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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May 16. 2018

신선한 과일이 가득한 성북동 과일카페 58.4

[10호]우리 가게를 소개합니다 x 주민 인터뷰|글 김현주 오예주

  고즈넉한 성북동 길을 걷다보면 골목 어귀에 예쁘게 진열된 알록달록한 과일들이 시선을 끈다. 과일 가게인가 싶어 들여다보면 안쪽으로 독특한 한옥카페가 보인다. 예술을 공부했던 박영준, 윤진경 부부의 정겨우면서 운치 있는 건강한 이색카페를 만나보았다.


Q. 카페 58.4는 어떤 가게인가요?

박영준(이하 ‘박’) 과일을 테마로 한 카페예요. 질 좋은 원두를 사용한 커피는 물론이고 갈아 만든 것보다 영양소 손실이 적은 건강한 착즙 주스 전문 카페입니다. 신뢰가 가는 신선한 과일을 직접 내놓고 팔기도 하고, 맛있는 주스로 그 자리에서 바로 짜주는 100% 착즙주스가 인기 메뉴이지요.

윤진경(이하 ‘윤’) 어머니가 과일집을 하셨는데 과일을 가게에서 직접 깎아 나눠드시곤 했던 어릴 적 기억이 있어요. 카페 58.4 역시 주스나 음료뿐만 아니라 직접 과일을 드실 수도 있게 판매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Q. 성북동에 자리잡으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윤 : 2015년 봄에 이곳으로 이사해 가게를 연 지는 올해 3년이 되었어요. 어릴 적부터 돈암동에 계속 살았었는데, 둘 다 무대미술 분야에서 20년간 같이 일하다 잠시 휴식기를 갖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돌아다니다 성북동의 이 공간을 발견했죠. 원래 쌀집이 있던 자리였는데 한옥과 어우러진 재밌는 공간이라 남편이 곧바로 ‘우리 여기서 과일이나 팔까?’ 해서 과일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죠. 한옥 안쪽에서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박 : 아내가 과일집 딸이에요. 장모님이 월곡동에서 과일 가게를 40년째 하고 계시거든요. 아내는 공간디자인을 하던 사람인데 언젠가는 카페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차에, 제가 이 공간을 보고 첫눈에 반해서 제안을 했죠. 과일 가게 하시는 장모님이 있으니까 매일 새벽장도 같이 보고 혼나기도 하며 많이 배웠어요. 처음에는 과일이 생물이니 힘들다고 말리셨지만 이내 노하우를 많이 전수해 주셨습니다. 우리 가게 과일이 마트보다 비싸지 않은 이유는 사실 장모님 덕이 크죠.


Q. 성북동에서의 지내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박 : 동네 분위기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서울 안에 있지만 서울이 아닌 것 같은 분위기랄까. 아내는 고향이 성북구고 저는 대성리입니다. 서울사람들한테 성북동은 마치 그런 유원지 같아요. 주말에 성북동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여기서 살며 일하며 주위 이웃들을 비롯해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자연스레 사람 사는 모습을 관찰하게 돼요. 저희가 여기 온 뒤로 동네에 아기가 5명이나 태어났어요. 오가는 분들의 얼굴을 보며 ‘오늘은 기분이 좋은가 보다’, ‘새 친구가 왔나’ 하며 관심을 갖게 되고, 동네분들도 좋아서 진짜 이웃이 생긴 느낌이에요. 카페가 골목 입구에 있다 보니 어떤 분은 여기가 ‘동네 검문소’ 같다고도 하세요.(웃음)

윤 : 이웃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히 그분들을 따라 성북동 마을계획단 활동도 하게 됐고, 매달 성북동의 몇몇 가게들과 함께 하는 마켓인 프롬에잇에도 참여하게 됐지요. 성북동에서 하는 큰 축제인 성북세계음식축제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했었고요.


Q. 성북동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이나 경험은 있으실까요?

윤 : 너무 많아요. 여기 와서 동료나 후배들도 많이 만났어요. 북정마을에 연극인들이 많이 있기도 하고요. 저희 단골손님인데 알고 보니 서로의 지인으로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었더라고요. 반면 아쉬움도 많아요. 정들었는데 떠나는 이웃에 대한 아쉬움이요. 성북동은 들고 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거든요.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고 또 헤어지는 일, 새로운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것 같아요.

박 : 동네가 좋다보니 동네일에도 참여하게 되더라고요. 성북동 나무사건 때에도 참여하기도하고요. 성북동 사람들은 참 열성적인 것 같아요. 사람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달까요. 성북동이 저희를 이곳으로 끌어당긴 것 같아요.(웃음)


Q. 성북동에 대한 생각이나 바람이 있나요?

박 : 저희 가게 2층으로 올라가면 한옥 기와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성북동 풍경이 펼쳐져요.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이 삼청동처럼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성북동이 3년 전보다 변화속도가 빨라진 것 같아요. 성북동이 가진 감성과 분위기를 지켜줄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윤 : 남편은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저도 공간디자인을 전공하다 보니 이 공간도 직접 다 디자인하고 만들었어요. 여러 가지 해보고 싶은 욕심은많았지만 성북동의 느낌에 맞게 절제하게 되더라고요. 원형을 최대한 살려 지켜내는 작업이 힘들긴 했지만 원래 있던 쌀집의 감성을 공간에 그대로 이어가고 싶었어요. 공간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가게 이름도 이곳 주소인 58.4로 했죠. 성북동에 아직 그런 사람들과 분위기가 있는 좋은 시기에 들어와서 행복해요. 그렇게 성북동에서 오래 지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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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카페 58.4 | 성북로16길 4-13 ☏ 02-743-8340

※ 격주 월요일 휴무 (첫째·셋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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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는 본지 편집위원이다. 성북동에 깊은 애정을 갖고 성북동을 공부하는 모임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성북동 한 모퉁이에 터 잡고 살아가는 주민이기도 하다. 성북동이 성북동다움을 간직하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마을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성북동 사람이다.


오예주는 본지 편집위원으로, 창간호부터 편집위원으로 참여해왔다. 성북동에 살기도 했고 성북동을 공부하는 모임에 참가하기도 했다. 지금은 성북동에 살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올 날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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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10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7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2017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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