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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Aug 27. 2019

자치를 말하다

[플랫폼성북] 창간호|대담 고구마&사이다

정리 최연희


<플랫폼성북>은 지역의 이슈와 현황에 대해서 고구마처럼 답답한 점은 무엇인지, 사이다스럽게 시원한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이른바 <고구마&사이다> 대담을 마련했다. 지난 3월 <지식을 담다>에서 진행된 이자리에는 김지연 (종암동 마을코디), 장영철 (장위도서관장), 최연희 (미래가치와 리질리언스 포럼 대표), 홍수만 (성북마을살이연구회 대표)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구마 타임


장영철 : ('주민자치?'라고 쓴 메모를 가리키며) 주민자치 뒤에 물음표를 붙였는데 이해를 못해서 한 건 아니고요. 18년 정도 주민자치위원회가 하던 역할과 공간이 있었는데 지금 주민자치회를 만드는 똑같이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을 했을 겁니다. 주민센터에 소속되어 있고 주민센터에서 나오는 정보나 그런 것에 손을 들어주고 발맞춰서 지역의 일을 해주는 그런 식에 멈추어 있거든요. 주민자치회가 되면서 50명 정도로 늘린다고 하는데요. 비슷한 형태로 발전이 안 되고, 그 정도 수준으로 머무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지연 : 법적 근거를 살펴보면 자치회관에 관련한 조례 안에 관리의 역할로 주민자치위원회가 들어가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었죠. 조례를 읽어보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사실 굉장히 많은 걸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주민자치회가 인원수를 늘린다 정도 말고는 조례가 보장하는 현재 주민자치위원회의 권한을 뛰어 넘는 게 별로 없어요. 문제는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 어떻게 만들 것인가 입니다.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야 하죠. 


장영철 : 제가 주민자치위원을 해보니까 예산이나 집행할 수 없더라고요. 월 2만원 씩 회의 수당과 한 달에 50만원 씩 운영비가 나온다던데 식사를 하는 식으로 쓰는 거지, 실제 사업을 할 수 있는 돈이 아니에요. 그래서 동에서 어떤 사업을 하고 싶으면 지원 사업, 참여 예산 같은 이런 사업을 할 때 주민자치회의 이름으로 하는 경우도 꽤 많고요. 그런데 이건 일반 주민들도 다 하고 있는 부분이죠. 주민자치회가 현재 제도의 대안이라면 실제로 예산이나 이런 걸 집행하는 게 필요하겠습니다. 내용은 자세히 모르지만 주민세를 주민자치회에서 운영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런 예산이 있다면, 주민들이 주민참여예산으로 해서 따낸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예산을 운영하면서 장기적으로 보고 의사결정을 하고,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사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홍수만 : 주민세의 5%라고 해봤자 크지 않은 금액이고, 현재까지는 단년도 사업이에요. 1년 씩 밖에 못가요. 그런 차원에서 사실 동 단위 주민참여 예산의 액수만 늘어난 것이지, 장기적인 비전이나 예산계획을 새로 수립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아직 있는 거죠. 


김지연 : 주민자치회 시범동인 종암동의 경우를 보면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들어오셨어요. 주민 참여와 관련해서 접하지 않으셨던 주민들도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우리 동에 2200만원의 주민세가 내려온다는데요. 걱정이 앞서죠. 그걸 누가 집행할 수 있을까?


홍수만 : 지금의 주민참여예산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죠. 편성권만 주어진 거지. 집행은 행정이, 결정권은 의회가 갖고 있어요. 실제로 서울시 시민참여예산도 시민이 제안하고 시민 투표로 의사결정을 했음에도 시 의회에서 거부해서 몇 가지가 반려가 된 사례가 있습니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 이렇게 제도만 바뀐다고 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시민, 주민들이 여러 경험치를 얻은 다음에 여기에서 자신들의 공공성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확장됐을 때 성장할 수 있는 거죠. 주민참여예산이나 주민자치회, 마을계획단의 맹점은 제안하는 사람들이 제안하고 심사하는 거거든요. 공공성이 생기는 게 아니라 사실 이미 선정해놓은 것에 대한 인기투표 정도밖에 안 되는 거예요. 

