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쯤에 유독 끌리는 음식이 있다. 바로 라면.
라면을 즐겨 먹지 않는 내가 한강에서 끓여 먹는 라면이라면 사족을 못 쓰게 되었다. 매서운 강바람을 맞으며 한강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 먹는 라면의 맛. 이런 제철 음식이 어디 또 있을까 싶다.
여의나루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 들린다. 편의점 라면 코너에서 한 20초가량 고민한다. 어떤 라면을 골라야 기가 막힐지 말이다. 주황색 패키지가 시그니처인 라면과 누구나 한 번쯤은 먹어봤을 업계 1인자 라면을 고른다. 아 김치가 빠져서는 안 된다. 소시지랑 반숙란도 혹시 모르니 준비해본다.
계산 후 젓가락을 챙겨 들고, 라면 제조 기계 앞으로 간다. 국물이 졸아들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하여 물은 권장량보다 조금 더 넣고 끓이기로 한다. 보글거리는 소리, 군침 돌게 하는 냄새가 가을밤 쌀쌀한 바람에 섞여 오감을 자극한다. 타이머가 끝나갈 때쯤, 나무젓가락을 툭 뜯어 면발을 휘휘 저어주며 당신의 손맛을 빌려본다. 그 후 딱 30초만 인내하면 완성되는 맛 좋은 한강 라면.
차가운 강바람을 등지고 앉아 꼬들 거리는 면발 한 젓가락을 입 속으로 한껏 밀어 넣는다. 코 끝을 톡 쏘는 매운 국물도 한입 들이켠다. 마무리로 김치까지 입 속에 넣으면 라면이란 11월의 완벽한 제철 음식이 된다.
내 라면이 맛있녜, 당신 라면이 맛있녜, 국물은 역시 이 라면이라며 서로 한입씩 챙겨주는 한강 라면.
항상 당신이 고른 것이 더 맛있다고 말하는 나에게 내 것과 당신 것을 쓱 바꿔주며 먹으라고 하는 배려심.
당신의 손만 거치면 왜 다 맛있어지는 건지 아직도 풀지 못한 비밀.
한겨울 뺨치는 칼바람에 덜덜 떨면서도 한강 편의점 앞에 앉아 먹는 라면이 이렇게 별미인 것은 당신 덕분인 걸 수도.
깨끗한 밤공기, 초겨울을 알리는 듯한 강바람, 차곡차곡 쌓인 낙엽, 편의점 조명과 드문드문 늘어선 가로등, 사람들의 대화 소리, 저 멀리 보이는 찬란한 불빛의 다리가 양념으로 쓰인 11월의 한강 라면은 나의 소울 푸드 중 하나가 되었다. 물론 당신은 나의 소울 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