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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Apr 04. 2018

성북동의 숨은 보물찾기

[10호] 북한산 내린 줄기 물 맑은 학교 | 글 최성수

가을이면 우리는 담장을 타넘어 남의 집 정원으로 숨어들었다

학교 옆 그 집에는 무시로 도토리가 떨어졌고

넘는 재미 줍는 재미는 두려움을 가볍게 넘어섰다

초등학교 5학년, 그 무렵

무서운 개가 살고 있다는 조회시간 담임의 엄포는

눈알을 반짝이며 숲 속에 숨어있을 도토리보다 가벼웠다

성북초등학교와 이마를 마주댄 그 집에

신윤복의 미인도나 김홍도의 풍속화가 있는 지

국보인 훈민정음이 보관되어 있는 지 몰라도

그 집은 도토리 하나로 우리에게 보물이었다


한 반이 70 여명, 고만고만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은

한양도성을 정글짐 쯤으로 여기며 타고 놀거나

학교 앞 선잠단지 뽕나무는 혓바닥 까맣게 물들이는

오디 따먹기로 소중할 뿐이었다

문화재에 둘러싸여도 그것이 문화재인지조차 모르는

그래서 문화재가 더 문화재다운

스스로가 문화재가 되어버린

성북초등학교


공부는 못해도 노는 것은 서울 최고였던 우리들 어린 날의 고향

내 아이 둘도 함께 동문인 세습 학교

누구의 학교가 아닌 모두의 학교

이제는 아이들 줄고 겨우 두 세 반,

서울에서 가장 작은, 작아서 더 행복하고 커다란

기억 속에서 가을 햇볕처럼 아슴아슴 흐려지는

그리운 옛 우리 모교

서울성북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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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는 시인이며 청소년 문학 작가이다. 그동안 시집 〈장다리꽃 같은 우리 아이들〉 〈작은 바람 하나로 시작된 우리 사랑은〉 〈천 년 전 같은 오늘 하루〉〈꽃, 꽃잎〉을 냈으며, 청소년 소설 〈비에 젖은 종이 비행기〉 〈꽃비〉 〈무지개 너머 1,230마일〉을 내기도 했다. 성북동에 50년을 살다 지금은 고향인 강원도 안

흥 보리소골로 귀향하여 고향과 성북동집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북동이 사람들의 행복한 꿈을 담아내는 터전이기를 꿈꾸고 있다. 본지의 편집위원이자 성북동천의 고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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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10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7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2017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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