김지연 : 실제로 어느 동에서 주민참여에서 찬반을 물었는데 분위기가 나빴어요. 제안한 사람이 거기에 있어서 다른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거의 99%가 찬성을 했어요. 찬반이 별로 의미가 없었어요. 어차피 다 할 걸 굳이 찬성 반대, 이게 뭐 하는 거예요? 물론 참여한 주민들이 굉장히 오랜 시간 고민했고, 거기에 정말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을 고민하고 왔고, 현장에 와서 다시 한 번 들으면서 최종적으로 손을 들 수 있겠지만 보통 그날 와서 처음 듣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상황에서 여기서 내가 반대를 하면, 이상하다는 느낌도 들고, 결국은 와서 구경만 하다가는 거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주민들이 훨씬 더 다수라는 거고요.


장영철 : 현재의 자치위원은 지역을 많이 알고 계시기도 해서 직능단체나 통장 같은 분들이 많고 위원장은 돌아가면서 하잖아요. 그분들끼리의 네트워크가 있다보니 주민들이 참여하는 걸 선호하지 않고, 그 안에서 결정하는 구조를 더 선호하세요. 자치회가 되면서 더 많은 참여가 생기면서 다양한 채널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로 바뀌는 건데요. 실제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그 부분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수 있고, 저항감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분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기존에 있던 방식으로는 많은 이야기들과 더 다양한 의견들을 꺼낼 수 없다는 점,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했을 때 지역에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공감이 되도록 해야 하죠. 


최연희 : 기대를 드러내주신 두 분께 싸움(?)을 걸고 싶은데요. 저도 현장에서 해보고 나서 절망한 것 하나가, 지금의 주민 숙의나 민주주의에 대해서, 공공성부터 시작해서 탄탄하게 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적으로 주민자치회, 분권, 권한을 주는 식으로 하면 결국 두 가지일 것 같은데요. 하나는 기존에 있었던 자치위원회와 직능단체를 포함한 소위 기득권 세력들이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형식 또는 그들이 다수기 때문에 참여하려는 주민들이 소수가 되어서 결과적으로 소수인 주민들이 실망해서 떨어져 나가거나 또 하나는 그렇게 들어온 소수의 주민들이 이 자치위원회의 룰에 동화되거나. 아닌가요?


장영철 : 저는 시민력의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50명이 갑자기 모여서 의사결정이 이렇게 되니, 자치위원회에서 오신 분들과 굉장히 싸우겠죠. 새로운 분들은 이런 의사결정 구조가 낯설기 때문에 항상 그렇게 결정하던 분들과 싸울 것 아니에요. 계속 부딪치겠죠. 이 과정 자체가 당연하다고 봐요. 필요한 과정이고요. 


김지연 : 많은 주민들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건 다들 공감하는 거고요. 그러면 연습이 필요한데요. 주민자치위원회 분들은 자기들의 시간을 내고, 회의하고 활동하면서 애쓰셨죠. 그러나 한계가 있어요. 인원수도 적고 비슷한 그룹들이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그룹, 청소년이나 젊은 엄마들, 학부모들과 논의를 할 때는 아무래도 부딪치는 부분이 있어요. 지금까지 열심히 하셨지만, 조금 더 다양하게 하고 싶다는 욕구도 있고요. 새로 들어오신 분들도 소수예요. 그분들이 1년 넘게 주민자치를 하면서 저한테 이야기하시는 게, 끊임없이 재미가 없어서 그만 할래. 내가 할 일이 없는 것 같아. 이렇게 말씀하세요. 주류가 하는 대로 주민자치위원회 방식대로 가는 부분이 많거든요. 그래서 새로 들어오신 분들은 나는 하는 게 없는 것 같아. 이렇게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그분들에게 계속 이야기합니다. 본인들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존에 계셨던 분들이 긴장하신다고.

또 하나는 새로운 주민들, 젊은 층들이 주민자치회에 들어가자마자 확 바뀔 수는 없어요. 그럼에도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계속 부딪쳐주지 않으면 변화가 없어요. 내버려두면 10년, 20년 후에 너의 아이들이 컸을 때도 지금하고 똑같을 거라고 설득을 하거든요. 그러면 다들 깜짝 놀라면서 ‘버텨볼까’ 이러죠. 전체 회의를 할 때는 너무 점잖아서 오히려 재미가 없을 정도인데 끝나고 나면 양쪽에서 다 불편함을 이야기해요. 다른 문화들을 맞추려고 하니까 불편할 수밖에 없어요. 서로 다른 거니까요. 지금 1년 4개월째인데요. 분위기는 좋아지고 있어요. 


