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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May 22. 2017

성북동, 변화의 길 위에 서다

[1호·창간호] 권두 칼럼 - 북둔의 아침 창가에서│글·사진 최호진


 서울 성북동,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지금은 국수집이 곳곳에 있지만, 외식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돈까스를 먹으러 왔던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시 ‘성북동 비둘기’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2000년 이후에는 대중적인 관심이 모아지는데, 조용한 동네를 찾는 발걸음이 늘어난 이유는 역사와 문화가 깃든 공간과 장소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국내 최고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간송미술관’, 법정 스님이 계시던 ‘길상사’, 소설가 이태준의 고택 ‘수연산방’, 한국미를 널리 알린 최순우 선생이 살던 한옥 등 사람들의 관심이 문화의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는 것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은 점점 더 구석으로, 발길이 적은 곳으로 모이기 마련이다. 성북동 또한 그런 매력을 가진 곳일까. 외국 대사관저들과 큰 규모의 단독 주택과 고급 빌라가 있고, 또한 좁은 골목길에 개량된 한옥과 다세대 주택도 밀집되어 있으며, 성곽 아래 비탈에 자리잡은 허름한 집들과 동네가 모여 있는 곳이 성북동이다. 이 동네는 고층 아파트가 없고, 지하철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그 흔한 노래방도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다. 여전히 불량주거지역으로 묶여진 지역에서는 끊임없이 재개발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으며, 동네와 집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소박한 바람조차 나와 생각이 다른 누군가와 싸워서 이겨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동네가 유명세를 타니 보석, 의류 업종이 들어오고, 근 몇 년 사이에 음식점이 많이 늘어났다. 언론에서 찾아가기 좋은 명소로 봄가을이면 성북동을 단골 소재로 사용하고 있고, 이제는 일본인들이 보는 가이드북에도 등장하는 동네가 되었다. 전국적인 문화가 되어버린 커피점은 성북동에도 열 손가락을 넘길 정도로 생겼고, 새롭게 들어오는 번듯한 가게 사이사이로 옛 철물점과 이발소를 노인정 삼아 모여있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한양도성 서울성곽 성북동 구간


 동네가 외부에 알려지면, 동네의 주체가 바뀌는 현상을 쉽게 목격하게 된다. 인사동이 그렇고 삼청동이 그렇다. 북촌과 서촌은 몸살을 앓고 있다. 행정과 제도는 외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움직여지고, 그 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계기는 다르겠지만, 마을공동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모임이 생겨나고 그를 뒷받침하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도 생겨나고 있다. 성북동에도 크고 작은 마을과 공동체 모임, 협동조합 등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 움직임이 성북동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판단하기는 이르다.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 행정과 지원 제도의 경직성, 보편적 가치의 사회 인식 등 다양한 평가의 지점들을 대입하여 좀 더 사회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지속가능한 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해내기 위한 노력이 앞으로 풀어내야 할 과제다. 우리 스스로도 참여자 중심의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럴 듯 하게 포장하여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인식 가능한 수십년 시간의 범위속에 있는 성북동의 정체성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활동들과 외부에서 끊임없이 들어오는 자본은 성북동길의 가로변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모른다. 이 동네가 어땠으면 좋을까에 대한 판단은 이 동네에 오랜 시간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에서 나와야 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관광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보여줄지 먼저 준비하고 알려야 한다. 그것이 성북동에 살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동네의 가치를 지키고 가꾸기 위해 해야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 아닐까. 이를 고민하는 다양한 모임과 활동에 성북동의 미래가 달려 있다. 먼훗날 우리의 아이들에게 성북동은 어떤 동네로 보여지고 기억될까?



최호진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사무국장



※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1호·창간호는 2013 성북구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3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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