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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Dec 31. 2017

성북동의 새로운 이웃사촌,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5호] 성북동, 곧 만나러 갈게요│글 서선원

과거 -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과의 만남


  모든 만남이 우연이 아니듯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과의 만남은 2007년에 시작이 되었습니다. 혜화동에는 연극을 보러 오는 것이 전부였었는데 그 해부터는 서울대학교병원 근처에 위치한 사무실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재단의 일을 하면서 알게 된 한국 소아암 치료의 역사는 그 어떤 연극의 스토리보다도 감동적이었습니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은 소아암 환아 지원과 가족 프로그램이 전무하던 1991년, 서울대학교병원의 의사, 병원 관계자들과 환아들의 부모님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소아암전문기관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백혈병어린이후원회라는 작은 묘목이었지만, 2000년에는 재단법인 설립으로 제법 큰 나무로 성장하여 백혈병을 비롯한 소아암으로 힘든 투병 생활을 하는 환아들과 가족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소아암은 매일 4명씩 진단받아 연간 1,500여명의 어린이들이 암과 싸우고 있습니다. 한 가정의 아이가 아프면 가정이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면 우리 사회가 무너진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감기로 아픈 아이를 보고도 마음이 크게 아픈데,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암을 아이가 갑자기 진단받고 투병해야 한다면 그 마음과 짐은 경험하지 않으면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인 제가 이제는 매년 1,500여명의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소아암 어린이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현재 - 성북동과의 만남 준비


  현재는 혜화로타리 부근에 제2의 재단 사무실을 임대하여, 미술치료실, 놀이치료실, 그리고 작은 프로그램실을 마련하여 치료비 지원과 함께 심리치료, 가족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균 2~3년간의 투병생활을 하는 소아암 어린이들이 아픈 몸과 마음을 함께 위로받고 지지받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보호자의 손을 잡고 심리치료를 받으러 재단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힘든 시간이지만 씩씩하게 치료를 받는 아이들을 볼 때면 더욱 많은 것을 해 주고 싶은 마음과 공간의 제한으로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미안함이 함께 들곤 합니다.

  아이가 미술 또는 놀이치료를 받는 시간에 보호자분들은 회의실 작은 소파에 기대어 쪽잠을 자는데 이 모습을 볼 때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더 나은 공간으로 이사해야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히게 되었습니다.


  센터 마련을 위한 중장기 계획이 수립되었고, 2년간의 모금활동에 함께 해주신 많은 후원자들 덕분에 소아암센터의 신축 부지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2013년부터 인터넷 부동산을 검색하고 틈틈이 다리품을 팔아 여기저기를 다녔던 기억이 이제는 고생보다는 시간이란 물감으로 채색된 그림처럼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환아 가족들의 대중교통 접근성을 고려하여 가능하면 지하철역 인근, 가능하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출구 쪽으로…. 어린 환아를 데리고 소아암센터로 올 부모님들의 걸음을 생각하며 혜화동 로터리를 넘어 성북동이 시작되는 혜화문까지 걸어가며 부동산 조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로에서 일을 했지만 성북동으로 갈 일이 없었던 저는 성북동을 잘 몰랐습니다. 그러나 처음 접한 동네는 마치 이전에 알고 있었던 마을처럼 낯설지 않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도 첫인상이 중요하듯이 성북동 마을의 첫인상은 그렇게 포근하고 정겹게 느껴졌고, 재단의 절차와 검토를 통해 2015년 2월, 성북동에 둥지를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매입을 완료하였습니다. 드디어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과 성북동의 인연이 시작된 것입니다.


  얼마 전에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이란 마을공동체 책자를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았습니다. 제가 지금껏 살아왔던 생활반경에 성북동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성북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소아암센터 건립 부지를 성북동으로 확정한 후 자연스럽게 성북동 마을과 이곳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2016년 4월이면 소아암센터 건립과 함께 성북동 마을 사람이 될 것입니다. 소아암 환아과 가족들의 새로운 둥지가 될 성북동이 서울의 25개의 동 중의 하나가 아닌 특별한 의미와 공간으로 다가옴을 느끼게 됩니다.



미래 - 희망과 나눔으로 만날게요


  소아암 가족들의 안식처가 될 성북동 센터의 이름은 ‘나음소아암센터’입니다. 요즘은 건축사와 함께 설계를 위해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암 치료의 특성상 외부활동에 제약이 많은 환아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 심리치료 및 상담에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하고 독립적인 공간, 보호자가 편하게 쉴 수 있는 쉼의 공간,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건축사와 함께 행복한 그림을 그려보는 요즘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까이 사는 사람들을 단지 이웃이 아닌 이웃사촌이라 표현합니다. 이웃사촌은 서로 이웃에 살면서 정이 들어 사촌 형제나 다를 바 없이 가까운 이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요.

  이웃사촌의 의미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저는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상경하기 전까지 시골에서 태어났고 자랐기 때문에 이 말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제가 자란 고장에서는 이웃 중에 진짜 친척도 있었지만 이웃집의 아이가 사촌 같은 친구였고, 그의 어머니는 내 고모나 이모 같은 분들이었습니다. 이제 나음소아암센터를 신축하여 성북동 사람들과 이웃사촌이 되고자 합니다. 소아암 어린이와 가족들을 돕는 중심역할을 수행하는 나음소아암센터가 새롭게 시작될 2016년 봄날, 성북동 사람들이 소아암 가족들을 이웃사촌으로서 기쁘게 맞아주시길 희망해 봅니다. 그리고 그 만남 속에서 희망과 나눔도 함께 만나기를 또 희망해 봅니다.



서선원은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서 신축하는 성북동의 ‘나음소아암센터’(성북동1가 35-16/성북로 5길 9-14)는 소아암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치유와 돌봄의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투병으로 힘든 환아, 보호자, 형제자매들에게 심리치료(미술, 놀이)와 상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나을 수 있다는 마음,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담아 ‘나음’이라 이름 지었다.



※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5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5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5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2017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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