최연희 : 자치는 민주주의 과정이니 주민들이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건 공감해요. 연습하고 훈련의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 과정이니까요. 그렇게 연습, 훈련이 되도록 해줘야 한다면 권한도 주고,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고 책임도 지게 해주고 그런 실패를 복귀도 해보고 이런 걸로 가면 조금 나을 것 같긴 한데요. 그렇다면 주민자치 영역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주민들이 불편하고 힘든데도 끝까지 이 활동을 계속 하게 만드는 동력은 뭘까요?


김지연 : 아까 공공성을 이야기 할 때, 함께 만드는 거라고 했잖아요. 그 ‘함께’ 에 왜 주민자치위원들은 집어넣지 않고, 왜 쟤들은 다 빼고 있냐고요? 저는 좀 더 넓게, 저 분도 이 분도 내가 보기 싫었던 통장도 누구도 다 만나야 하는 사람인데요. 나처럼 안 한다고 화내시는 분들도 많아요. 좀만 더 넓게 보시면 어쨌든 저 분도 들어와야 하고 저 분도 들어와야 하는데요. 그래야만 우리가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데요. 어떤 분은 수위가 낮을 수 있고, 어떤 분은 수위가 높을 텐데요. 그것까지도 다 보실 수 있는 눈이 생겨야 하죠. 대부분 현장에서도 쟤 싫어서 못 하겠어, 이렇게 이야기하시는데요. 그건 공공성에 완전히 위배되는 거죠.


장영철 : 의사결정을 해야 하니까 어쨌든 지역 주민의 대표성을 띄어야 하는 부분이 있죠. 안 그러면 행정이 그냥 편의대로 갈 테니까요. 저는 좀 답답했어요. 어떤 안건이 주민자치위원회에 올라오는데 동장님이 갖고 오세요. 그런데 이미 결정되어 있는 거예요. 회의 때는 논의보다는 협조를 해달라, 결재를 해달라고 하는거죠. 이럴 때 누군가는 왜 그래야 합니까? 질문을 던지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재밌는 게, 25명의 주민자치위원들 중에 실제로 결정된 의견을 따르시는 분들은 그 중 7-8명 정도거든요. 이 분들 중심으로 분위기를 맞춰 가면 다른 분들은 동조하면서 반 이상 분위기가 형성되면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제가 있었을 때 누군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하니까 평소 동조를 하던 분들이 다른 생각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하면서 결과가 몇 번 바뀐 적이 있어요. 이런 과정이 빈번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 하나, 그렇게 진행해서 의견이 결정되고 끝나면, 공무원들 또는 관련된 공공기관에서 집행해요. 주민들이 어떤 역할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수렴했다로 끝나는 거죠. 사실은 참여와 결과와 결정에 대한 피드백도 받고, 다음 결정까지 계속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요. 물론, 아까 말한 대로 보상 같은 것이 없으면 쉽게 일반 주민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부분은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부분들도 같이 해결이 되어야 하죠. 결정만 했지 아무 것도 없으면 기억도 안 나거든요. 


김지연 : 지금 현재 이런 자리에서 주민자치에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은 지역에서 장사하시는 분, 그 동네에 살면서 그 동네에서 장사하시는 분, 그 동네에 살면서 아기 키우는 엄마들, 그 동네에 살면서 일터에 다니거나, 아니면 시간이 좀 있는 그 동네에 건물이 있으신 분. 그런 분들이 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저는 그 분들도 잘 모아내면 충분히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멀리 가 계신 분들을 끌어다가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실제로 하실 수 있는 분들을 모아 내는 것. 그 분들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도 저희가 할 일 인거에요. 


홍수만 : 그렇죠. 저는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지역 생태계라는 말이 중요한 데요. 진짜 말 그대로 지역 생태를 만들어줘야, 멀리 사시는 분들이 여기서 일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지고 그 분들이 계속 지역의 주민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새롭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아직 그 단계를 우리가 못 넘어서는 거죠.


최연희 : 분권이 권한을 나누는 거잖아요. 그런데 기존에 활동했던 자치위원이나 이런 분들은 소위 지역 기득권층들은 분권 자체를 안 하실 것 같아요. 그분들에게 지방자치, 주민자치에 대해서 어떻게 하냐고 봤을 때는 나한테 권한을 더 주는 거라고 생각을 하지 자기들이 누리고 있었던 권한을 나누는 거라는 생각을 못하실 것 같은 거예요. 동네에서 자치위원으로 행사하면서 대접받는 것에 익숙해지신 분들이 기꺼이 나누게 하는 게 너무 어렵지 않나요?


