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호] 우리 동네 가게를 소개합니다|글 법진스님
<마로다연>의 문을 연지 6개월여의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무엇을 했는지 떠올려보지만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기억을 짜내어 이야기하자면, 그 시간 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고, 그들의 숨결이 산소처럼 청량하게 남아있다.
마로다연의 어원은, 내가 성북동을 오가며 살고 있는 광양의 백제시대 지명 ‘마로현(馬老縣)’에서 비롯되었다. 도탑게 정을 나누고 서로 도우며 차향과 함께 잠치하듯 살아보자는 뜻으로 ‘마로다연(䔍㔧茶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비록 절간은 아니지만 출가수행자가 운영하고, 종교를 내세우지는 않지만 불교의 ‘자리이타(自利利他) :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 곧 자신을 이롭게 한다’는 정신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도시 사람들은 늘 분주하고 급하다. 그 속에서 마로다연은 작은 쉼터이며 ‘숨’이고 싶다. 매주 여는 화요차회와 선다례명상수업은 그 ‘숨’을 만드는 시간이다. 복잡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 사람들이 숨통을 열고 잠시 쉬어가는 여유로운 공간으로 마로다연을 만들어가고 싶다.
큰병을 앓다가 구사일생으로 다시 살아난 이후로 나는 먹거리가 약이라고 생각한다.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도 그 이후로 병원 문턱을 밟아 본 적이 없다. 오로지 대체의학과 자가 치유,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에 집중하여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정신을 어디에, 어떻게 집중시켜야 하는지도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지금 내가 주관, 참여하고 있는 장터 ‘마로장’에서 판매하는 먹거리도 그와 맥락이 닿아 있다. 몸을 살리는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 우리 몸에 이로운 좋은 먹거리를 찾아다니는 것을 내 소임으로 여기고 좋은 먹거리를 찾아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 정보를 공유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성북동에 처음 이사 올 때 찻자리도 중요했지만 농촌과 도시 사람들 사이에 좋은 먹거리를 이어주는 것을 내 역할 가운데 으뜸으로 손꼽았다. 어느덧 두 번째 진행하고 있는 ‘마로장’ 역시 그 일환으로 시작한 일이다.
더러는 가격이 높아서 구입하는 것이 망설여진다는 사람들도 있다. 마로장에 나오는 대부분의 농산물은 친환경 유기농산물이라 관행농산물보다 더 많은 공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 아무래도 가격이 더 높다. 타 먹거리보다 가격이 높을 때는 이유가 있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
아직 도회지 사람들 마음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지 모른 채 성북동 좁은 골목 뒤안길에 묻혀 지내기는 하지만 ‘마로다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성북동 사람들에게 차향과 함께 서로 도우며 정을 나누는 정겨운 곳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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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진스님은 성북동 골목 막다른길 깊숙이 위치한 한옥에 자리 잡은 찻집 ‘마로다연’의 운영자이다. 차(茶)를 만들며 대중에게 제대로 된 차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좋은 제품과 좋은 먹거리를 찾아 도시인에게 연결시켜 주는 것을 소임으로 여기고 있으며, 청년 셀러들과 의기투합하여 찻집 마로다연 앞집 마당에서 ‘마로장’이라는 장터를 열고 있다.
마로다연 | 성북로8길 12-23 (성북동)
☏ 010-4554-9077 | facebook.com/maroda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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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10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7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2017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