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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Nov 07. 2017

성북동 좋은 선생님

[9호] 주민인터뷰|글 윤경미

-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 것을 시작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공부를 즐길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제 10년차가 되는 선생님입니다. 교육청과 국립 도서관 강연을 통해 학부모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 아이들이 공부를 좋아하게 할 수 있다고요? 정말 가능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사실 아이들에게도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 마음을 발견해주고 그것을 불씨 삼아 도전하고 성취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면 됩니다. 어떤 것에 도전한 후 그것을 성취했을 때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요, 게임에 중독되는 것도 바로 이 도파민이라는 호르몬 때문입니다. 도파민이 분비될 수 있도록 학습지도를 하면 공부에도 중독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문제 푸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 역시 도파민 분비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이렇게 공부를 좋아하는 것이 일부 천재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개인차와 수준차는 조금씩 있고,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를 놓치면 성과가 적긴 합니다만, 가능한 한 어릴 때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 누구나에게 가능한 일입니다.

  스스로 공부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과정을 꾸준히 맛보고 누린 아이는 살아가며 부딪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좌절하는 일도 적습니다. 이런 아이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성인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가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려면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관심을 두고 관찰하며 적절한 과제를 제시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도전하고 싶고, 또 성취할 수 있는 수준의 과제를 정확히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너무 쉬워도 또 너무 어려워도 안 됩니다. 즉 도파민이 분비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아이 한명 한명에 맞추어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 어떻게 성북동으로 오시게 되었나요?

  가끔 상담 오시는 어머니들도 같은 질문을 하셔요. 솔직히 성북동에 자리 잡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언덕길 막다른 골목에 있는 저의 공부방은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고, 특히 아이들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강아지 짖는 소리, 새소리 말고는 소음이 전혀 없는, 그래서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이와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함께 공부하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곳이죠.

  저는 아이들이 일기를 쓸 때 날씨를 꼭 관찰하고 쓰도록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의 모양이 어떤지? 흐린 날의 하늘과 맑은 날의 하늘이 어떻게 다른지? 해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 햇빛이 피부에 닿을 때 느낌은 어떤지? 아이들과 함께 그 감각을 느끼고 글로 옮깁니다. 그런데 시장통같이 학원이 따닥따닥 붙어있는 대치동 학원가는 이렇게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없어 너무 삭막합니다. 아마도 이것이 제가 원래 활동하던 대치동을 떠나 성북동에 자리를 잡은 이유일 거예요.

  감각을 통해 세상을 느끼는 것은 학습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인지는 감각에서 시작됩니다. 감각은 세상을 덩어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세밀하게 나누어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줍니다. 이렇게 자기 감각으로 세상을 느낄 수 있는 아이는 사고력도 좋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공부할 때도 내용을 단순히 암기하지 않고 주어진 정보들을 스스로 사고하여 처리합니다. 이곳 성북동 공부방은 작은 소리에도 집중할 수 있고, 나무와 바람, 구름과 해 등 주의해야만 볼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감각을 길러줄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성북동 좋은 선생님은 무엇을 가르치나요?

  10년을 아이들을 가르치며 최근에야 제 교육의 핵심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기본기를 쌓아주는 선생님입니다. 학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본기가 바로 독해력과 어휘력입니다. 교과서 정도는 혼자 읽고 맥락을 파악할 수 있어야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독해력과 어휘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하여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어휘력 수업은 천자문을 기반으로 해서, 한자와 한자어, 영어, 일어, 불어까지 5개국 어휘를 다양하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잘 따라옵니다. 7세부터 12세까지가 뇌의 언어신경이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는 꼭 필요한 자극이기도 합니다.

  물론 글쓰기 수업도 하고,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역사를 가르치기도 합니다. 또 예습 복습하는 방법, 학교 수업 듣는 요령과 시험 준비하는 요령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중학생이 되면 함께 꿈을 찾아주기도 합니다. 중학생이 되면 사춘기와 함께 정체성을 찾는 시기가 오는데, 이때에는 공부하는 이유를 찾아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고, 그 삶을 위해 공부를 한다는 마음이 들면 스스로 공부합니다. 어쩌면 이때를 위해서 기본기를 쌓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를 만나 공부를 하고 싶어도 바탕이 너무 없으면 그것을 해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요즘 학부모는 초등학교 때 중학교 수학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등 뭔가 일찍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학습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은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그때 충실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그 시기에 필요한 기본기를 잘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 끝으로 성북동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요?

  아직은 성북동에서의 수업보다는 외부 수업이 많지만, 이웃 같은, 든든한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아이 교육 때문에 고민되실 때 언제든 편하게 연락주세요.



※ 이 글은 자문자답 형식의 셀프 인터뷰입니다. 필자이신 윤경미 님께서 스스로 인터뷰어·인터뷰이가 되어 작성해주신 글입니다.


윤경미는 아이들이 공부의 기본기를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간의 경험을 <일기는 사소한 숙제가 아니다>라는 책에 담아내기도 했다. 지금은 이곳 성북동에 평화로운 공부방을 마련하여 아이들을 가르치며, 세 번째 책을 쓰고 있다.

주소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9-2

문의  ☏ 02-743-7441



※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9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7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7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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