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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Jun 04. 2017

티티카카 다이닝 클럽

[1호·창간호] 성북동, 맛있는 이야기|글·사진 김기민

 ‘성북동부엌’은 매주 목요일 저녁 성북동 카페 티티카카에서 열리는, 포트럭 파티 방식의 저녁식사 모임으로 매 끼니 꼬박꼬박 챙겨먹는 것이 일인 1인 가구 독거생활자들의 건강한 밥상을 성북동에서 차려보고자 만든 소모임이다. 사실 다른 누구의 밥상을 걱정하여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나의 밥상이 경보음을 울리고 있었고, 나를 살리는 (?) 것이 가장 시급했다. 홀로 나와 살며 먹을 것 제대로 못 챙겨 먹기를 1년, 이러다 죽겠다 싶어 요리에 대한 없던 관심을 쥐어 짜내기로 한 것. 일단 먹고 살고 봐야 하니까. 어차피 차려먹을 밥, 일주일에 한 끼 정도는 사람들과 함께 먹는 것도 좋지 싶었다. 그렇게 티티카카에서 ‘성북동부엌’이 시작되었다. 그것이 지난 7월의 일이다.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4~6인 규모의 식탁을 기대했고 그만한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나와 비슷한 고민, 유사한 외로움, 대동소이한 고립감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주변에 존재하고 있으나 그들을 모이게 할 계기가 딱

히 없었을 뿐임을 확인했다.


 부엌은 무엇이든 혼자 하는 것에 이제 익숙하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혼자하기를 희망하지는 않은 사람들의 소소한 해방구다. 때때로 같이 먹고 싶지만 친구와 약속을 잡자니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과정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막무가내로 밥을 먹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인 사람들의 탈출구이기도 하다. 성북동부엌은 그들의 만남과 식사를 주선하는 중개인인 동시에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개인의 집을 낯선 사람에게 개방하기 쉽지 않지만 카페는 상업 공간이므로 원래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까닭에 공동체 부엌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불편이 없다. 게다가 저녁 시간이 한가한 유휴 카페 주방을 새로운 용도로 활용함으로써 카페는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가 되어 좋고, 공동의 부엌과 식탁이 필요한 사람들은 필요한 공간을 제공받아 좋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소정의 참가비(입장료)를 내고 각자 준비한 음식을 지참하면 되며, 직접 요리하여 가져오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감자와 양파 같은 식재료로 대체할 수 있으며, 구입한 음식이나 현찰로 갈음할 수도 있다. 이외에 참여를 제한하는 조건은 없다.


*포트럭 파티 Potluck Party : 주최자가 모든 음식을 준비하는 파티와 달리 참가자들이 각자 준비해온 요리를 함께 나누어먹는 파티


소개할 요리 ‘동그랑땡’ - 추석맞이 전 부치기


 동그랑땡을 비롯한 각종 전과 잡채 등 명절 차례상과 잔칫집에서나 볼 법한 음식들을 나는 참 좋아했지만 차례는 큰 집에서 치뤘고 집에서 잔칫상을 차린 적은 없었다.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어머니께서는 잘 해주시지 않았고, 보통 식당에서도 만나보기 어려웠다. 나는 그런 음식들은 명절이 되거나 남의 잔칫집에나 가야 먹을 수 있는 귀하고 어려운 음식인줄만 알고 지금껏 살아왔다.

 카페에서 밥 해먹기, 나아가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기 3개월 차가 되니 혼자서도 이것저것 시도해보게 되었는데, 기본을 익히니 그 동안 내가 좋아하지만 자주 먹을 수 없었던 것들을 요리하고 싶어 추석 특집 낮술모임에서 동그랑땡을 내놓기로 마음먹었다.



재료 : 돼지고기 간 것(한살림 돼지고기 분쇄육, 1팩 300g), 부추 한 줌, 당근 반 개, 두부 반 모

양념(밥숟가락 기준) : 참기름 반 큰술, 다진 마늘 반 큰술, 소금, 후추 부침 준비 : 달걀 한 개 풀어서 준비, 밀가루, 식용유


순서

1. 돼지고기에 소금과 후추를 넣고 간하여 조물조물 섞어줍니다.

2. 당근과 부추를 잘게 다집니다. (부추가 없을 경우 파로 대체 가능)

3. 강포나 키친 타올 등으로 두부의 물기를 뺀 뒤 위생봉투에 넣어 입구를 밀봉한 다음 으깨줍니다.

4. 돼지고기에 잘게 다진 당근과 부추, 다진 마늘, 으깬 두부, 참기름 반 큰 술을 넣은 뒤 잘 섞어줍니다.

5.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달궈줍니다.

6. 동그랑땡 반죽을 경단처럼 둥글둥글하게 뭉쳐 밀가루를 묻힌 다음 풀어놓은 달걀을 입혀 달군 프라이팬에 올립니다.

7. 너 댓 개의 반죽이 프라이팬에 올라가면 맨 처음 올린 반죽을 뒤집어 뒤집개로 살포시 눌러서 동그랑땡의 모양이 나오게 펴줍니다.

8. 앞에 올린 반죽들이 노릇노릇하게 잘 익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계속 부칩니다.

9. 키친 타올을 올려놓은 접시에 잘 부쳐진 동그랑땡을 옮겨놓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내가 직접 만들어 내 입에 넣는다는 것의 의미를 혼자 살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 알고 보니 그것은 ‘나’라는 존재를 완성시키는 과정이었다. 사람이 나이가 차면 부모 곁을 떠나 혼자 살며 저 스스로 밥 벌어 먹고 살아봐야 어른이 된다는 말은, 어쩌면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완성되는 우리의 삶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부엌과 요리는 내게 그 의미를 가르쳐주고 있다.



김기민 카페 티티카카 및 성북동 부엌 운영장



※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1호·창간호는 성북구청 2013 성북구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3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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