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부인은 토스카, 라보엠과 함께 푸치니의 3대 오페라 중 하나입니다. 세계 10대 오페라를 선정하면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오페라입니다. 나비부인은 19세기 후반의 청일전쟁 무렵, 일본의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미국 해군 장교의 현지처가 되었던 한 게이샤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실화를 소재로한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19세기 후반에 감리교 선교사로 일본에서 활동했던 제니 코렐(Jennie Correll)은 일본에 있을 때, 한 미국 해군 장교와 일본 게이샤 사이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귀국하여 이 이야기를 작가였던 남동생 존 루터 롱(John Luther Long)에게 들려주었는데, 이 이야기를 인상 깊게 들은 롱은 이를 각색하여 1898년에 단편소설 '마담 버터 플라이'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단편소설은 데이비드 벨라스코(David Belasco)에 의해 연극으로 각색되어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이 연극은 미국에 이어서 영국에서도 공연하게 되었는데 1900년 여름, 영국에서 이 연극을 본 푸치니(Giacomo Puccini)는 영어를 잘 몰랐음에도 이 연극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아서 1904년에 오페라 '마담 버터플라이'를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이 오페라는 처음에는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서 개작을 하면서 차차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오페라 레퍼토리의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오페라의 제목은 존 루터 롱(John Luther Long)의 원작소설의 제목을 따른 것입니다. 소설의 제목이 나비부인이 된 것은 주인공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의 이름은 초초상(蝶蝶様)입니다. 나비 접(蝶) 자 두 개가 중첩된 초초(蝶蝶)는 일본어에서 나비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상(様)은 일본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존칭으로 ' 다나카 상, 스즈키 상 등에서 쓰린 것과 같은 쓰임새로 쓰였습니다. 따라서 주인공의 이름은 초초(蝶蝶)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미국인이었던 작가는 주인공의 이름을, 존칭을 붙여서 초초상으로 계속 적고 있습니다. 초초의 미국인 남편이 아내를 일본어 발음대로 초초(蝶蝶)라고 부르기보다 그 이름의 뜻을 따라서 영어로 버터플라이(butterfly)라고 부른 것에서 이 소설의 제목이 마담 버터플라이(나비부인-나비란 이름의 부인)가 되었습니다.
초초는 원래 좋은 집안 출신이었으나 집안의 몰락으로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15세의 어린 나이에 오키야(置屋)에 팔려가서 게이샤가 되었습니다. 오키야는 게이샤를 양성하고 술자리나 연회, 찻집 등에서 게이샤를 원하는 곳이 있으면 숙련된 게이샤를 보내주어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의 공연을 하게 하는 영업을 하는 곳입니다. 돈 때문에 팔려가서 게이샤가 된 초초는 엄말하게 말하면 조금 차이는 있겠으나, 업주의 일종의 노예와 다름없는 처지였습니다. 자유가 제한된 채 빚을 갚으며 일해야 했고, 거주와 이전의 자유가 제한된 상태로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이샤는 법적으로 성매매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지만 돈과 권력이 있는 남자들이 원하면, 게이샤는 이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은 신분이었습니다. 마음대로 결혼할 수도 없었고, 돈 많은 늙은 남자의 첩이 되거나 운이 좋으면 후처가 되기도 하여 게이샤의 신분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구한 게이샤의 삶을 살아가던 초초에게 어느날 구원의 손길이 다가옵니다. 부동산 중개인 고로는 나가사키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의 집을 한 미국 해군 장교인 핑커튼(B.F. Pinkerton)에게 임대해 주는 계약을 중개하였는데, 그가 현지처를 두고 싶어하여 고로는 게이샤로 일하던 초초를 소개하게 된 것입니다. 나가사키는 네덜란드와 중국에만 제한적으로 개방된 항구였으나 1859년 미일수호통상조약에 따라 공식적으로 개항장으로 지정된 이후, 미국 등 여러 서양 국가의 선박과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하고 거류할 수 있게 되면서 외국인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일본 여성과 외국인 간의 일종의 임시 혼인이 흔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도 6,70년대 미군부대가 주둔했던 기지촌 주변에서 미군 장교나 병사들과 동거하거나 결혼하는 여성들이 종종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핑커튼과 중개인 고로,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 모두 이 결혼을 그렇고 그런 임시 결혼이고 여성이 일정 기간만 한시적으로 현지처가 되는 형식적 절차로 생각했지만 초초는 다른 생각에서 이 결혼을 받아들입니다. 초초는 게이샤가 되기는 했지만 게이샤 생활을 오래 한 것도 아니었기에 아직 세상 물정도 모르고 천진하고 순박한 15세의 어린 여성이었습니다. 그녀는 핑커튼이 게이샤로서 평생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를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준 사람이기에 그와의 결혼을, 평생을 바쳐 사랑하고 헌신할 사람과의 결합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랬기에 초초는 결혼을 앞두고 미국인 남편을 맞으며, 그의 종교를 따라야 한다고 기독교로 개종합니다. 당시 일본 사회에서는 가족과 조상의 종교를 버리고 외국 종교인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은 가문에 대한 배신으로 여겼습니다. 이 때문에 초초의 숙부 본조는 결혼식장에서 이를 알게 되어 크게 분노했고, 친척들도 초초를 저주하며 결혼식장을 떠납니다. 초초의 미국인과의 결혼과 개종은 가족과 친척과 인연을 끊게 만들었고, 그렇지 않아도 외국인과의 결혼을 백안시하고 손가락질 하던 당시 사회에서 초초는 따돌림을 당하고 외톨이가 되고 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초는 핑커튼과의 결혼으로 자신을 일본에서 가장 행복한 여성이라고 느낍니다. 꿈결같은 첫날밤이 지나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핑커튼은 임무로 인해서 미국으로 떠나며, 로빈새가 다시 둥지를 틀 때가 되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모호한 약속만 남깁니다.
