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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Aug 20. 2019

<지식을 담다>김준수 공동대표 인터뷰

[플랫폼성북] 창간호|성북인사이드

안암동 인문사회과학서점, 그리고 북카페

<지식을 담다> 김준수 공동대표 인터뷰


이지연 묻고, 박범기 기록


<지식을담다>는 2016년 12월 23일 오픈 이후 현재까지 약 2년 반의 시간 동안 안암동 골목을 지켜온 학교 앞 인문사회과학 서점이자, 선배와 후배가 함께하며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미래를 지향하고자 하는 휴식공간입니다.

고려대 90학번 동문 15명이 후배들에게 진짜 책을 접하게 해 주고 싶다는 바람으로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들어낸 좋은 취지의 공간인 만큼,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이 알고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매개로 대학사회와 지역 공동체가 만나기를 소망하신다는, <지식을담다> 김준수 공동대표님을 만나봅니다.


이지연 : 반갑습니다. 작년부터 동네 이런저런 소식에 <지식을담다> 활동이 많이 보여서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궁금했습니다. <지식을담다>라는 서점을 시작하신지 2년 정도 됐는데요.


김준수 : 2016년 12월 23일. 2년 5개월 정도 됐습니다.


이지연 : <지식을담다>(이하 지담)를 운영 하시면서 생각했던 것과 달랐거나 이런 게 좋았다거나 하는 것이 있었을까요?


김준수 : 일단 좋은 것부터 이야기하면, 저희가 학교 다닐 때는 고대 앞에 12개의 인문사회과학서점이 있었는데요. 4-5년 전에 보니까 서점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함께 대학 시절을 보냈던 친구들과 학교 앞에 서점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결국 이 공간을 열게 된겁니다. 지담을 만들면서 몇 가지 취지가 있었어요. 학점, 스펙, 영어 등 요즘 학생들이 고민하는 것도 많지만, 20대에 읽는 인문사회과학서적이 평생을 가는 삶의 좌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책을 많이 읽혀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있었고요. 두 번째는, 이 공간을 통해서 선배와 후배가 함께 세상을 바라보고 고민을 나누며 소통했으면 좋겠다, 세 번째는 인문사회과학을 매개로 지역 내 네트워크가 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세 가지 정도의 취지를 갖고 시작을 했어요.


운영을 하면서 내실은 어느 정도 갖춰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제가 장사 경험이 없어서 처음부터 다 배웠어요. 책을 어떻게 들여와야 하는지, 신간 서적을 어디서 확인할 수 있는지 등등을 전혀 몰랐죠. 장사를 배우고, 커피를 만드는 것부터 배우면서 시작했고요, 5-6개월 뒤부터는 꾸준히 저자와의 대화, 인문학 강의, 지역에서 좋은 강의 등을 진행했습니다. 후배들의 행사, 세미나, 또 학교에서 하기 껄끄러운 페미니즘 행사들도 여기서 진행했습니다. 그런 공간, 거점으로서의 기능은 꽤 많이 진행 됐다, 그리고 많이 자리 잡았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저희가 이걸 가지고 돈을 벌려고 한 건 아닌데요. 장사를 유지하는 것이 만만하지 않아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요. 예를 들면 높은 임대료. 고려대 앞도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월세가 비싸요. 그리고 저희가 책을 팔잖아요. 책 한 권에 평균 이익률이 20%. 만 원짜리 책을 팔아서 2천원 남는 구조인데요. 그럼 2천원이라도 남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안 남아요. 왜냐하면 신간을 들여놔야하고, 서점의 색깔 때문에 정통적인 인문사회과학을 지향하다보니까 조금 빨갛기도 하고(웃음). 그렇다보니까 책 안 팔린다고 맑스 『자본론』을 반품을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꽂아놔야죠. 그럼 꽂아놓는 것 자체가 마이너스가 쌓이는 구조인 거예요. 운영상 어려움이 많죠. 


2년 반 정도 되니까 학교를 다니다가 졸업한 친구들이 찾아온다거나 합니다. 제가 '죽돌이'라고 표현하는, 지담에 맨날 모여서 공부하고 토론하고 책보고 그런 친구들이 많이 쌓였죠. 고대 안에 있는 다양한 단위들과의 연대 활동도 많이 활성화되어 있고요. 


이지연 : 소통이 생각하는 것만큼 잘 되냐고 여쭤 보려고 했는데, 말씀을 들어보니까 소통이 잘 되시는 것 같아요.


