시점(視點)을 갖고 살아가는게 보통인 것 같아요. 나는 관찰자이고 모든 사물과 사람은 나의 관찰 대상이 되지요. 그런데 이런 관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시가 한 편 있습니다.
斷章/ 卞之琳
你站在橋上看風景 당신은 다리 위에 우두커니 서서 풍경을 바라본다
看風景的人在樓上看你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은 누각 위에서 당신을 바라본다
明月裝飾了你的窗子 밝은 달은 당신의 창을 장식하고
你裝飾了别人的夢 당신은 다른 사람의 꿈을 장식한다.
중국의 시인이자 문학가인 볜즈린(卞之琳, 1910년 - 2000년)의 시입니다. 이 시의 1연과 2연을 이어서 읽다 보면, 두 연(聯)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풍경을 바라보다(看風景)'를 중심으로 묘한 주체와 객체의 위상(位相) 전위(轉位)를 경험하게 됩니다. 나는 풍경을 바라보는 관찰자에서 불현듯 누각 위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피관찰자가 되어버리죠. 누각 위에 있는 사람이 주체인 세상에서 나는 풍경 속의 한 사람, 즉 타인의 시점에서 객체가 되는, 약간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주로 관찰자로서만 살아가는 관성에서 잠시 벗어나게 됩니다. 밖을 내다 보며 주로 관찰자로서 사는, 자신만의 동굴 속에서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관찰자이기도 하고 또 남의 피관찰자가 되기도 하는, "상대적 세상"이란 광장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죠. 그리하여 자신만의 특별성을 엷게 만들면서 보편적이고 상대적인 존재로서의 자기 인식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나는 단지 "나"라는 정체성만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관계를 통하여 부여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서 자기 인식을 확장할 수 있게 됩니다.
1, 2연이 우리 존재의 상대성을 말하고 있다면, 3, 4연은 우리 존재의 타인에 대한 영향을 묘사하고 있어요. 이 시의 4연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꿈을 장식한다"고 시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시의 표현을 그대로 적용해 본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의 꿈에 출연하여 그 꿈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도 있고, 슬픈 꿈으로 만들 수도 있죠. 대체로 꿈 꾸는 사람의 우리에 대해 평소에 갖고 있는 생각이 그 꿈의 성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의 꿈을 장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타인의 일상과 삶을 장식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결정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존재는 타인의 삶과 그를 둘러싼 세계의 일부가 되어, 그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고,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또한 아름답고 편안하게 만들 수도 있고, 힘들고 어렵게 만들 수도 있어요.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 표정 하나하나, 말투와 대화의 내용 하나하나가 타인의 일생의 일부가 되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각자가 따로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는 서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타인의 삶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나"로서 영위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우리"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1935년 10월에 발표된 이 시는, 시인이 본래 여러 장(章)으로 이루어진 자기 시에서 한 장(章)을 잘라내어 이를 한 편의 독립적인 시로 재탄생시키며 제목을, 여러 장(章)으로 이루어진 시에서 잘라서 가져온 장(章)이란 뜻으로, <단장(断章)>이라고 지었어요. 이 시는 원시(原詩)보다 더 유명해져서 시인의 대표작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짧은 시는 새로운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지만 평소에 잘 인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들을 일깨워 주는 면이 있습니다.
이 짧은 시를 읽는 가운데 풍경을 바라보다가, 풍경 속의 한 사람이 되어보는 색다른 경험은 정말 많을 것을 생각하게 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