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유식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나만의 철칙이 한 가지 있었다.
'이유식은 시판을 사 먹이지 말고 만들어서 먹이자.'
그 철칙은 첫째 때는 그대로 적용되었다.
식재료를 사서 재료를 손질하고 끓이고 갈아서 하나하나 만들었다. 물론 이 때 당시에 이걸 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때는 아내와 함께 육아휴직을 내고 육아를 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둘째 역시 처음엔 같았다. 하나하나 직접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은 첫째 때와는 달랐다.
아내는 일하러 가고 첫째의 어린이집 준비물, 하원 후 간식 챙기기, 놀아달라는 외침.. 그 모든 틈바구니에서 둘째 이유식을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조금씩 타협을 시작했다. 일단 재료는 큐브로 된 냉동 재료 주문. 재료 좋은 브랜드를 골라 주문하면서도 스스로에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다시 온전한 재료로 만들어 줄 수 있을 때가 오겠지.'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 ‘다시’는 아직 오지 않았다.
물론 식재료를 하나하나 고르고, 블렌더를 돌리고, 식기에 나눠 담고… 그 과정이 소중한 건 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에겐, 아이를 웃게 하는 10분이 더 절실했다.
어쩌면, 철칙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선택이 ‘육아’인지도 모른다.
솔직히, 완전한 시판 이유식은 편하다.
냉동실에서 꺼내 해동만 하면, 아니 그냥 상온에 두고 바로 먹이기만 하면 된다. 조리 시간을 그만큼 아이와 보내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
영양 밸런스도 나름 잘 잡혀 있고, 제조사마다 월령에 맞춘 단계 구분도 되어 있어 체계적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먼저, 묽기. 시판 이유식이 만든 것보다 월령에 맞는 걸 먹을 때 묽었다. 점점 크면서 알갱이가 큰 음식을 먹는 둘째에게 시판은 묽기 차이가 컸다.
또 하나는 비용. 장기적으로 보면 생각보다 부담이 크다. '차라리 내가 만들어 먹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육아는 하루하루 ‘가장 나은 선택’을 쌓아가는 일이다. 완벽한 정답은 없다.
이유식을 직접 만들지 못한 날도,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줬다면 그게 오늘의 이유식이었다고 생각한다.
둘째에겐 첫째만큼의 노력이 안 들어간 것 같아 미안하지만 그래도 손이 덜 가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방법을 택한 건 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