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호] 북정, 흐르다 | 글 최성수
천천히 흐르고 싶은 그대여,
북정으로 오라.
낮은 지붕과 좁은 골목이 그대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
삶의 속도에 등 떠밀려
상처 나고 아픈 마음이 거기에서
느릿느릿 아물게 될지니.
넙죽이 식당 앞 길가에 앉아
인스턴트 커피나 대낮 막걸리 한잔에도
그대, 더없이 느긋하고 때없이 평안하리니.
그저 멍하니 성 아래 사람들의 집과
북한산 자락이 제 몸 누이는 풍경을 보면
살아가는 일이 그리 팍팍한 것만도 아님을
때론 천천히 흐르는 것이
더 행복한 일임을 깨닫게 되리니.
북정이 툭툭
어깨를 두드리는 황홀한 순간을 맛보려면
그대, 천천히 흐르는 북정으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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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는 성북동에 사는 시인이고 우리 잡지 편집위원이다. 시집 <장다리꽃 같은 우리 아이들>, <작은 바람 하나로 시작된 우리 사랑은>, <천 년 전 같은 하루>, <꽃, 꽃잎>과 장편 소설 <비에 젖은 종이비행기>, <꽃비>, <무지개 너머 1,230마일>, 여행기 <구름의 성, 운남>, <일생에 한 번은 몽골을 만나라> 등을 냈다. 이 시는 성북동 북정마을 버스 정류장에 새겨져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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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8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6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6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2017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