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영혼과 육신을 가진 존재라고 정의합니다. 종족 보존의 본능과 영원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기 때문에 인생이 복잡하고 고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쥴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Thais)>도 영혼과 육체를 가진 인간의 성(聖)과 속(俗) 사이에서의 고민과 갈등을 깊이 다룬 작품입니다.
로마 제국시대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타이스(Thais)는 비너스 여신을 섬기는 제사에서 관능적인 공연으로 이름을 날린 무녀이자 고급 유녀(遊女)였습니다. 그녀는 수많은 남자들의 흠모의 대상이기도 했고, 많은 부유한 남자들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며, 자유분방하게 향락을 즐기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마음 속은 공허감과 갈증으로 가득했습니다. 조금씩 시들어 가는 젊음과 미모를 보면서 거울 앞에서 그녀는 이렇게 탄식의 노래를 부릅니다.
아! 결국 나는 혼자이구나, 혼자야!
모든 남자들은 감정도 없는
껍데기만 쫓는 짐승같은 존재들일뿐......
하루하루 시들어 가는 나의 영혼은 너무나 공허해.
어디에서 영혼의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영원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오, 나의 충직한 거울이여,
나를 위로해 다오.
내가 아직 아름답다고 말해다오.
나의 장밋빛 입술은 그리고 나의 금발머리는
영원히 시들지 않고 빛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다오.
그리고 나의 아름다움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말해다오!
갈망과 공허 사이를 위태롭게 걷던 그녀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젊은 수도사 아타나엘이었습니다. 부유한 가문의 배경을 뒤로하고 사막의 고독 속에서 영적 구원을 쫓던 그는, 타이스를 회심시켜 죄악의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정화하겠다는 강렬한 사명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는 타이스와 한 때 연인 관계에 있었던 그의 친구, 부호(富豪) 니시아스를 통하여 타이스를 만나게 됩니다. 아타나엘은 타이스에게 육체적 쾌락을 멀리하고 참회를 통하여 영원한 삶과 행복을 얻으라고 설득합니다. 하지만 타이스는 그에게 ‘자기에게는 사랑만이 전부이고, 다른 어떤 힘도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豪言)하며, 도리어 사랑만이 유일한 진실이라며 쾌락의 술잔을 마셔보라고 아타나엘을 유혹합니다. 하지만 겉으로 그런 호언을 내뱉는 타이스의 속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날밤 타이스는 산고의 진통과도 같은 번민의 밤을 보냅니다. 그녀는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쾌락에 둘러싸여 자신을 마비시키며 살고 있지만 가슴 아팠던 날들, 눈물없이 보낼 수 없었던 많은 시간들도 되짚어 봅니다. 그처럼 예사롭지 않은 삶을 살게 된 기구한 운명을 한탄해봅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즐거운 시간들 속에서 때때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고개를 들고 올라오던 짙은 허무를 기억해 보기도 합니다.
그러한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는’ 것 같은 긴 시간을 뜬 눈으로 지새고, 타이스는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하며 마음의 평안을 얻고,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됩니다. 이러한 타이스의 하룻밤의 번민과 명상을 묘사한 것이 2막 1장과 2장 사이에 연주되는 인테르메쪼(간주곡)로 명상곡(Méditation)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타이스의 명상곡"이라고도 합니다.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종교적 명상에서 시작되지만 곧 인생의 갈림길에서, 자신을 가두고 있던 운명을 부수고 나가는 결심에 이르는 생각의 흐름을 묘사하면서 연주는 차츰 힘차게 치고 올라갑니다. 조금씩 격정적으로 변하다가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면 한층 더 격정적으로 연주합니다. 고비를 넘어가면 바이올린 연주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마무리하게 됩니다.
자닌 얀센(Janine Jansen)의 열정적인 연주가 타이스가 겪었을 산고와도 같은 고뇌를, 악상을 잘 살려 전달하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