혼자가 된 초초는 핑커튼이 돌아올 날만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하루하루 바다만 바라보며' 남편이 돌아올 날만 기다리기를 3년, 그동안 핑커튼과의 짧은 신혼 기간에 생긴 아이도 세 살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핑커튼은 돌아오지 않고 편지 한 장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을 남자는 이제 포기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라고 설득합니다. 중개인 고로는 귀족 집안의 야마도리란 남자를 소개하며 그와 재혼하면 그가 아껴줄 것이며 아이까지 키워줄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재혼을 권하지만 초초는 첫사랑이자 자신의 일생을 바쳐서 사랑하기로 한 남편만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보다 못한 하녀 스즈키가 이제 생각을 바꾸는 게 어떻냐고 설득하자, 초초는 스즈키 앞에서 핑커튼이 돌아올 날을 상상하며 그와의 재회에 대한 믿음을 노래합니다. 첫 소절을 따서 '어느 맑게 개인 날(Un bel dì)'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노래입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맑게 개인날
바다 저편 끝에서 연기가 피어오를거야.
그리고는 배가 나타나겠지
하얗게 단장한 배가
축포를 쏘면서 항구로 미끄러져 들어올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가 온다고!
나는 그를 맞으러 나가지 않을거야. 정말이야.
나는 그냥 언덕 위에서 기다릴거야,
한참을 기다리게 되어도 나는 조바심을 내지 않을거야.
붐비는 거리를 지나서 한 남자가 오고 있잖아
저 멀리서 작은 점 하나가
언덕을 올라오는 것이 보이잖아.
그가 누군지 알겠어?
그가 언덕을 다 올라와서는,
뭐라고 말할 것 같아?
그는 저만치에서 버터플라이! 하고 나를 부를거야.
나는 대답을 안 하고
그냥 조용히 숨어있을거야.
그를 놀려주고 싶어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를 만나게 되면 (너무 기뻐서) 죽어버리고 말 것만 같아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나를 부를 거야
나를 부를 거야
"사랑스런 내 아기 내 아내,
사랑스런 한 떨기 버베나!"
그가 여기서 늘 나를 부르던 그 이름이지.
그런 날이 꼭 올 거야.
내가 말한 대로야.
너(하녀 스즈키)는 걱정이 되겠지.
하지만 그는 꼭 돌아올거야
나는 확실히 그렇게 믿어.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남편이 돌아오면 반가움에 버선발로 한 달음에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을 날을 날마다 고대하고 있던 초초이지만, 여자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그리고 3년간 애태우며 기다리게 만든 것에 대한 원망 때문에, 남편이 온다면 그에게 달려가 맞이하지 않으리라고, 숨어서 속을 태우리라고 하녀 앞에서 하는 말이 잔망스럽고 한없이 가엽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핑커튼이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기쁨에 들떠서 초초는 그를 맞이할 준비에 바쁩니다. 집을 꽃으로 단장하고, 가지고 있던 옷 중에서 가장 좋은 기모노를 꺼내 입고 핑커튼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핑커튼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서 초초와의 임시 결혼을 무시하고 미국 여성과 정식으로 결혼했던 것입니다. 초초가 자신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핑커튼은 아내와 상의하여 아이를 미국으로 데리고 가려고 나가사키에 온 것이었습니다.
이 놀랍고도 처참한 현실을 전해듣고서 삶의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초초는 불단 앞에 앉아 아버지의 유품인 단도를 꺼내듭니다. 거기에는 '명예롭게 살 수 없을 때는 명예롭게 죽는다'는 글귀가 씌여 있습니다. 초초는 눈을 감고, 단도를 들어 자신의 목을 찌릅니다. 선홍색 피가 목으로부터 가슴을 타고 흘러서, 초초가 핑커튼이 오면 그를 맞이할 때 입으려고 소중히 아껴두었던 가장 좋은 기모노를 적시며 붉게 물들입니다. 이윽고 초초는 칼을 떨어뜨리고 쓰러집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중의 어느 맑게 개인 날(Un bel dì)을 상하이 태생의 소프라노 황잉(黄英)의 목소리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무대에서 부른 영상은 아니고 오페라 영화 <Madam Butterfly(1995)> 중의 연주입니다. 현 LA Opera의 총감독인 James Conlon이 이 영화의 음악 감독을 맡아 거의 무명의 신인이었던 황잉을 발탁하였습니다. 황잉은 이 오페라 영화에 출연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고 스타덤에 올라 정상급 가수들과 함께 공연하기도 하고, 수많은 오페라에 출연하는 1급 가수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 매주 토요일 저녁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