김준수 : 고민은 있어요. ‘홍보’라고 하면, 제가 페북에 글을 올리고 사진 올리고 하는 것으로 대부분 갈음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젊은 감각을 못 따라가요. 그래서 올해부터 지담 학생위원회라는 걸 꾸려서 운영하고 있는데요. 그 친구들이 아이디어가 굉장히 좋아요. 이번 달에 지담 소식지 1호가 나올 예정인데요. 좀 더 지나면 인문학적 콘텐츠를 가지고 동영상을 제작할 거예요. '지담 티비'라고,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지담에서 강연하는 걸 동영상으로 찍어서 올려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소통의 기제를 좀 더 확산시켜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이지연 : 참 좋네요. 서점에 운영위원회 개념이 잘 없잖아요. 단골들이 같이 운영하는 느낌이 들어요.


김준수 : 지담이 처음 시작을 협동조합 형식으로 했어요. 등록은 개인사업자로 되어 있지만, 운영은 같이 의논해서 결정하고 하는 구조인데요. 저희가 생각하기에, 10년 정도 지나면 예순이 넘는데 서점 주인으로 남아 있는 것이야 가능하겠지만, 그때 가서도 젊은이들과 소통이 가능할까? 필요하다면 후배들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만들고 우리도 일부의 지분으로 참여를 해서 이 공간을 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그림을 좀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아직 먼 이야기지만요. 그래서 이 공간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참여가 중요해요. 그런 게 쌓여야 그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거지, 그때 가서 이런 걸 만들려고 하면 잘 안 돼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공간을 찾는 친구들이 지금부터 운영에 결합하고, 의견을 내고 같이 하고 있는 거예요.

<지식을담다> 서고


이지연 : 훗날 후배들에게 지담을 물려주고 나면 어떤 것을 하고 싶으세요?


김준수 : 놀아야죠(웃음). 농담이구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이긴 한데, 지금 지담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어떻게 이어갈까 이런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요. 같이 지담을 운영하는 동기들 모임이 있는데요. 우리끼리 이야기하기에는 우리가 지금부터 10년 동안은 직장을 다니거나 일을 해서 돈을 벌 테니까, 지담이 적자 나면 그걸로 메우고 해서 10년만 버티자, 이런 이야기를 해요. 


이지연 : 여러 친구들이 뜻을 모아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그럼 아직 빠진 분 없이 초기 멤버가 계속 함께 가고 계신 거예요?


김준수 : 네. 15명이 대학교 때 학생운동을 같이 하다가 졸업하고 나서 각자의 길을 간 건데요. 학교 선생님, 교수, 연구자, 직장인, 사업 등 직업군들이 다양할 거잖아요. 그 친구들이 힘과 뜻을 모아서 지담을 만든 거예요. 물론 돈을 많이 낸 친구들도 있고 조금 낸 친구들도 있는데요. 같이 시작하자고 해서 한 거고 그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죠. 어려운 점이나 마찰, 갈등 같은 건 딱히 없어요. 

그보다, 풍성해진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학교 선생을 하면서 비폭력대화를 꾸준히 공부했던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그런 교육 관련 주제에 대해 책을 추천하고, 역사학 전공한 친구는 역사에 대한 책을, 노동 운동하는 친구는 노동에 대한 책을 추천해줍니다. 이렇게 하다보니까 북 큐레이션 자체가 풍성해지기도 하고요. 영리를 목적으로 이 공간을 만들었으면, 투자한 사람이 있고 투자 대비 이익이 필히 발생해야 할 거 아니에요. 여기 지담에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는 거죠. 같이, 함께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지연 : 사회 운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느낌이에요.


김준수 : 그런 면도 있죠. 왜냐하면, 친구들 모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어쨌든 고대를 다니면서 활동을 했었고 그런 것들이 후배들한테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단순히 행사 있으면 후원해주고 이런 정도가 아니라 이 공간을 통해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교류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했었기 때문에 사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공익적인 개념을 가지고 시작하니까 별로 싸울 일이 없어요.


이지연 : 동문회에서 거금을 후원해주는 것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김준수 : 저희도 그런 생각을 한 거죠. 저희가 초기 비용이 1억 5천 들었는데요. 그걸 저희들이 모아서 했으니까요. 우리는 이걸 가지고 만들고 운영하는 게 나름대로 우리가 학생운동을 했고, 진보적으로 살려는 입장에서 이런 공간을 운영하는 게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바라고 생각한 거죠.