장영철 : 어차피 그 권리는 본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권리이지 실제로 그 분들의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부딪치면서 그 분들도 이해를 해갈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그동안은 딱 정해진 틀에 정해진 인원, 뽑는 방법도 편하고 의사 결정 구조도 뻔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일단 내가 위원장이면 웬만한 권한이 있기 때문에 의견을 이끌어내기 편해요. 하지만 이건 몇 몇 소수가 결정을 해버리는 구조잖아요. 주민자치회가 되어서 새롭게 한 50명 정도 되는 분들이 계속 의견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내가 갖고 있는 권한들이 다른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행사하는 권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을 과정 중에 배울 수 있다고 보거든요. 이런 과정 중에도 내용을 민주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그 전에는 그런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못해봤었지만, 더 많은 분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내가 못 듣던 소리까지 듣다보면 충분히 변할 수 있도록 생각을 해요.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지 이분들이 오랫동안 그렇게 있었다고 계속 그렇게 있다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을 해요. 그분들도 변할 거고, 새로 오신 분들도 변할 거고요. 


김지연 : 저는 머리로는 자치라고 하는데, 정말 자치를 못하는 건 아닌가 싶어요. 저희가 주민이 자치회를 하면서 주민자치는 주민이 자치를 하는 거라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작년 여름에는 주민자치에는 주민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는 거고, 행정은 오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건 아니죠. 주민자치는 민관이 협력해서 지역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주민자치라고 생각해요. 행정이 필요 없이 주민이 다 하는 것이 주민자치라고 아시는 분이 있어요. 생활에서 자치라는 것들의 경험치가 너무 낮다는 것. 누군가가 질문을 하는 걸 가지고 제가 나한테 반문하는 건가. 내가 틀렸다는 건가. 이렇게 느끼는 문화가. 여전히 지금 있어요. 우리가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구나 이런 걸 끌어내기에는 연습 자체가 너무 많이 안 되어 있다는 거죠. 실제 현장에서 주민 전체의 대표성을 그나마 갖고 있는 50명한테도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는 거죠. 


최연희 : 관장님이 지금 만나고 있는,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는 주민들은 주민 자치나 참여를 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공공 서비스를 누리는 사람들이 오는 거잖아요. 그런 분들이 공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지방분권이나 자치 시대에 자치 역량을 가질 수 있을까요?


장영철 :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단순 이용은 아니에요. 도서관이 사서의 역할이 50년 정도 됐는데요. 그때 도서관은 문만 열어놓으면 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어서 지역의 허브 역할도 하고, 사람들을 모으는 역할도 하는 거죠. 그 정도의 차이가 나는 거거든요.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를 알면 다른 분들도 그걸 채워 간다고 생각해요. 도서관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모임 장소, 정보를 제공하고요. 행사도 하고 상담 등 다양한 역할을 하거든요. 그러면서 인식이 바뀌고 그 분들이 지역에 다시 돌아가서 지역의 문제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역할들을 할 수 있는 거죠. 저희가 도서관에서 <마을인 수다>, 지역 공론장의 역할도 했는데요. 이게 어떻게 보면 공공성이라거나 지역 자치에 대한 부분을 연습하는 과정일 수도 있고요. 시험 삼아서 조그맣게 해보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몇 년 동안 그렇게 진행하면서 도서관도 많이 바뀌었죠. 효과가 보이면, 그 효과에 맞춰서 다시 더 새롭고 더 발전된 방식으로 그런 모임이나 그런 요구들을 맞춰서 다시 계획하고 준비하고 도서관이 할 역할을 다시 찾게 되는거죠. 지역 정보에 대한 요구도 굉장히 많아요. 예전에는 지역 정보를 모아서 붙이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예를 들어 모임 같은 게 있으면 그 분들이 원하는 정보를 별도로 취합하는 거죠. 그런 모임들이 있으면 정보가 더 구체화 하고, 직접적인 정보와 직접적인 내용들로 도서관에서도 서비스할 수 있는 거고요. 그렇지 않으면 사서가 생각하는 것 어떤 지침에 의한 내용들을 모아서 붙여놓는 형태가 되는 거죠. 지역의 정보는 인터넷에 안 나오죠. 그렇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요구하는 것들을 알려줘야 하고, 요구해야 하고요. 


