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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Jul 04. 2017

한번 가고 나면 다시 찾게 되는 우리동네 빵집

[2호] 우리 가게를 소개합니다|대담 및 정리 김홍식 

샤뽀블랑 vs 오보록


  성북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많은 가게들이 들어서고, 성북동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성북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런 변화들이 성북동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고, 성북동의 역사, 문화와 어우러지기를 바란다.

  이 코너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갈 의미 있는 가게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이번 호는 성북동 빵집 이야기다. 대규모가 아니라 수제 빵집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들어선 두 빵집이 서로 자신만의 특징을 잘 지켜 나가며 성북동의 상징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니 이 글은 VS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대결을 뜻하지 않는다. 둘이 경쟁하듯 성북동의 수제 빵문화를 만들어가기를 바라는 우리의 기대가 담긴 제목이다.



- 먼저 어떻게 제빵을 하시게 되었나요? 간단히 개인적 이력과 동기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샤뽀블랑    어려서부터 만들기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요리사나 무언가를 만드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는데 가족들의 권유로 제빵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꿈으로 김해에서 작은 빵집에서 시작했지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서울로 올라와 어느새 19년차가 되었네요. 현재 제과기능장이며 제과협회 기술 지도위원 및 시험감독 위원을 하고 있습니다.


오보록    십여 년 전 우연히 빵 장수 야곱이란 책을 선물을 받아 읽고 감동을 주체할 수 가 없어서 무작정 제빵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먼훗날 몸과 마음의 허기를 채워 줄 수 있 는 지혜롭고 넉넉한 빵 장수를 꿈꾸면서…. 

저는 2003년 SPC 그룹 입사해 2012년 퇴사 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제빵을 위한 천연 발효종을 연구하였습니다.



- 특별히 성북동을 선택해서 빵집을 시작하게 된 이유나 동기가 있으신지요?

샤뽀블랑    결혼해서 자리를 잡고 세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15년 정도 성북동에서 살았습니다. 성북동에서 빵집을 차리고 싶었으나 너무나 막강한 나폴레옹이 버티고 있어 선뜻 차리지 못하고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나 성북동에서 프렌차이즈가 아닌 나만의 빵을 성북동 주민들에게 선보이고 싶어 차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 세 아이들에게 아빠가 만든 갓 구운 맛있는 빵을 먹이고 싶은 이유도 한몫 했습니다. 등하교 길에 가게에 들러 “아빠, 다녀오겠습니다.”“아빠, 다녀왔습니다.”하며 아이들이 수시로 들려 얼굴 볼 수 있는 작은 행복도 있어 더욱 좋습니다.


오보록    성북동은 부모님이 오랜 세월동안 계시던 곳이고, 저 또한 자라왔던 곳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이곳에서 저희 가족이 새롭게 시작하는 작고 소중한 일터를 마련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 상호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샤뽀블랑    저희 샤뽀블랑은 불어입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쉐프로 일하고 있는 친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CHAPEAU 샤뽀는 '모자'라는 뜻이고 BLANC 블랑은 '흰색'입니다. 즉, 흰색모자로 요리사 모자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 로고인 요리사 모자 안에 주도구인 거품기, 스파튤러, 밀대를 그려 넣었습니다.


오보록    ‘Oborok'(오보록)은 ‘오보록하다(자그마한 것들이 한데 많이 모여 탐스럽고 소복하다)의 어근으로 순 우리말 이름입니다. 작은 마음들이 모여 풍성한 기운을 내뿜는 것처럼 저희 가족도, 성북동 오보록에 오시는 손님들도 이렇게 작지만 항상 다복한 모습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상호를 짓게 되었습니다.



- 재료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것 같습니다. 밀가루 발효종 설탕 등에 대해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케익은 발효를 시키지 않으니 사용계란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선택하는 기준이 있으신지요?

