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 치즈스테이크

나의 소울 푸드

by Ted

무슨 배짱이었는지 돈없이 유학을 갔었다. 미국, 필라델피아로.


도착한 다음날 밤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학업에 대한 걱정보다는 생존의 걱정이 훨썬 더 컷고 더 무거웠다. 첫날의 아르바이트는 대 실패. 사람을 마구 다루는 슈퍼바이저에게 대들었더랬다. 결과는 잘림.


그런 소동이 있은 후에야 내가 도착한 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나는 필라델피아에 도착했고 그 유명한 웨스트 필리를 걸치고 있는 어퍼다비에 묵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불행한 일이지만 당시 하우스 쉐어를 했던 분이 십년쯤 지나서 권총강도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 지역의 위험성을 잘 알았던 때였다. 하지만 당시는 웨스트필리를 서울 어디 근처 쯤으로 생각했던거다. 그래서 새벽에 산책을 한답시고 밖에서 나가 웨스트 필리를 돌고 들어 왔었는데 당시 같이 지냈던 친동생이 얼굴이 하얗게 되어서는 나를 찾고 있었던 장면이 기억난다.


먼저 공부하러 갔던 동생도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나도 별의별 경험을 다 했었다. 그 후 어찌어찌하여 얻게된 알바는 비어델리에서 맥주 재고를 정리하고 가끔있는 치즈스테이크를 만드는 일이었고 그 덕에 치즈스테이스크를 원없이 먹었더랬다.


철판에 지방이 없는 얇게 저민 소고기를 볶아서 취향에 맞춰 치즈를 같이 볶아 섞고 미리 구운 부드러운 바게뜨 모양의 빵의 가운데를 갈라 역시 취향에 맞춰 양파와 여러 채소를 함께 넣어주면 되는 간단한 요리. 하지만 허기진 뱃속을 비교적 만족스러운 가격과 역시 비교적 만족스러운 영양으로 채워주는 필라델피아 사람들의 영혼의 양식이다.


이후로도 별의 별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처음의 강렬한 기억 때문일까 아니면 치즈스테이스크의 강렬한 맛 때문일까? 시시때때로 기억이나는 맛이고 먹고 싶은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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