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북 Dec 31. 2017

편집 후기

[5호] 

  천성이 게을러 무슨 일이든 하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다 늦게 이게 무슨 복인가 싶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할 수 있는 식당 일도 버거운데 이젠 마을잡지 편집장이라니. 그래도 그동안 혼자 수고해 오신 최 선생님을 생각하면 막무가내로 거절할 수만 없는 일이다. 윤번제로 한다니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덜컹 하겠다고 허락하고 말았다.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체처럼 한 조직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원과는 거리가 멀다. 각자 하는 생업을 꾸려 나가며 틈틈이 마을 잡지 일을 해야 하니 늘 뒤로 미루게 된다. 아니 나부터도 그렇다.

마감 시간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서두르게 되는 것이 사람의 이치인 듯하다.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마무리가 되었다.


  이번 잡지의 가로수 이야기를 주목해주시기 바란다. 평소 우리 땅을 사랑하고 우리 마을을 좋아한다고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내 땅에 나고 자라는 식물 하나라도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는 것이 애향심의 발로라고 믿어왔다. 즉 우리가 그 이름을 불러 줄 때 그 나무와 풀은 살아서 우리 앞에 설 것이다.

  또 항상 보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성북동길에 있는 가로수의 의미와 그 이름을 알아가는 것처럼 재미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성북동에서 가로수로 사용되고 있는 감나무는 환경에 민감하다는 사실도 이번 호를 편집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청정지역에서만 자랄 수 있는 수종이란다. 아! 결국 저기 저렇게 서있는 감나무가 내가 생존할 수 있을 만큼 공기가 맑은 성북동이라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다는 말이다 .

  상허 이태준의 작품을 소개하며 새롭게 말을 배우는 기쁨도 깨닫게 되었다. 인사말로 사용되는 “사진합쇼?”라는 단어가 오자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사진(仕進)이라는 말은 벼슬을 가진 사람이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슨 글을 읽을 때 모르는 것이 나오면 으레 오자라거나 잘못된 표현이겠거니 하는 나의 문제점을 자인케 되는 계기가 되었다.


  길상사를 소개하는 과정에서는 시와의 노랫말을 소개하고 싶었는데 그 일이 이루어졌다. 아니 가수가 직접 악보를 써 보내 주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쉽게 포기하려던 것을 전임 편집장이 나서서 해결해 주셨다. 그래서 우리 동네 잡지가 좀 더 풍요로워질 수 있었다. 그래도 인터넷에서 그녀의 노래를 찾아 직접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조용히 읊조리듯 노래하는 그 분위기는 길상사를 잘 표현하고 있다.

노랫말처럼 그렇다.


『 이렇게

앉아있는 이 오후에도

나무사이로 보인 하늘

아름다운 것들을


가만히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무언가


행복이 아니라도


괜찮아 ...』


  오늘의 성북동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우리 동네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을 다루었다. 이른 아침에는 신문 배달을 하고 온 종일 슈퍼에서 각 가정으로 쇼핑한 물건들을 배달한다. 늘 홈 베이스 마켓에 들어서면 크게 인사하는 이가 그 사람이다. 또 성북동에서 아름다움을 만드는 두 분의 이야기도 담았고, 우리 동네 식구로 새롭게 찾아온 NGO 단체도 등장한다.


  특별히 우리 성북동 마을의 허파 역할을 하며 맑은 공기를 가져다 주는 북악산 산책로도 주목해주시길 바란다. 이런 자연환경과 산책로가 있어 우리 성북동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아 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특집으로 연재하고 있는 골목길 기행 세 번째는 동구여중고 주변을 탐방하는 코스로 꾸며 봤다. 때 늦게 해외 여행길에서 돌아와 바쁜 틈을 내 글을 써준 필자와 성북동천 대표로 계신 화가의 그림이 골목길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리워할 초등학교 시절을 회고하게 만드는 성북초등학교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마을잡지 5호는 풍성하게 구성되어 있다. 고심에 고심을 하여 완성된 디자인으로 우리 잡지 5호는 예쁘고 빛나는 얼굴까지 세상을 향해 드러내게 되었다.


다 같이 내 일처럼 헌신해 주신 여러 편집진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박진하) 



사진· 글 김선문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들어와 앉아 있을 수 있는 마음이 머무를 수 있는 이 곳이 있어 참 좋다.

- 성북동 디미방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성북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 손거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