이지연 : 정치하시면서 하시다가 갑자기 이 공간을 운영하시게 된 건데요. 저도 카페를 신랑이 운영하고 있고, 저도 같이 하다가 재단에 취직을 했는데요. 공간에 갇혀 있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큰물에 계시다가 작은 데 안으로 들어가시는 게 어떻게 보면 어려운 일일 수도 있고 그 과정 중에서 어떤 게 힘드셨는지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셨을까 여쭤보고 싶었거든요.


김준수 : 저는 진보정당 운동을 오래 했어요. 31살 때부터, 민주노동당이라는 정당을 만들 때부터 지구당 위원장이었고요. 여러 부침이 있었는데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정의당 이렇게 지역 위원장을 18년 정도 했어요. 오래 했어요. 일찍 시작하다보니까 빨리 노쇠해져서. 얼마 전까지 활동의 막내였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갑자기 선배가 되어 버려서. 내가 장기적으로 운동을 한다는 것, 지역에 기반으로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지담을 운영하는 식으로 운동을 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었던 거고요. 이것도 내 후반기 운동을 만드는 데 나쁘지는 않겠다 이런 생각을 하니까. 다만 정당 활동을 하면서 한참 일할 때는 중요한 역할도 하고, 선거 전문가이다보니까, 꽤 큰 선거에서 정당 기획자의 역할도 했었죠. 대통령 선거나 이런 것도 준비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런 것들을 했다고 해서, 지금 이 활동과 비교해서 지금 활동이 덜 중요한 일이라거나 더 작아졌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운동이라는 건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일, 내가 만들어갈 수 있는 일을 얼마나 잘 개척하고 열심히 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그게 더 작아졌다거나 그런 생각은 안 해요. 다만, 진보정당 운동하면서 제일 고민했었던 것 중 하나가 지역에 대한 문제였어요. 지역 내 시민 사회와 연계된 진보적인 관점으로 정책 거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했고요.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지역 활동의 거점들을 많이 만들고 싶었어요. 당시에는 상담 센터 같은 걸 만들어서 지역주민 대상으로 파산면책 관련해서 상담하고, 노동 상담도 꾸준히 했고요. 지역에서 활동을 하다보니, 과거에 정치적인 방식으로 지역 거점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공간적 거점으로서의 지역 공간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지담을 만들어가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18년 동안 지역에서 정당 운동을 했던 연장선이라는 느낌이 있고요. 플랫폼 성북과 협약을 맺었던 것도, 지역 내 거점 네트워크의 공간적 개념으로 지담이 좀 더 확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했던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지역 정치운동 했던 18년의 내 삶과 지금의 지담을 운영하는 것이 크게 다른 건 아닌 것 같다. 위에 있다가 아래로 간 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이 공간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후배들하고 소통하고 이런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학생들하고 하다보니까, 좀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제 표현인데요. 지금은 '커리큘럼이 사라진 시대'예요. 인문학이나 사회학, 혹은 사회에 대해서 많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일정한 단절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8-90년대 민주화운동을 겪었던 세대와는 다르게, 그 이후의 친구들은 현재 대학에 다니거나 졸업했거나 이런 친구들은 광우병 촛불부터 해가지고, 박근혜 탄핵 촛불까지 이 시대를 겪은 친구들이에요. 그래서 세상에 대한 관심도 많고, 내가 왜 힘들게 살아야 하나 라는 자각도 있고 그런 편인데요. 그래서 뭔가 공부하고 싶고,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커리큘럼이 없는 거예요. 뭘 공부해야 할 지, 어떤 강의를 들어야 할 지 이런 것들이 실제로 사라진 시대인거죠.


옛날에 우리는 대학교에 들어가면 면면이 내려오는 커리큘럼이 존재했었어요. 그런데 그런 게 좀 사라진 시대더라고요. 이 친구들한테 선배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라면, 여기서 진행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던 거예요. 일반적인 저자와의 대화 같은 식이 아니라, 이후에 공부 할 수 있도록 인문사회과학적인 인식을 넓히는 커리큘럼이 될만한 좋은 강연을 시리즈로 만든다거나 하는 식으로 하고, 그걸 학생들이 듣고 책을 읽게 되면 또 다른 책을 찾아보게 되고 이런 식으로 문제의식이 확대 될 거잖아요. 그런 고민을 해본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제가 정당 활동을 오래하다 보니 주변에서 다양한 내용을 가진 콘텐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그래서 그런 식으로 강좌를 진행하고 있고요.


이지연 : 서점을 자주 오는 친구 중에서 특별하다거나 아니면 잘 되어서 나갔다거나 기억에 남는 손님인 학생이 있을까요?


