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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Apr 07. 2019

흘러 흘러갑니다 <꽃핌>

[12호] 우리 동네 가게를 소개합니다 ② | 글 신창희 사진 17717

글 신창희 

사진 17717 김선문 



지난해 늦가을. 물이 얼기 전 물처럼 흐르려다 머무르게 된 곳이 성북동이었습니다. 벌써 사계절을 경험합니다. 어디서 머물게 되어도 잘 스며들기를 바라며, 가지고 다니던 짐들을 풀어 놓는 일이 오래 걸렸습니다. 모든 계절을 지냈을 즈음 이렇게 인사를 드립니다.


고향을 떠나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일, 떠돌이로 이방인이 되는 일을 자처하면서 순수함과 멀어지고,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는 삶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무는 곳이 또 다른 고향이라 여기게 됩니다. 성곽을 따라 흐르던 단풍을 시작으로 깊고 푸른 겨울 밤하늘의 달, 성북동 골짜기사이에서 불어오는 따스한 봄 향기, 산동네 공원의 시원함을 내어주던 짙푸른 초록의 여름평상, 모든 경험들이 아름답고 고마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름답게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성북동은 멋진 새로운 고향입니다. 이제 그 속에 사는 멋진 이들을 만나서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내어야 하겠죠. 이웃들과 같이, 성북동에 스며들어 아름답게 살아가며 나누겠습니다. 꽃이 하는 일처럼 말이죠.


<꽃핌> 내부 전경 


꽃의 핌을 이야기하다, <꽃핌>

지나가는 길에도 살짝 꽃을 보게 되기를 바라며, 꽃의 핌을 이야기하는 <꽃핌>입니다. 꽃을 파는 일과 꽃 강의, 정원디자인, 자연소재로 작업을 하는 일을 합니다. 꽃을 팝니다. 꽃을 파는 일은 좀 더 세심하게 사전 주문을 통해 하고 있습니다. 꽃은 선물입니다. 나에게, 또는 지인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마음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지만, 분명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장 아름답게 전하고 싶은 일이라 여겨집니다. 살아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파는 일을 하는 것이지요.


꽃을 디자인하는 강의를 합니다. 꽃을 소개하고 가르치는 것은 오래된 저의 일입니다. 고운 꽃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꽃과 관련된 기술뿐만 아니라 꽃과 살아가는 삶을 나누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 한 달, 자격증반, 취미반, 플로리스트 과정, 플로리스터마이스트 과정까지 다양합니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꽃으로 작업하는 모든 부분들을 교육하면서 자연의 색들을 가르치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원을 만듭니다. 독일 정원사로서 정원을 디자인하고 작은 마당, 화단, 식물 관리 등 자연의 시간을 디자인하며 가꾸어가는 일을 합니다. 어릴 적 기억의 꽃밭으로 시작해서 정원은 또 다른 자연의 모습으로 완성됩니다. 엄마의 텃밭에 있었던 고추, 파, 부추, 상추, 그 사이 있던 봉선화, 채송화, 맨드라미. 저에게 텃밭은 즐거운 꽃밭으로 남아있습니다. 생태정원을 시작으로 삶을 더욱 풍요롭게, 아름답게, 기쁘게 나눌 수 있는 정원을 디자인합니다.


그러다가 가끔 꽃과 만나는 이야기를 펼쳐 놓는 전시도 합니다. 꽃이 주는 많은 것들을 작업을 통해 보여드리는 일은 시간과 공간을 기억하고 표현하는 일입니다. 너무 많은 일들을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일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꽃입니다. 꽃의 핌을 보는 일이지요. 이렇게 말입니다. 우리가 오늘 심은 나무 사이로 바람의 길을 보고, 꽃을 피워낼 비가 오는 날을 기다리며, 흙에게 맞는 돌을 찾아서, 그 사이 씨를 떨어뜨려 두는 일이죠. 그러다 보면, 꽃에게서 춤추는 법을 배우거나, 물 마시는 소리를 듣기도 한답니다. 우리는 꽃에게 사소한 정성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것이 <꽃핌>이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꽃핌>에서 마주치길 바랍니다.   [끝] 




신창희는 플로리스터마이스터·가든디자이너로 성북동에서 <꽃핌>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 APEC에서 꽃디자인을 맡았으며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플라워디자인 강의를 했다.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12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8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8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2018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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