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었지만 행복이다
지갑을 잃어버렸다. 아내가 사준 아직 빳빳함이 살아있는 지갑이었다. 지갑은 내게 큰 의미는 아니었다. 큰 돈이 든 것도 아니고 그저 신용카드 몇 장 신분증 한 두개가 가치 있을 뿐이었다. 근데 찾을 수가 없었다. 항상 두던 자리에도 없고 구석 구석을 뒤져봐도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며칠 간의 행적을 살펴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젠장. 분실이다.
당분간은 스마트폰 신세다. 지갑이 없어도 살만은 하다. 크게 불편하지도 않다. 모양이 빠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마음 한 곳에는 사라진 지갑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이제 새로운 신분증도 만들어야하고 신용카드도 분실신고와 재신청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귀찮은 것은 아니다. 그냥 잃어버린 지갑이 궁금하다.
두꺼운 외투였다. 지갑이 발견된 것은 우리 식구 누군가의 두꺼운 외투의 밑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지갑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문득 행복하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다른 행복도 다른 곳에 있지 않으며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으며 보이지 않았을 뿐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행복은 원래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나를 기다렸던 것이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나의 빈 지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