샤뽀블랑    빵의 각각의 특성에 맞게 여러 가지 밀가루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1등급 밀가루, 우유, 우유버터, 100%우유 생크림, 농장에서 바로바로 받아오는 계란 등을 엄선해서 사용합니다. 유럽빵(바게트, 깡파뉴 등)은 단백질 함량이 적고 회분 함량이 높은 유럽에서 생산된 밀가루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유럽빵은 조금 거칠 수 있지만 건강빵은 건강빵답게 소프트한 빵은 소프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밀은 우리나라 토종밀인 앉은뱅이 밀(진주, 남해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토종 밀)을 그날그날 직접 분쇄하여 사용합니다. 그리고 케익에 사용하는 크림 역시 100% 우유생크림(동물성크림)을 사용합니다. 모든 재료를 직접 손질하려면 손도 많이 가고 힘들지만 직접 손질해서 사용하고 최대한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오보록    유기농 밀가루, 통밀가루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밀가루 사용은 빵의 기본이라 할 수 있고, 발효종 또한 우리친환경 대추와 유기농 설탕을 이용해 직접 배양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천연 버터와 우유생크림, 1등급 A원유, 프랑스산 절임 과일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작년 빵집을 시작하면서부터 직접 답사하여 팥과 서리태 등 곡식 재료를 농장과 직거래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매일 콩과 팥을 졸여서 주셔서 그 맛 또한 담백한 것이 오보록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 판매하시는 빵종류, 주재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개인적으로 특별히 좋아하는 빵이 있는지요?

샤뽀블랑 : 유럽 빵에는 우유, 설탕, 버터,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앉은뱅이 밀을 사용한 르방(천연효모)을 이용한 정통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습니다(요즘은 변형된 일본 스타일의 건강빵에 설탕,버터,쇼트닝을사용하는 빵집들도 많습니다. 약간 소프트한 하드계열 빵이지요.). 앉은뱅이 밀20%인 식빵, 30%인 샤뽀블랑, 100%인 통밀빵이 있습니다. 또한 통호밀도 직접 분쇄해서 100%호밀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고구마케, 고구마빵도 있는데 들어가는 고구마 역시 직접 손질해 사용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빵은 바게트입니다. 저희가게 바게트는 터키산 밀을 사용하는데요 담백한 맛과 누룽지와 같은 고소함 그리고 속은 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손님들도 아주 좋아들 하십니다.


오보록 : 빵 종류는 하드계열 건강빵, 식빵, 단팥빵으로 간단한 구성입니다. 저희 빵은 대부분 설탕이나 버터를 줄이거나 넣지 않은 빵입니다. 대신 대추, 오렌지, 호두, 크랜베리 등 견과와 건과를 재료로 합니다. 식빵은 국산 서리태, 우유 생크림, 각종 씨앗과 귀리 등이 들어있는 건강 식빵입니다. 정선에서 구입해온 팥을 넣고 뽕잎으로 반죽한 단팥빵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빵은 저희 가게에서 이름지은 ‘지고지순 바게트라’는 이름의 빵인데요, 순수한 맛의 고소한 바게트입니다. 밥 같아서 좋습니다. 가끔은 아침 식사로 김치나 나물과 함께 샌드 해서 먹기도 합니다.



- 다른 가게와의 차별화를 위해 신경 쓰며 생각하시는 점은 어떤 것이있나요?

샤뽀블랑 : 차별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선함이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맛있는 어떠한 음식도 시간이 지나면 맛이 없어지니까요. 당일생산 당일판매를 원칙으로 하며 갓 구운 빵을 고객님들께 공급하려고 노력합니다. 저희 아이들 삼남매에게 샤뽀블랑 어떤 제품도 맘놓고 먹일 수 있는 정직한 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은 빵들은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에 기부을 하고 있습니다


오보록 : 저희는 빵 이외에도 유기농 커피와 수제잼, 다양한 수제 과일청 음료도 함께 하 고 있습니다. 수제를 고집합니다. 왜냐하면 음식은 손길을 거칠수록 그 맛이 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손길은 정성입니다. 정성은 마음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담은 음식을 소중한 분들과 나누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생각하면서 오보록을 일구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시면 집같이 푸근하다고 말씀하십니다.



- 혹시 제빵사로서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제빵사로서 고집하는 것이나 목적이 있으신지요?

샤뽀블랑 : 저만의 노하우는 정성입니다. 좋은 재료와 위생 등은 기본이고 정성을 다해 빵 하나하나를 만드는 것과 그냥 일로서 만드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요. 또 하나는 끓임 없이 노력하고 연구하고 테스트해 가며 나만의 스타일의 빵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그 하나의 예로 저희 샤뽀블랑에만 있는 뺑오프리와 샤뽀블랑 입니다. 뺑오프리와 샤뽀블랑은 일반빵의 4배정도 되는 크기로 크게 만듭니다. 크게 만드는 이유는 고온에서 긴 시간을 굽기 위함입니다. 견과류나 앉은뱅이밀의 향이 깊이 배어 나오고 수분이 유지되어 더욱 촉촉하고 구수한 향이 나기 때문입니다.