김준수 : 지담을 처음 만들었을 때, 자기 블로그에 지담을 소개한 친구가 있었어요. 외국에 유학 가 있는 친구인데요. 친구를 시켜가지고 학교 앞에 이런 공간이 생겼는데 너무 좋다고 하면서. 그 친구의 친구가 찾아와서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올리고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친구가 한국 들어왔을 때 찾아온 적이 있어요. 자기는 인터넷으로만 봤고, 실제로는 못 봤던 건데요. 유학 가서 비자 문제가 있어서 한국에 들어 왔을 때 여기를 한 번 들렀다 간 적이 있어요. 그런 경우가 기억에 남죠. 아무래도. 자기는 학교를 다니면서 서점도 없고 인문학적인 이런 게 없었는데요. 더욱이 그 친구들이 대학에 다닐 때는 이명박 박근혜 시절이라 우울했대요. (웃음) 그런데 자기가 공부 때문에 한국을 떴는데, 우연히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이런 서점이 생겼다고 하니까 너무 좋아서 친구한테 이메일을 보내서 꼭 가서 사진도 찍어서 올려두고 하라고 해서, 그 친구 개인 블로그에 올리고, 한국에 왔을 때 여기를 왔던 거죠. 그게 기억에 남고요.

그런 케이스도 있어요. 여기를 왔다 갔다 해서 지담 운영위원이 되고, 총학생회 간부가 되고 하면서 계속 활동을 같이 하고 이런 친구들이 있고요. 등등 많아요. 학생들과의 관계는 돈이 좀 들어서 그렇지. 술집에서 만나면 술 사주고 나와야 하고... 그런 돈이 들어서 그렇지. (웃음)

<지식을담다> 김준수 공동대표

이지연 : 사람 책을 듣고 왔는데요. 꼰대라는 말을 되게 많이 쓰시더라고요. 꼰대가 되고 싶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요. 꼰대가 되지 않고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여쭤보고 싶었어요.


김준수 : 지금 오는 학생들이 거의 아들 뻘인데요. 저희 아들이 요번에 21살 됐는데요. 아들이 아버지를 바라볼 때 편하고 친하게 지내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자기가 보기에는 꼰대일 거 아니에요. 제가 서점을 한다는 건, 내가 그 친구들하고 뭘 가르쳐주고 이야기하려고 하면 안 되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주제는 던져주되, 실행은 너희들이 하는 거고 어떻게 해볼 수 있겠니? 라고 계속 다가서지 않으면 그 친구들이랑 뭔가를 도모하기는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이미 나는 기성세대이고, 아무리 내가 진보적인 생각과 가치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30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요. 그 친구들이 보면 나는 옛날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내 스스로도 끊임없이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 하고, 이 공간이 그들과 뭔가를 해야 하는 공간이라면 끊임없이 내 스스로가 옛날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꼰대화되는 걸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러다보면 그들에게서 배우는 것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두 번째는, 사실은 젊은 친구들이 어렵게 사는 거에는 우리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우리가 감옥 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싸워서 어쨌든 민주화가 이만큼 됐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에 빠져 있어서 지금의 사회 불평등 문제라든가 젊은 친구들이 고통 받는 문제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86세대들이 갖고 있는 과거 민주화에는 크게 기여했으나 그 이후에 경제적인, 삶에, 생활에 민주주의를 확장시키는 데에는 사실 능력도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또 다른 결과라고 나는 생각 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그들이 어렵게 살고 고민이 많은 이유에 우리 세대의 책임이 있다면, 그 책임을 느끼고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젊은 너희들이나 나이 든 우리들이나 결국에는 2019년에서 동지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렇게 이야기하면 무슨 동지는 동지냐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웃음) 우리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서려면 동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시혜적 관점이 아니라 함께 간다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렇게 해야지 내가 꼰대가 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을 해요.


이지연 : 오가는 학생들하고 되게 편하게 인사 나누시고, 되게 친근한 서점 아저씨. 이런 느낌인데요


김준수 : 컨셉이에요. 컨셉 (웃음)


이지연 : 서점 사장님이고, 책을 판매하고 커피를 판매하는 분인데 그 친구들이 되게 편하게 말을 걸고 선생님도 동생처럼 어깨 두드려가면서 이렇게 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는데요.


