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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Nov 15. 2017

성곽 길을 걷다

[4호· 특집] 한양도성 성북동 구간 답사기 1│글 서순정

  “한양도성에는 4대문과 4소문을 두었다. 4대문은 흥인지문(동대문), 돈의문(서대문), 숭례문(남대문), 숙정문(북대문)이며, 4소문은 혜화문(동소문), 소의문(서소문), 광희문(남소문), 창의문(북소문)이다. 이중 돈의문과 소의문은 멸실되었다. 또한 도성 밖으로 물길을 잇기 위해 흥인지문 주변에 오간수문과 이간수문을 두었다. 한양도성에는 한국 역사가 아로새겨져 있다.”


  삼국시대 이래 우리 민족이 발전시켜 온 축성기법과 성곽구조를 계승하였으며, 조선시대 성벽 축조 기술의 변천, 발전과정을 고스란이 담고 있다. 처음 축조 당시의 모습은 물론이고 후에 보수하고 개축한 모습까지 간직하고 있어, 성벽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역사의 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문화 유산이다.


  스무 살 이후 이사를 6번 정도 다녔다. 그 중 서울에서만 4군데를 머무르게 되었다. 작년 추석 즈음 우연히 4대문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상경 하기 전 친구가 사대문 안에 살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스쳐 들었는데…. 사대문 안은 아니지만 사대문 바로 아래 둥지를 틀게 되었다. 처음 이사를 오고 동네만 돌아다녀보다가 우연히 성곽길이 눈 앞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지리에 약한 사람이었다. 밝은 낮에 보아도 그 웅장함과 견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한양도성을 다 걸어보고 싶어졌다. 성북구에 걸쳐진 성곽길은 낙산공원에서 혜화문까지 그리고 성북초교 근처에서 부터 숙정문까지 이어 진다.


  날 좋은 날에는 자주 성곽길을 걷곤 한다. 혜화문에서 낙산공원으로 이어지는 곳은 내사산의 한 구간이다. 북쪽의 백악산(북악산, 342m), 동쪽의 낙타산(125m), 남쪽의 목멱산(남산, 265m), 서쪽의 인왕산(338m)을 가리켜 내사산이라고 하는데, 내가 자주 걷는 이 구간은 내사산에서 가장 낮은 산인 낙산으로, 경사가 완만하고 도로 인접하여 찾기도 걷기도 쉽다. 낙산공원에서 성북동 방향을 바라보면 오밀조밀 다세대주택들이 모여 있는 뒤쪽으로 우뚝 우뚝 솟아 있는 아파트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풍경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금 이른 저녁부터 성곽부터 불빛이 켜지면 더욱 그림 같은 오묘한 야경을 즐길 수 있다. 등산을 싫어 하는 사람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혜화문(동소문)에서 숙정문(북대문)까지의 구간에는 중간 중간 성곽이 끊어져 있다. 한양도성은 처음 축조된 뒤에도 여러 차례 보수, 개축되었는데 한양도성 홈페이지나 여러 자료를 통해 성곽의 변화된 모습을 미리 보고 멸실, 훼손된 구간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역사 공부가 될 것 같다. 혜화문 바로 근처에 1941년 일본인에 의해 2층 목조건물로 건립되고 개인 주택으로 쓰이다가 1981년도부터 서울시장의 공관으로 사용되었던 곳을 만날 수도 있고, 성곽 바로 아래 오밀조밀 자리 잡은 다세대주택들을 만나거나, 어느 시골 마을처럼 텃밭을 만날 수 있어 서울 안에서는 드물게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백악(북한산)은 옛 서울의 주산이다. 내사산 중 가장 높은 산으로 공극산, 면악이라고도 하였으며 산세가 ‘반쯤 핀 모란꽃’에 비유될 만큼 아름다운 산이라고 한다. 1968년 1.21 김신조 사태 이후 출입이 제한되었다가 2007년 이후 개방되었다. 군사 경계 지역이기 때문에 창의문과 숙정문, 말바위로 입장을 하려면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입장 이후에도 사진 촬영이 금지 된 곳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런 곳에 방문하면 평소에 잊고 있던, 우리가 분단국가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한양도성은 문화재청에서 2016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아직도 성곽 길을 걷다 보면 성곽에 올라서서 사진을 찍거나 땀을 식히고 있는 시민 들을 곳곳에서 쉽게 만나게 된다. 문화유산이기 때문에도 성곽에 올라타면 안 되지만 위험할 수도 있으니 세계문화유산이 될 지도 모르는 성곽을 사랑하고 지켜 가면 좋겠다.



서순정은 경북 영주에서 서울로 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성북동천’ 회원이다. 마을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성북동천’과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성북동을 비롯한 서울의 옛 정취가 남아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취미 중 하나다. 그동안 ‘건축교실’과 ‘성북동, 시인과 만나다’ 등의 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마을과 사람살이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년부터는 본지 편집위원으로 함께 일할 계획이다.


※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4호는 2014년 '한옥마을 및 한양도성 인근 마을 가꾸기 공동체 희망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4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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