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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성은 Nov 10. 2020

11월 제철 음식




11월쯤에 유독 끌리는 음식이 있다. 바로 라면.

라면을 즐겨 먹지 않는 내가 한강에서 끓여 먹는 라면이라면 사족을 못 쓰게 되었다. 매서운 강바람을 맞으며 한강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 먹는 라면의 맛. 이런 제철 음식이 어디 또 있을까 싶다.


여의나루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 들린다. 편의점 라면 코너에서 한 20초가량 고민한다. 어떤 라면을 골라야 기가 막힐지 말이다. 주황색 패키지가 시그니처인 라면과 누구나 한 번쯤은 먹어봤을 업계 1인자 라면을 고른다. 아 김치가 빠져서는 안 된다. 소시지랑 반숙란도 혹시 모르니 준비해본다.


계산 후 젓가락을 챙겨 들고, 라면 제조 기계 앞으로 간다. 국물이 졸아들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하여 물은 권장량보다 조금 더 넣고 끓이기로 한다. 보글거리는 소리, 군침 돌게 하는 냄새가 가을밤 쌀쌀한 바람에 섞여 오감을 자극한다. 타이머가 끝나갈 때쯤, 나무젓가락을 툭 뜯어 면발을 휘휘 저어주며 당신의 손맛을 빌려본다. 그 후 딱 30초만 인내하면 완성되는 맛 좋은 한강 라면.


차가운 강바람을 등지고 앉아 꼬들 거리는 면발 한 젓가락을 입 속으로 한껏 밀어 넣는다. 코 끝을 톡 쏘는 매운 국물도 한입 들이켠다. 마무리로 김치까지 입 속에 넣으면 라면이란 11월의 완벽한 제철 음식이 된다.





내 라면이 맛있녜, 당신 라면이 맛있녜, 국물은 역시 이 라면이라며 서로 한입씩 챙겨주는 한강 라면.

항상 당신이 고른 것이 더 맛있다고 말하는 나에게 내 것과 당신 것을 쓱 바꿔주며 먹으라고 하는 배려심.

당신의 손만 거치면 왜 다 맛있어지는 건지 아직도 풀지 못한 비밀.

한겨울 뺨치는 칼바람에 덜덜 떨면서도 한강 편의점 앞에 앉아 먹는 라면이 이렇게 별미인 것은 당신 덕분인 걸 수도.


깨끗한 밤공기, 초겨울을 알리는 듯한 강바람, 차곡차곡 쌓인 낙엽, 편의점 조명과 드문드문 늘어선 가로등, 사람들의 대화 소리,  멀리 보이는 찬란한 불빛의 다리가 양념으로 쓰인 11월의 한강 라면은 나의 소울 푸드  하나가 되었다. 물론 당신은 나의 소울 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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