김준수 : 그건 제가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웃음) 편하게 대하는 게. 사람이 어려우면 안 되잖아요. 그런 걸 잘 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요. 아래 서가에서 책을 뭘 고를까 이런 친구 있잖아요. 그러면 가끔 제가 내려가요. 서가로 내려가서, 무슨 책 찾아요? 하면서 관심사가 어떠냐고 물어봐서 몇 권 추천해주기도해요. 몇 학년이냐고도 물어보고요. 왜냐하면 그들의 입장에서 뭔가 인문학적인 소양을 쌓고 싶은 욕구가 있는 거죠. 누가 뭘 읽으라고 가르쳐주지는 않고, 자기들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언론에 나오거나, 베스트셀러라고 나와 있는 책 정도를 가지고 검색을 해서 보는 게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정보의 접근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뭐에 관심 있냐고 물어보면, 예를 들어 역사에 관련해서 보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두 세 개 추천을 해주고, 그런 식으로 꽤 많이 해줘요. 그러다보니, 지담 운영위원들이 말하는 게, 이걸 프로그램으로 만들라고 해요. 서점에 판을 하나 붙여서 자기 고민이나 이런 걸 붙이면, 제가 그걸 읽어보고, 면담을 하고, 책을 추천해주고 이런 것들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어떻겠냐. 해서 해보려고 해요. 고대에서 학생회하는 친구들도 많이 오는데요. 그 친구들이 학생회 하면서 어려운 점을 저한테 얘기하면, 제가 프로그램도 같이 짜주고 이런 걸 계속 하니까. 아무래도 더 친해지죠. 지들 고민하는 걸 같이 고민해주고 풀어주고 하니까. 제가 그런 걸 잘 해요. 애들하고 잘 놀아요.


이지연 : 고대 학생들이 주로 오긴 하지만 지역 분들도 늘어나고 있나요?


김준수 : 그렇죠. 지역 분들도 늘어나고 있고, 며칠 전에는 국민대에서 학생들이 강연을 하는데 강연 장소가 없다고 해서 여기서 강연을 하기도 했고요. 요새는 조금씩 성신여대 학생들이 오기도 하고요.


이지연 : 고대 학생들이 주로 오면, 흔히 생각하기에 주민들이 쉽게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김준수 : 그건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단골 주민들도 있어요. 주민들 중에서 안암동 사는 몇 분이 계시고요. 아줌마들끼리 1년 정도 독서 모임을 하신 분들도 많고요. 누구의 지인 이런 식으로 오는 친구들도 있고요.


이지연 : 최근에 가장 편안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김준수 : 이런 순간들인 거죠. 후배들이나 같이 활동하던 분들의 아이들이 지담을 같이 찾고, 그리고 아까 얘기했듯이 젊은 친구들이 저에게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어제도 이번에 졸업하는 친구 한 명이 찾아왔어요. 한전에 지원 했는데 3차에서 떨어졌다고. 그래서 우울해하기에, 제가 아무 것도 아니야. 괜찮아. 언제 기회 될 때 나랑 같이 소주 한 잔 하자. 그렇게 하고 보냈는데요. 저한테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 고맙고, 여기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게 어렵지만 이어오고 있는 게 나쁘지 않구나, 잘 했구나, 그런 게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후배들, 아이들이랑 결합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하면서 그 친구들이 저한테 마음을 여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 그럴 때 뿌듯하고 하기 잘 했다 생각하죠. 물론 월말마다 월세 내고 책값 넣어줘야 하고 자영업자만 아는 스트레스가 있는데요. 그럴 때는 괴롭지만, 그런 순간들을 빼고 나면 지담을 열길 잘 했다 싶은 마음이 들어요.


이지연 : 인터뷰를 하면서 생각을 실천하고 삶으로 보여주고 계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표님이 갖고 계신 삶의 가치가 이 공간으로 통해 후배들에게 천천히 스미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귀한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이지연

현장기록 박범기

편집 「플랫폼성북」 편집위원회  


성북구 시민협력플랫폼 구축사업(2차년도)는/은 성북구 지역시민사회의 자생적 활동 생태계 조성을 위해 활동주체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네트워크 구축을 비전으로 여성·아동 복지 실현을 목표로 하는 지역단체 성북나눔연대, 동 기반 주민모임 성북동천, 성북의 지역활동가 단체 성북마을살이연구회, 성북구 대표 지역법인 함께살이성북사회적협동조합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자치구 시민 주체의 성장을 통한 지역 협치 실현"이란 핵심비전을 갖고 추진되는 서울시 시민협력플랫폼 지원사업에 2017·2018 연속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추진중입니다.  (지원 : 서울특별시, 성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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