사이다 타임


김지연 : 사실 계속 고민하는 건 주민이라고 했을 때, 내가 생각하는 주민의 범주가 있었구나.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알고 있는 상황에서 더 넓히지 않는데요.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존재만으로도 넓어지고 신경을 쓰세요. 내가 이렇게 했을 때 젊은 엄마가 어떻게 생각할까? 표정을 읽으시려고 해요. 눈치가 보여서. 처음에는 질문이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요. 물론, 당연히 갈등이 생기고요. 현장에서 매일매일 부딪칠 때는 참 답답하지만. 시간이 1년 6개월 이렇게 지나고 느끼는 건, 다들 그 이야기 하시는데요. 손톱만큼 분명히 변하고 있다. 개미 발자국 만큼 변하고 있다. 개미가 발이 6개더라. 그러니 생각보다는 많이 변하고 있다. 그게 현장에서 정말 느껴져요. 연습이 되고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분명. 개미 발자국 만큼 분명히 변하고 있다.


장영철 : 저는 정릉동의 청소년휴카페 관련한 사안을 보면서 희망을 갖거든요. 청소년은 물론 주민들의 참여로 활성화되던 휴카페가 구청 직영으로 운영하게 되면서 갈등이 빚어졌죠. 결말은 아직 안 났는데요. 청소년들이 자기 의견을 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한 것을 거의 처음으로 본 것 같아요. 그 과정이나 방식이 너무 멋지고, 생각도 못한 방식이었고요. 아이들은 오히려 쉽게 하는 것 같아요. 어른들 사회도 똑같은 것 같아요 그 동안에 내가 한다고 통할까? 하는데 통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김지연 : 현장에 있을 때 가끔 느끼는 건 지금 저희가 한 걸음 뒤에서 보면 그 과정이 참 멋진데요. 갈등이 일어날 때 그 갈등을 계속 조정해가는 과정이 멋지고요. 마을만들기가 제일 잘 되는 곳은 다 문제가 있는 곳이에요. 갈등이 일어나야지 그 과정에서 서로가 소통하고 무엇이 옳은가를 논의하기도 해야 하는데요. 현장에 있을 때는 분노할 때 분노하는 것, 이거 아니잖아요. 그러면서도 어쨌든 조정해가는 과정들이 필요하죠. 아무 문제도 없으면 정말 아무 것도 안 하시거든요.


홍수만 : 갈등이 왜 문제가 되냐면, 갈등을 계속 숨기려고 했으니까 그게 나중에 더 크게 터지는 거죠. 근데 이걸 우리가 빨리 발견해서 빨리 공공화 시키는 이 과정이 사실 되게 중요하고 그걸 같이 논의했을 때 공공성이라는 게 성립할 수 있잖아요. 직능 단체가 너무 천편일률적인데요. 그 지역 상황에 맞게끔 직능 단체를 만들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런 것도 필요한 것 같고요. 그럼에도 저같은 사람이 계속 문제제기를 하는 이유는, 문제제기가 있어야 그나마 개미 발톱만큼의 변화라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찾을 수 있는 거거든요. 


최연희 : 우리가 오늘 분권과 자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다양한 영역에서 이미 자치활동들이 벌어지고 있죠. 우리가 모르거나 그걸 자치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을 뿐이죠. 그런데 다양한 영역에서 시민들은 이미 깨어 있으며 스스로의 권리들을 찾고 있는 상황인데요. 전에는 우리한테 권한이 다 주어진 줄 알았기 때문에 주민참여라는 이름으로 누렸어요. 이제는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성북구는 거꾸로 시민참여 주민참여 영역이 건강하고 탄탄해지고 민 쪽에서 관이 아닌 민쪽에서 하는 영역들이 나타날 수도 있는 좋은 시기일 수도 할 것 같아요. 각자의 영역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를 같이 계속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글 최연희

패널 김지연 (종암동 마을코디네이터), 장영철 (장위행복누림도서관장), 홍수만 (성북마을살이연구회 대표)

현장기록 박범기

편집 「플랫폼성북」 편집위원회  


성북구 시민협력플랫폼 구축사업(2차년도)는/은 성북구 지역시민사회의 자생적 활동 생태계 조성을 위해 활동주체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네트워크 구축을 비전으로 여성·아동 복지 실현을 목표로 하는 지역단체 성북나눔연대, 동 기반 주민모임 성북동천, 성북의 지역활동가 단체 성북마을살이연구회, 성북구 대표 지역법인 함께살이성북사회적협동조합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자치구 시민 주체의 성장을 통한 지역 협치 실현"이란 핵심비전을 갖고 추진되는 서울시 시민협력플랫폼 지원사업에 2017·2018 연속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추진중입니다.  (지원 : 서울특별시, 성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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