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북 Jul 30. 2019

2019 성북시민정치학교 강의 후기

[플랫폼성북] 창간호|특집, 콕

 홍승완(성북시민정치학교 기획단 간사)



① 시민정치란 무엇인가 (공개강의)

봄날을 맞아 지난 4월 20일 토요일 성북시민정치학교가 드디어 개강했다. 첫 시간은 시민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열린강좌 <시민정치란 무엇인가 : 민주주의, 시민자치> 강의로 첫 문을 열었다. 강의가 시작되기 10분 전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 금세 강의실을 가득 채웠으며, 지역구 국회의원도 방문하여 관심을 표할 만큼 첫날의 열기는 뜨거웠다. 

현장은 매우 적극적인 분위기였다. 강사로 나선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연구원의 질문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민주주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으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현실 정치에 대해 실망하고 있었고,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왜 그럴까? 이번 강의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은 1987년부터 민주정치가 자리 잡기 시작하였는데 아직까지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본 강의는 유럽 각국의 정치사례를 통해 보다 바람직한 민주정치의 모습을 제시해 주었다. 민주주의는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정치에서 소외되고 멀어져 있다. 최근에 촛불혁명이 있었으나 거리의 민주주의는 일시적으로만 작동될 뿐이다. 필자가 이해한 내용에 따르면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정치권력이 만들어져 왔던 과정 속에서 생긴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자본의 논리로 자신만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이익집단들과 역사적으로 특정 정치인들이 정치권력을 독점하고 강화하기 위해 조직 되었던 각종 관변단체들도 이러한 구조의 형성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었다. 


본 강의에서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태에서 ‘정치하는 엄마들’이 등장한 것을 사례로 제시하였다. 정치가 생각보다 시민과 멀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국민의 80%이상이 유치원 3법의 개정과 국공립유치원의 확대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 정부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인 것이다. 민주정치에서 권력창출의 주체는 다수 시민인데, 소수의 유치원 원장들이 정치권력을 독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정치하는 엄마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정보공개청구와 행정소송 등을 통해 권력자들과 싸웠고 결국 거리로 나섰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그동안 여러 정권에서 해내지 못했던 유치원 비리근절에 정치하는 엄마들이 앞장서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유치원 3법은 통과시키지 못하였지만 결국 한유총은 설립인가를 취소 받는 지경에 이르렀고 사립유치원들은 에듀파인(국·공립 유치원과 사립 초·중·고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지금껏 어느 정부에서도 추진하지 못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다. 소수의 정치권력에 대항하여 어렵게나마 민주주의가 작동된 것이다. 


주요 관변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관변단체란 정부지원금을 받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를 말한다. 문제는 이른바 3대 관변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조직, 바르게살기운동조직 등 과거 독재정권의 역사적 산물들이 아직까지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관변단체들은 각 지역마다 자리 잡고 있으며 지역정치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의 관심만 지역정치에 반영되고 다수의 의사는 전달되 지 않는다면 역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기 어려워진다. 


촛불시민혁명으로 대한민국은 세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평화적이면서도 강력하게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주말마다 휴식을 포기하고 거리로 향했다. 광장 자체가 여가이고 문화였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까지 움직이게 된 것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이 정치에서 소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대의정치는 밑바닥을 보이고 있다. 아직도 정치인들은 여론의 경고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이제 시민은 무력하게 무관심 하거나 정치에 참여하는 것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일상속 민주주의란 자신의 삶터인 동네에서부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정치인을 발굴해서 키워내는 것이다. 보다 나은 삶을 기대한다면 일상 속에서부터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민주주의를 다시 만들어 나가야한다. 성북시민정치학교가 지역에서부터 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리는 자치의 씨앗이 되길 기대해본다. 



② 알권리와 정보공개청구

모든 국민은 알권리를 가진다. 최근 개헌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제출했던 헌법 개정안은 이렇게 정보기본권을 명시하고 있다. 정보에 대한 기본권을 헌법에서 언급하고 있는 나라는 아직 많지 않다. 하지만 알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로부터 도출되는 권리이고, 인간에게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자유권적 기본권이다.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은 자유로운 의사형성을 전제로 하는데,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은 충분한 정보에의 접근이 보장됨으로써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강의자료 중) 그렇다면 ‘알’권리란 대체 무엇일까? ‘무엇’을 알 권리일까? 2019 성북시민정치학교 기본과목 <정보공개청구>는 알권리의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알권리를 실현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었다. 본 강의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이 4주간 진행하였다. 


 알권리는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리이며, 국가기관이 보유한 정보의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중요하고 필요한 정보는 숨겨져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공개되지 않는 정보는 예산낭비와 각종 비리로 이어질 수 있고, 고도화된 현대 산업사회에서 알권리는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실례로 구미 불산 가스누출 사고 사례를 보면 지역주민들은 물론 관계자들이나 관료들도 불산이라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미리 규제하지도 않았고, 사고에 대한 대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피해는 인근지역까지 번져 심각한 인명피해를 야기하게 되었다. 

