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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Apr 01. 2018

성북동 토박이 모녀를 만나다

[8호] 주민인터뷰|김현주·오예주

성북동 끝자락 한국가구박물관 옆 코너에 자리 잡은 카페, 쉬어가고 싶은 욕심을 부르는 시원한 풍치의 야외 테라스와 온통 초록나무를 안고 있는 정원이 눈길을 끈다.




- 안녕하세요, 성북동의 산 증인 이민진 님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성북동에서 태어났고 결혼도 여기서 했습니다. 성북동엔 현재 55년째 살고 있고요. 이 카페도 현재 살고 있는 자택을 개조해서 막내딸(공명선 님)에게 열어준 겁니다. 이 카페 사장은 제가 아니고 제 딸이에요. 딸이 한 번 해보겠다고 했고 의지도 강한 것 같아서요.(웃음) 살림집은 바로 위층에 있어요. 


(이 때 카페 사장님이신 막내딸 공명선 님 등장)


- 두 분은 이전에 무슨 일을 하셨나요?

저는 남편을 도와 강남에서 이런 저런 서비스 업종의 사업을 많이 했고 지금은 쉬고 있습니다. 가끔 딸이 바쁘거나 외출할 때는 카페에 와서 도와주기도 하죠. 딸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 와 이곳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다가 지금은 휴학을 하고 카페 사업을 하게 되었어요.


- 마을주민들과의 교류는 있나요?

성북동 이 집에서만 55년을 살았는데 대사관저가 많이 있는 이 동네의 특성상 교류가 많이 없습니다. 다음 주에 성북초등학교 동문회가 있다는데 거기나 가 볼까요? (웃음)


- 공명선 님은 카페는 어떻게 하시게 되었나요?

외국에서 공부할 때 동네 카페에 앉아서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할 때가 잦았어요. 동네 분들이 오셔서 모임도 하고 즐겁게 지내는 것을 보고, 많이 부러웠었죠. 한국에 들어오니 성북동 이 곳은 지역적으로 좀 외지고 험해서, 쉬었다 가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웃 주민을 비롯하여 지인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편안한 장소를 만들고 싶어서 오픈하게 되었어요. 호텔경영학 전공과도 연관이 있고요.


- 언제 카페 ‘neighborhood’를 오픈했나요?

올 해 석가탄신일(5월 14일)에 오픈했어요. 홍보도 안했는데 당일 엄청 많은 손님들이 와서 당황스러웠어요. 둘이서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였어요. 카페는 쉬는 날 없이 연중무휴로 운영해요. 아빠의 사업 운영 원칙에 따라 풀타임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인테리어도 다 직접 발품 팔아 구해서 꾸몄어요. 보시다시피 지금은 책이 적지만 앞으로는 벽면서가를 만들어 책으로 벽을 다 채우고 싶은 바람입니다. 상호명도 직접 지었어요. 성북동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사실 저는 살면서 이웃과 소통이 없어서, 여기서 이웃 분들과 소통과 나눔을 함께 하고 싶어서 ‘neighborhood’라고 지었어요.(웃음)


-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요?

동네사람들과 모임도 하고 이웃들과 좀 더 친해지고 싶고요, 우리 카페가 많은 사람들의 쉬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앞으로 이곳에서 반상회도 하고 영화도 보고 독서회 등 다양한 모임을 열고 싶어요.


- 성북구 도서관의 드림서재와 연계해서 독서회나 작가와의 만남 등의 행사를 해도 좋겠네요.

아, 저도 바로 그런 것이 소망이었어요.(웃음)

그리고 저희 가게 모토가 웰빙인데요, 가격이 비싸더라도 최상의 재료를 사용하자는 겁니다. 예를 들면 과일함량 제일 많은 최고의 시럽, 싱싱한 생과일 등을 사용하죠. 저희도 먹는데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죠. 처음엔 손님들이 동네카페라 비싸냐고 물으시더니 점점 반응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 성북동에 대한 이미지나 생각은요?

성북동은 항상 시골 같이 아늑하고 고즈넉한 느낌이에요. 아파트나 큰 건물들과는 어울리지 않죠. 개발되지 않고 한적한 이 느낌 이대로이길 바랍니다.


- 사장님에게는 성북동은 어떤 곳인지요?

어릴 때 외국에 나가 공부하느라 잘 기억이 나진 않아요. 동네보다는 집이 그리웠죠.(웃음) 아, 생각나는 게 있어요. 옛날 어릴 때 동네에서 할로윈 행사를 했었어요. 동네 집집마다 문 앞을 호박 등으로 치장을 하고 거기에 사탕을 넣어 놓았는데 누군가 문 앞에 놓여있는 사탕을 몽땅 훔쳐가는 일이 발생한 뒤로는 아는 집들끼리만 하다가 어느 순간 할로윈 행사가 없어지고 말았어요.

이번에 저희 카페에서 엄청 화려하게 할로윈 행사를 할 예정이에요. 어릴 때의 좋은 추억을 되살려 여기서 하면 그때의 성북동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요. 진짜 재미있을 것 같아요.(웃음)





neighborhood, 카페 이름 그대로 성북동 윗동네 이웃들의 일상이 모이는 장소가 되길 바라며 재미있게 카페를 운영하는 모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뒤로 하고 발길을 성북동 윗동네에서 아랫동네로 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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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는 본지 편집위원이다. 성북동에 깊은 애정을 갖고 성북동을 공부하는 모임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성북동 한 모퉁이에 터 잡고 살아가는 주민이기도 하다. 성북동이 성북동다움을 간직하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마을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성북동 사람이다.


오예주는 본지 편집위원으로, 창간호부터 편집위원으로 참여해왔다. 성북동에 살기도 했고 성북동을 공부하는 모임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성북동이 이웃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마을로 남기를 바라는 성북동 사람이다. 지금은 성북동에 살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올 날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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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8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6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6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2017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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