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아빠 육아] - 2장. 아빠의 시간표

4. 생존을 위한 산책

by 콩돌밤돌아빠

사람들은 “휴직하면 아이랑 자주 놀러도 다니고 산책도 자주 하시겠어요?”라고 말한다.
부럽다고, 좋겠다고, 평화로워 보인다고 말한다.
그럴 때면 나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속으론 조용히 되묻는다.
정말... 그게 산책이긴 했을까?


어린이집에서 딸아이가 돌아오고 나면,
저녁 전까지가 전쟁이다.
남은 체력으로 무언가를 더 해야 하는 시간.

나는 둘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딸아이에게는 다시 신발을 신기고, 옷을 입히고,
그렇게 둘을 데리고 아파트 단지를 돈다.
목적지는 놀이터다.
딸아이는 그게 하루 중 가장 신나는 시간이고,
나는 그게 하루 중 가장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이다.

한 손엔 유모차를,
한 눈엔 딸아이의 움직임을,
한 귀엔 언제 울지 모르는 둘째의 기척을 달고 걷는다.
놀이터에서는 수시로 “아빠, 같이 가자!” 하는 외침이 들린다. 그러면 유모차를 세우고 다시 뛰어간다. 다시 돌아오면 둘째는 칭얼거린다.

내가 쉬는 순간은 없다.
그 짧은 산책길엔 쉼표 하나 없이 숨과 눈과 마음을 온전히 써야 한다.
딸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오전 시간엔
둘째와 단둘이 유모차를 끌고 단지를 돈다. 그건 조금 다르다.
말없이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아무도 없는 벤치에 잠깐 앉기도 한다. 그 잠깐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마음은 자주 불안하다.
“지금도 시간 아깝게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이게 정말 잘 살고 있는 걸까”
유모차 손잡이를 쥔 손에 자꾸 그런 생각이 올라온다.

예방접종이 있는 날은 더 긴장된다.
둘째를 안고, 가방을 메고, 아기수첩을 챙겨 병원까지 간다. 병원에서는 하염없이 차례를 기다리고, 체온을 재고, 같이 기다리는 둘째를 달랜다. 시간도 체력도 감정도 동시에 깎인다.

가끔은 두 아이가 동시에 아픈 날도 있다.
이럴 땐 정신력이 한계에 다다르기도 한다.
둘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하나는 안고, 하나는 손을 잡고, 하나는 열이 나고, 하나는 멀뚱히 나를 쳐다본다.
그 눈빛을 보면, “이게 나 혼자서도 가능한 일이었구나” 싶다가도 “왜 이렇게 힘든 걸까”란 질문이 고개를 든다.

산책이라 쓰지만,
그건 아이와 나의 생존을 위한 의식에 가깝다.
‘건강하게 하루를 마치는 것’ 그 목표 하나로 오늘도 나는 걷는다.

"산책하거나 놀이터 가면 어때?"
딸아이가 내 손을 잡고 있을 때 말한다.
“아빠, 놀이터 가는 거 좋아"

그 말에 나는 또다시 유모차를 끌고 나간다.
오늘도 산책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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