 이처럼 인근 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사고 발생 시 대책은 마련되어 있는지를 비롯하여 가로수에 뿌리는 농약이 인체에 무해한 것인지, 우리가 먹는 식품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지 등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 너무 많다. 알권리는 우리 모두가 ‘안전’할 권리이며 ‘살’ 권리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관행들이 반복 될 수 있고, 의회나 관료들도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면 그들도 자신들의 행동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시민은 정보공개청구를 활용하여 일종의 감시자가 될 필요가 있다. 은평구의 경우 시민들의 힘으로 구의회 회의 일수를 연장시키고 세금으로 가는 해외연수를 자제시키는 한편, 업무추진비나 공통경비 등 예산을 공개하게 했다. 정보공개청구로 지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본 강의에서 수강생들은 본인들의 관심사를 토대로 직접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공개, 부분공개, 비공개, 비공개임을 공개, 정보 부존재 등 각양각색의 결과를 통지받았다. 각 구의 업무추진비에 관한 내용, 공공시설물 현황, 성북구 안전대진단 결과 등 서로의 사례를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무엇이 어떻게 정보공개가 가능한지, 공개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지를 체득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포털사이트의 검색을 활용한다. 그러나 공익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는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라면 어디든지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다. 방문, 우편, FAX 등으로 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청구 할 수도 있다. 물론 기관이 공개를 거부하거나 불성실하게 공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알권리를 행사하면 할수록 기관의 공개 거부는 마땅한 근거를 찾기 어려워 질 것이다. 시민들이 길을 걷다 행정에 궁금한 게 생기면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한다. 정보공개청구는 일상 속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



③ 숫자에서 보이는 행정의 의지, 예산

 최초의 주민참여예산제도는 1989년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시작되었다. 주민이 지방정부의 정책 결정에 참여해서 예산을 직접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포르투알레그리의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예산을 통한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롤모델이 되어 지금은 유럽과 북미의 도시들에도 확산되었고, 대한민국 지방정부에서도 시행 되고 있다. 예산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이다. 다시 말하면 일정한 기간 동안 행정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고 배분하여 어떠한 성과를 거두겠다는 의지를 금액으로 표시한 것이다. 따라서 시민이 불법이나 횡령을 감시하는 것을 넘어서 예산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면 브라질의 사례처럼 우리가 겪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산편성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예산을 알아야 한다. 성북시민정치학교 기본과목 <예산> 강좌는 나라살림연구소 김상철 연구위원의 강의로 4주간 진행되었다. 본 강의에서는 예산을 본다는 것의 의미를 다양한 사례와 지표를 통해 제시해 주었다. 예산감시를 단순히 불법적인 것을 찾아내는 과정으로만 접근해서는 제대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을 예산낭비신고센터의 운영 실적을 통해서 확인 할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사업구조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행정과 시민들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행정도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각종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겠지만 실제 정책과 사업을 경험하는 것은 시민이다. 즉 시선의 차이로 행정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시민이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 사례로는 서울시의 자전거 서비스 따릉이가 있다. 따릉이는 대여할 때마다 장문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면서 발송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었다. 한 시민이 이를 지적하여 장문의 메시지를 처음 1회로 제한하고 짧은 내용으로 대체하여 예산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에 관한 사례도 있다. 종점에는 버스가 바로 앞에 보이므로 도착예정시간에 대한 안내가 필요 없다는 시민의 의견이 제시되었고, 이후 종점에는 이를 설치하지 않기로 하여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었다. 일상 속 민주주의는 이렇게 작동하고 있었다. 


 <예산> 강좌에는 실습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수강생들은 중기지방재정계획과 재정공시 등에 포함된 지방정부(성북구)의 사업목록을 통해 실제로 지역예산으로 이루어지는 사업을 분석하고, 각자가 해온 분석을 공유하여 지역 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혼자서 했다면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분석하고 나누다 보니 좀 더 이야기 거리가 생겨 동기부여가 되었다. 앞 시간의 정보공개청구와 이어지는 부분도 있어서 시너지가 생기기도 했다. 


 본 강의를 통해 예산에 대한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숫자에서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행정의 관심과 의지가 보이기 시작하자 수강생들의 흥미도 높아 질 수밖에 없었고, 수업에도 매우 적극적인 자세가 되었다. 아쉽게도 강의는 마무리 되었지만, 우리는 예산을 볼 수 있는 빛나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서울시는 시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하였다. 시민들이 예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행정의 안팎에서 적극적으로 참여 하여 함께 제도를 개선해 나간다면 시민자치와 민주주의 실현이 생각보다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글 홍승완(성북시민정치학교기획단 간사)

편집 「플랫폼성북」 편집위원회  


성북구 시민협력플랫폼 구축사업(2차년도)는/은 성북구 지역시민사회의 자생적 활동 생태계 조성을 위해 활동주체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네트워크 구축을 비전으로 여성·아동 복지 실현을 목표로 하는 지역단체 성북나눔연대, 동 기반 주민모임 성북동천, 성북의 지역활동가 단체 성북마을살이연구회, 성북구 대표 지역법인 함께살이성북사회적협동조합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자치구 시민 주체의 성장을 통한 지역 협치 실현"이란 핵심비전을 갖고 추진되는 서울시 시민협력플랫폼 지원사업에 2017·2018 연속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추진중입니다.  (지원 : 서울특별시, 성북구)


문의 co.platform.sb@gmail.com

성북시민협력플랫폼 카카오 플러스친구(링크) 

페이스북 페이지(링크) 

매거진의 이전글 <성찰하는 글쓰기> 마음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