오보록 : 노하우라면 손맛? 밀가루와 물이 만나면 반죽이 되지요. 반죽은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아이를 잘 만져주고 토닥여주고 기다려 줘야지 예쁘게 잘 자라난답니다.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전 이 아이들을 잘 어루만져주는 엄마의 손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굳이 고집 하는 것 이라면, ‘공부하는 빵쟁이가 되자’입니다.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연구하고 시도하고, 공부하는 자세로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 제빵사로서, 저 개인의 약속이자 고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야 처음 빵을 시작 했을 때의 꿈과 가까워질 수 있으니까요.



- 약간은 추상적인 질문인데 만들면서 하시는 생각이나 그런 것이 있나요?

샤뽀블랑    빵을 만들면서, 판매 하는 사람이기 전에 내가 고객의 입장이 먼저 되어 봅니다. 과연 이 금액을 지불하고 기쁘게 살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 합니다. 내가 먹어서 맛있고 만족스러워야 고객들도 맛있게 드실 수 있기 때문이지요. 모든 제품 하나 하나에도 완성도를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오보록    제 빵은 밥 같은 빵이고 싶습니다. 밥집 아줌마가 건강한 밥상을 차리듯이 저도 저희 집 테이블에 빵 한상 차리면 배불리 드시는 모습이 연상이 됩니다. 그래서 오보록 빵 진열대는 밥상 모양으로 특별히 제작 했답니다.



- 기억에 남는 손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샤뽀블랑    처음 저희 샤뽀블랑에 오신 고객의 표정이 못 미더운 표정의 떨떠름한 표정으로 빵 한 개만 골라 사 가시더니 2번, 3번 오시면서 밝은 표정으로 바뀌고, 지금은 단골 고객이 되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홍보도 많이 해 주시고요. 참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고 한편으로는 제빵사로서 뿌듯함을 느낌니다.


오보록    두달 전 오픈 때 처음 오셔서 거의 매일 오시는 손님이신데, 빵을 잘 먹지 않았던 아이들이 오보록 빵을 매일 아침밥으로 달라고 해서 퇴근하실 때나 아님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장을 보시듯 잠깐 들러 빵을 들고 가시는 손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밥집 아줌마의 본분을 다 한 것 같아서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 우리 가게만의 자랑이나 홍보를 한마디 해 주시죠.

샤뽀블랑    샤뽀블랑제품은 직접 반죽하여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토종밀인 앉은뱅이 밀을 직접 분쇄하여 천연 효모종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치나 청국장처럼 본래 천연 발효음식인 빵은 과일, 곡물등에 존재하는 천연 효모로 부풀게 할 수 있습니다. 보기에는 투박해 보이지만 오랜 시간 발효를 거쳐 만들어 지기 때문에 천연 발효빵만의 깊은 맛을 냅니다. 천연발효빵의 좋은 점은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유기산이 깊은 맛을 내며, 천연 발효종속의 미생물이 PH를 낮춰 유해 세균을 막아주고, 발효 과정에서 향산화 효소들이 생성되므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등 아주 많습니다.


오보록    저희 가게엔 아버지, 어머니가 계십니다. 다소 젊은이들처럼 서비스가 재빠르지 않더라도 편안함과 다정한 마음으로 손님들을 맞으십니다. 그리고 저희 가족은 이 오보록을 꾸려나가면서 서로 돈독해졌다고 할까요? 가족이란 이런것 같습니다. 깨알같이 밉다가도 씩한번 웃으면 모든게 이뻐보이는…. 이런 집 같은 빵집에서 속편하고 건강한 빵맛을 보시는 것도 좋으실 겁니다.



- 가게의 입장에서의 성북동이 앞으로 어떤 동네가 되었으면 좋은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샤뽀블랑    가장 번화한 서울 속에 시골 같은 느낌의 정감 있고 사람 살아가는 냄새가 나는 인간미가 있는 옛스러운 성북동…. 지금 이대로 변화 없이 유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오보록       우선 성북동 하면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옛스러움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성북동만의 또렷한 색깔이 있는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큰 빵집과 작은 빵집들이 각자 본인들의 개성으로 빛깔을 내어 더불어 공생 하면서 성북동을 찾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성북동 하면 문화와 역사와 빵이 있는 곳…, 이라고 기억되길 바랍니다.



김홍식은 이 글을 인터뷰하고 정리하였다. 그는 본지 편집위원이며, 성북동에서 40년이 넘게 살았고, 지금도 북정마을에서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성북동 사람들이 성북동을 떠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회사원이다.



※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2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4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4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2017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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