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성북] 창간준비호|여기요
글 윤미연
시나몬향이 섞인 달달한 버터쿠키 냄새, 따끈한 레몬차를 앞에 놓고 이 사람 저 사람의 그간 이야기를 나누면 두 시간은 훌쩍 지나던 장소, 정릉청소년휴카페(이하 휴카페).
이제 낯설고 썰렁해진 휴카페에서, 이곳을 처음 만들고 사랑받는 공간으로 키워 청년 후배들에게 운영을 물려주었던 김경아 씨를 만났다. ‘행복한 정릉카페’라는 작은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하던 중에, 2014년 성북문화재단의 휴카페 운영을 위한 주민공동체 공개모집에 응모하여 4명의 엄마들이 1명분의 인건비만을 받기로 하고 재단의 계약직 파트타임으로 채용되었다. 아무 것도 없던 공간을 아이들을 위한 활기찬 장소로 단장해 그해 11월 휴카페를 정식으로 개관하였다. 그때부터 청년카페지기 3명에게 임무를 넘겨줄 때까지, 4명의 엄마들은 힘들었지만 즐겁고 의미 있는 활동을 했다.
사람들이 모여 앉으면 자연스럽게 먹거리를 찾게 된다. 회사에서도 일하는 중간에 갖는 커피타임이 얼마나 즐거운가?어려운 자리라면 더더욱 그렇듯 휴카페에서도 직접 만든 쿠키, 샌드위치 등의 간식류와 수제청으로 만든 차와 에이드 등의 마실 거리를 판매했다. 아이들을 생각하여 원재료는 생협제품을 사용했고 지역상권을 배려하여 커피를 판매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했다. 일반 카페와 달리 이윤을 거의 넣지 않은 가격이었기에 아이들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었고, 덕분에 어른들도 적은 비용으로 넉넉한 티타임을 가질 수 있었다.
휴카페는 단순한 공간의 역할을 넘어서 마을을 한데 엮는 구심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카페지기 엄마들과 문화재단의 협업으로 여러 가지 방과 후 프로그램과 방학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바느질, 독서, 스터디모임 등의 다양한 동아리활동이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유아,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뿐만 아니라 중장년에서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이곳을 모임의 거점으로 삼게 되어서, 놀이터, 공부방, 사랑방, 쉼터, 휴게실을 망라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었다. 나아가 마을의 축제기간이 돌아오면 기획회의부터 시작해서 여러 차례의 준비회의를 하고 소품까지 제작하는 작업장으로, 문화공연을 하는 소극장으로, 연말에는 크리스마스와 송년회를 하는 파티장으로 기꺼이 그 장소를 내주었다. 이렇게 마을사람들과 성장한 휴카페는 커뮤니티 공간 민관협치의 성공사례로 알려져 많은 곳에서 사례조사 탐방을 오기도 하였다.
카페지기 엄마들과 함께 성장한 4년은 이렇듯 큰 성과와 반향을 일구어 냈지만, 청소년을 위한 카페라는 이름에 맞게 운영도 젊은 세대가 꾸려가는 것이 맞는 것이라는 결론을 스스로 내리게 되었고, 청년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절차를 밟게 되었다.
그러나 2017년 8월 뉴딜일자리 정책에 의해 재단소속으로 고용된 청년카페지기 ‘담팀’이 일한 지 8개월 만인 2018년 11월, 재단으로부터 구청의 위탁운영이 해지되어 운영구조가 변경된다는 통보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고, ‘정릉청소년휴카페 보존을 위한 서명운동’으로 1,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휴카페는 결국 12월 말 문을 닫게 되고 말았다.
‘휴카페는 이전처럼 운영될 것’이라고 한 구청장의 약속을 믿고 기다렸던 아이들과 주민들은, 보름 간 문을 닫았던 휴카페 유리창에 ‘휴카페를 돌려 달라’는 메모지를 가득 붙였다. 이후 주민들은 구청장,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을 만나 운영정상화를 요청했고 성북아동청소년센터장, 성북구청 여성가족과 과장을 차례로 만나 호소하였으나, 민원처리 수준의 행정적인 대처로 청년카페지기 ‘담팀’을 임시로 파견하였다가 다시 재단으로 복귀시켰고, 지금은 한 명의 구청 소속 계약직 직원과 한 명의 공공근로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주민들은 ‘정릉청소년휴카페 정상화를 위한 주민연대’를 발족,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곧 주민요구서를 정리해 성북구청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김경아 씨에 따르면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구정의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요동치는 운영체계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휴카페가 청소년과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한다. 주민운영위원회와 성북구청이 공간운영과 행정지원을 각각 나누어 협력하면 더 나은 공유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
이제 휴카페의 따뜻한 온기는 사라졌고, 손때 묻은 집기들은 철거되었다. 오늘도 여전히 잠시 쉴 곳을 찾는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이 남아있지만 전과 같은 활기는 찾아볼 수 없다. 프로그램에 참여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지친 모습의 전 청년카페지기에게서 휴카페를 상실시킨 것은 우리 모두의 무력함이 아니었나하고 되돌아 보게 된다. 자발적으로 연대한 주민들의 의지가 힘을 발휘한다면 휴카페가 오래도록 모두의 공간으로 계속 될 것이다.
성북구 시민협력플랫폼 구축사업(2차년도)는/은 성북구 지역시민사회의 자생적 활동 생태계 조성을 위해 활동주체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네트워크 구축을 비전으로 여성·아동 복지 실현을 목표로 하는 지역단체 성북나눔연대, 동 기반 주민모임 성북동천, 성북의 지역활동가 단체 성북마을살이연구회, 성북구 대표 지역법인 함께살이성북사회적협동조합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자치구 시민 주체의 성장을 통한 지역 협치 실현"이란 핵심비전을 갖고 추진되는 서울시 시민협력플랫폼 지원사업에 2017·2018 연속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추진중입니다. (지원 : 서울특별시, 성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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