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공포의 밤
"다시 둘을 내가 맡는다."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시간이다. 데리고 오려면 둘째를 안고 가야 한다. 차에 태우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가끔 둘째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차에서 자면 놓고 첫째를 데리고 오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되기에 그래도 깨워서 안는다. 요 녀석은 안으면 바로 깨버린다.
데리고 오면 이제 두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저녁. 이 시간은 내게 하루 중 가장 긴 전쟁과도 같다. 아내 없이, 나 혼자 두 아이를 상대해야 하는 몇 시간의 육아는 말 그대로 '공포의 밤'이다.
저녁 준비는 시작부터 난관이다. 한 손엔 아들, 한 손엔 뒤엉킨 식재료들. 이유식은 미리미리 해두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유식은 데우고, 딸아이는 “아빠, 배고파~”를 연발한다. 간신히 식사를 마치면 치우는 건 또 나의 몫. 설거지를 하는 내내 누군가는 울거나 소리를 지른다. 누가? 그날그날 달라지지만 주로 둘째.
둘째를 안으며 진정을 시킬 때가 많다. 나는 슬링 아기띠에 익숙하지 않아서 이런 일들도 있었다.
씻기기도 만만치 않다. 아들은 물에 들어가면 좋아서 소리를 지르고(전생에 연가시였냐는 우스갯소리), 딸은 머리 감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예전에는 잘했는데 점점 커가면서 싫어하게 되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샴푸가 눈에 들어갔다고 울고불고 난리통이 벌어지면, 나도 모르게 속에서 깊은 한숨이 터진다. 샴푸가 들어갔던 경험 때문일까..
둘째를 먼저 꺼내서 수건으로 감싼다. 그러고 나서 머리를 후다닥 말린다. 첫째를 수건으로 닦이고 머리를 말릴 때가 문제다. 둘째가 무조건 운다. 배고프다, 나를 안아라, 졸리다 셋 중 하나다.
이제 재우는 시간. 사실 이게 진짜 하이라이트다. 아들은 젖병을 물다 말다, 딸은 "아빠, 안 졸려요." 또는 "아빠 쉬 할 거야"를 외친다. 꼭~~ 누워서 잘 준비 마치면 그런다. 둘째가 혼자서 젖병을 물고 먹지 못하니 첫째는 침대에 눕히고 둘째를 안아서 먹인다. 첫째는 계속 "아빠~ 빨리 와~" 한다.
방을 어둡게 해도, 몸을 꼭 안아줘도, 그날그날의 변수는 언제나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마침내 두 아이가 잠든 그 고요한 순간. 그제야 겨우 내 숨이 돌아온다.
지쳤다. 진짜로.
아내랑 같이 있을 때는 모두가 잠들 때 나와서 육퇴를(육아 퇴근) 즐기는데 아내가 없을 땐 나도 바로 자버린다. 설거지며 집안일이며 취미 생활이며 다 필요 없고 할 생각도 안 든다. 그만큼 힘들다.
두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으면, 그 모든 힘듦이 이상하게도 조금은 사라지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공포의 밤은 새벽에 다시 찾아온다. 둘째가 주기적으로 잠에서 깨거나 운다.
처음에는 해결 방법을 이것저것 찾았다.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쪽쪽이를 다시 물리거나 안거나 등등. 그럼에도 깬다. 바지를 만져서 축축할 땐 '아아아~' 탄식이 절로 나온다. 기저귀를 갈면 또 초롱초롱 깨버린다. 이런 모든 일들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육아이다. 확실히 인내심은 길러진다.
둘째와 찾아오는 새벽의 공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졌다. 줄곧 이런 일들에 대해서 인터넷이나 주변에 물어볼 때 '이것저것 해보고 계속 그러면 시간이 답이야' 라는데 '시간이 답이다'가 정말 해답이었다.
이 밤이 다시 내일 또 온다 해도 나는 또 해낼 것이다. 아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