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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Nov 05. 2017

성북동 아름다운 지구인,
녹색연합입니다

[9호] 우리동네 NGO NPO|글 박효경

  녹색연합은 올해 26년이 되는 환경단체입니다. 미래세대에게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을 건강하게 물려주기 위해 생태현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끈질기게 활동하는 곳이라 자랑하고 싶네요. 녹색연합은 우리나라의 핵심 생태축인 백두대간을 보호하고, 야생동물과 그들이 살고 있는 삶터를 지킵니다. 안전하고 순환 가능한 녹색생활과 생태문화를 알리고, 위험한 핵발전으로부터 전환하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지요. 본부와 9개 지역조직, 4개의 전문기구가 있는데 서울 성북동에는 본부와 녹색법률센터, 녹색사회연구소, 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함께 사무실을 쓰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이 성북동에 자리를 잡은 해가 2002년이었으니, 벌써 15년 전 일입니다. 종로 기독교연합회관 빌딩에서 이사를 했는데, 당시 한 달에 몇 백만 원의 임대료를 내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환경문제가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환경문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이사 할 곳을 찾다가 운 좋게도 우연히 경매로 지금 이 주택을 알게 되었고, 활동가들이 직접 손을 보태어 마당과 텃밭이 있는 사무공간으로 꾸민 끝에, 4월 어느 날 동네 주민들을 초대하여 집들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5년을 성북동에서 살아 온 녹색연합 사무실은 녹색연합을 담고 있고 그러면서 서로 닮아가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잘 보여주는 사무실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습니다.

  우선 녹색연합 사무실에는 없는 것이 3가지 있습니다. 첫째 개인휴지통이 없습니다.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만들고 재활용품은 꼼꼼히 분리수거 합니다. 음식물 찌꺼기는 대부분 지렁이 퇴비더미에 버려 흙으로 돌아가도록 합니다. 두 번째, 에어컨과 난방기기가 없습니다. 여름철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피크전력과 겨울철 난방기기 사용 증가는 우리나라 발전소 증설의 가장 큰 근거입니다. 녹색연합은 에어컨 없이 선풍기로 여름을 나며 대신 무더운 한여름에 약 2주 자율근무제를 합니다. 세 번째, 일회용품입니다. 주방에 머그컵과 식기, 수저 등을 구비해두고 사무실 출입문 앞에 여분의 장바구니를 모아두어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도록 합니다. 사무실 생활뿐만 아니라, 행사나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이컵을 쓰지 않기 위해 다회용 컵을 준비하며, 나무젓가락

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와 더불어 사무실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꼭 자랑하는 것이 있습니다. 먼저 녹색연합의 전기요금 고지서입니다. 녹색연합은 3층 단독주택을 사무실로 사용하는데, 40여 명이 근무하는 건물 전체 전기요금이 월 2만원 정도밖에 안 나옵니다.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가 있기도 하지만 멀티탭과 천정 조명등마다 있는 개별 스위치, LED 조명으로의 교체 등 절전과 에너지 효율 증대 노력에 기인한 바도 큽니다.

  저는 마당에 조그맣게 마련된 텃밭을 제일 좋아합니다. 두세 고랑쯤 되는 곳에 토마토, 깻잎, 고추가 자라고 있어 점심에 톡톡 따먹습니다. 텃밭 한쪽에 흙무덤을 만들어 지렁이가 살게 하고 채소나 과일껍질 등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면, 이것이 텃밭을 기름지게 만드는 거름이 됩니다. 햇살 좋은 날이면 잠시 쉬었다 가는 공간이면서 도심에서 잠시나마 자연을 느끼게 하는 곳이 녹색연합 사무실이지요.


  이렇게 공간 자체가 환경교육이 되는 녹색연합 사무실을 아직 주민들이 잘 모르시기도 하고, 사실 성북동에 녹색연합이 있다는 것조차도 모른다는 점이 참 많이 아쉽습니다. 물론 녹색연합의 주요 활동 현장이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저 멀리 떨어진 생태현장이다 보니 성북구라는 도심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후쿠시마 핵 사고를 계기로 녹색연합과 성북구청이 협력하여 성북구민들과 함께 성북구 절전소 활동을 6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절전이 곧 발전’이라는 <실감나는 성북 절전소> 활동은 성북구 내의 동마다 절전소를 설치하고 절전소장을 뽑아 에너지교육을 진행하며, 함께 성북구의 에너지 절감 목표를 정한 뒤 어떻게 그것을 달성할 수 있을지 실천 과제를 고민하여 이를 시도합니다. 2016년 말에는 성북구의 약 2만 7천 세대가 절전소 활동에 참여하여, 성북구 전체 인구의 18%가 쓰는 양 만큼의 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성북구 절전소 활동처럼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할 수 있는 실험들을 지역주민들과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 할 수 있을까? 사람길, 녹지를 자동차길보다 더 늘릴 수는 없을까? 더 많은 궁리와 수다가 필요합니다.


  녹색연합에 놀러오세요. 함께 수다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멋진 일들이 생길 겁니다. 많은 일들이 그러했 듯이요.



박효경은 녹색연합 상상공작소에서 일합니다. 상상공작소는 녹색연합의 활동들을 알리면서 관심자들과 협력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시도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놀라운 일도 아주 작고 하찮은 수다에서 비롯됐다고 믿으며, 세상에 잡담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9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7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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