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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Apr 05. 2018

성북동 개발계획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

[10호 특집] 지역공동체 특집 × 성북동 대담| 글 홍수만

재밌고 유쾌한 마을살이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모임인 ‘성북마을살이연구회’는 지역 주민을 만나 마을살이, 지역 활동 혹은 당면 현안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 “성북마을살이연구회가 만난 주민들”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성북동 지역개발 검토 워크숍에 참석했었던 성북동 주민 김소연 님을 인터뷰이로 섭외하여 지난 10월 14일 동네 카페 디터틀에서 진행하였고,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편집위원회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동의를 얻어 해당 인터뷰를 마을잡지 10호에 싣습니다. [편집위원회]


홍수만 (이하 ‘홍’) : 우선 이 글을 읽으시게 될 지역주민 여러분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소연 (이하 ‘김’) : 안녕하세요. 성북동에 7년째 거주 중인 김소연이라고 합니다. 이전까지는 성북동과 인연이 없었어요. 그러다 쾌적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희 부부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그러한 환경에서 한가롭게 학교 생활을 하며 살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죠. 새 집을 구할 당시 직장이 대학로였는데, 시골로 가자니 직장이 너무 멀어서 가까운 곳을 찾게 되었고, 성북동이 그나마 조건에 맞아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홍 : 성북동으로 이사 오신 계기 중에 아이의 한가로운 학교 생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상황에 따라 다른 곳으로 이사 가실 수도 있겠네요?


김 : 일단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성북동에 거주할 생각입니다. 중학교부터는 조금 고민이 되는데 인근의 중학교에 사학비리 문제가 있어 아이를 보내기가 껄끄럽습니다. 최종적으로 학교 선택은 아이 중심이어야 하지만,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에요.


홍 : 7년 동안 성북동에 거주하시면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김 : 어느덧 7년을 살았는데 처음과는 달리 성북동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당장에만 보더라도 문화 행사가 엄청 늘어났고, 재개발과 관련한 주민들의 의견조사나 서명 운동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우선은 동네가 재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뭔가 불편한 느낌도 들었고요. 일단 주어지는 정보가 많지 않다보니 이런 변화들이 동네에서 살아가는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홍 : 그러면 최근에 동네 관련해서 가장 큰 관심거리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생각나는 것 한 가지만 말씀해주신다면?


김 : 성북동 개발계획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뿐만 아니라 동네에 살고 계신 다른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거든요. 지난 8월에 ‘성북동 개발계획 검토 워크숍’이란 행사에 참석했는데, 그때 많은 정보들을 얻게 되었어요. 생각보다 많은 변화들이 성북동에서 일어나고 있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성북초등학교 주차장 계획에 가장 관심이 갑니다. 아무래도 아이가 다니는 학교이고, 학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문제이죠. 단순 공사라면 공사 기간만 참으면 되는데 주차장이 생기면 계속 차들이 왔다 갔다 한다는 이야기이고, 그렇다면 아이들의 통학로 안전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어요. 얼마 전에 그 문제로 인한 주차장 계획 반대 설문조사도 있었고 상당히 시끄러웠습니다.


홍 : 성북동 개발계획 검토 워크숍에 참석하신 동기 가운데 성북초등학교 주차장 계획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네요?


김 : 주차장 문제뿐만 아니라 성북동의 다양한 개발 계획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알고 싶었어요. 제 기억으로는 구청에서 주관했던 공청회가 있었는데 공청회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었고, 직장을 다니는 제 입장에서는 참여하기 힘든 시간대에 진행이 되어 참석하지 못했거든요. 하다못해 주민센터에 공청회에 관한 안내 홍보물이라도 놓아두면 좋았을 텐데 그것도 없더군요. 그러다가 우연히 성북동 개발계획 검토 워크숍 홍보물을 보았고 토요일에 진행한다고 하여 참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워크숍에 참석하여 다양한 문서와 자료를 얻을 수 있었는데, 구청에서 수립한 계획을 통해서는 종합적이라기보다는 파편적인 개발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나름 문화예술 계통에서 일을 하는데 이게 과연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홍 : 언제쯤 성북동 개발계획에 대한 소식을 접하셨고 어떤 부분에서 문제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 : 올해 봄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성북초등학교 주차장 계획을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이 계획은 전혀 교육적인 측면이 고려되어 있지 않다고 봐요. 성북구가 아동친화도시를 천명하지만 아이들의 통학 안전에 커다란 위협 요소로 작용될 수 있는 주차장을 초등학교에 건설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죠. 더불어 주차장이 생기면 각종 공해로 인해 환경적인 부분도 악화될 것이고, 성북동 관광 명소 만들기랑 연결하면 결국 주차장은 주민들이 아닌 외지인을 위한 주차장이 될 텐데, 이게 꼭 우리 지역에 필요한 사업인지, 정말 시급한 사업인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학교의 규모가 작더라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주차장을 짓겠다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죠.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반대서명 운동에도 동참하였습니다.


홍 : 결국 행정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개발계획을 수립했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는 말씀이신데,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행정 또는 담당 기관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 주민들의 삶의 질 문제부터 교육, 문화, 경제적 부분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다양한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형식적인 공청회보다는 좀 더 쉬운 방법을 찾아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의견을 수렴했으면 좋겠어요. 우선 주민 눈높이에 맞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에 따라 계획을 수립한 뒤, 실행계획이 나오면 연차별 또는 분기별로 홍보 및 안내를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또한, 상시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있었으면 해요.


홍 : 그렇다면 주민들은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될까요?


김 : 우선은 지역의 정보들을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부터 참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합니다만 어떤 지역에 살고자 한다면 사는 곳에 대해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될 일이 생겼을 때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저도 지역에 관심을 갖고 보다보니 성북마을살이연구회, 성북동천, 성북동 마을계획단 등등을 알게 되었고, 이번 인터뷰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면서 지역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물론 알기만 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일반 주민의 입장에서 쉽지는 않은 일이죠.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 있어서 주민들이 쉽게 모여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홍 : 혹시 우리 지역이 이런 지역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이나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있다면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김 : 성북동에 있는 나무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해요. 쾌적하고 한가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지역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외지인들이 성북동을 찾을 때도 그런 성북동만의 쾌적함과 한가로움을 즐기실 수 있다면 좋겠고요. 굳이 다른 지역들처럼 관광지가 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다른 지역을 따라 하기만 한다면 오히려 우리 성북동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깎아 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역경제 활성화도 중요한데, 이 부분도 성북동 고유의 특성을 살리면서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있는 장인의 거리와 같은 것들이 정말 경쟁력이 있을까요?


홍 : 끝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김 : 우리 삶이 각박해지지 않도록 서로 소통하고 살았으면 해요. 거창한 것보다는 소박하게 만나 이야기 나누고 살았으면 합니다.


홍 :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 저도 감사합니다.


※ 이 글은 주민 인터뷰 프로젝트 “성북마을살이연구회가 만난 주민들” 작업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으며,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웹진, 성북마을살이연구회 블로그 및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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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만은 돈암동에 살면서 월곡동 삼태기마을 상임활동가이고 정릉2동의 사위이며 성북동 동네공간에 터를 둔 성북마을살이연구회 대표이다. 유쾌하고 재미난 마을살이를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성북구 안팎 곳곳을 종횡무진함 밤낮 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성북마을살이연구회 | 선잠로 12-6, 1층 건축그룹[tam]

maeul.research@gmail.com | sb-maeulresearch.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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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10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7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2017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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