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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럭키성은 Jul 02. 2024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오감으로 느끼는 찬란함



스페인 바르셀로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자 가장 가고 싶었던 곳,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Basílica de la Sagrada Familia)에 도착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감히 어떻게 표현하고 비유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찬란함의 극치라고 표현하면 될까. 이 표현마저 부족하다. 정녕 사람이 설계하고 건축한 것이 맞는지,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성당으로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뜻한다. 1883년 31살의 가우디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건설을 맡았으며, 가우디의 건축물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성당의 동쪽은 탄생의 파사드, 서쪽은 수난의 파사드, 남쪽은 영광의 파사드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성당의 주출입구인 탄생의 파사드


탄생의 파사드는 가우디가 살아있는 동안 완성되었다. 예수의 탄생 이야기를 담은 파사드인데, 가장 부조가 많고 곡선 위주로 설계된 부분이다. 수태고지(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나타나 예수 잉태를 예고한 일), 동방박사의 경배, 영아 학살, 이집트로의 피신이 순서대로 조각되어 있다.


수난의 파사드


수난의 파사드는 성경 속 최후의 날과 죽음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부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를 표현했다. 탄생의 파사드와 달리 정형화된 직선 위주로 설계되었는데, 가우디는 수난의 파사드가 관람객에게 경외심, 고통, 공포를 상기시키길 바랐고, 뼈로 만든 것처럼 단단하고 벌거벗은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수난의 파사드는 서쪽이어서 그늘이 져 어둡고 무겁게 느껴지는데, 이는 가우디가 의도한 바이다.



영광의 파사드는 예수의 영광을 드러내는 부분으로 현재 건설 중이다. 완공이 되면 성당의 주출입구가 될 예정이다.


성당 외부를 둘러보면서 새겨진 조각에 멀미가 날 정도였다. 성당을 올려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쭉 뻗어있는데 경외심이 절로 든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가진 의미와 역사를 알게 되었으니 이제 성당 내부로 들어가 본다.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TIP.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입장권은 미리 온라인으로 예매하세요. 성당의 맨 꼭대기 첨탑 전망대까지 볼 수 있는 내부 관람 + 타워 전망대 통합권으로 예매하면 기가 막힌 바르셀로나의 전경을 보실 수 있어요. 원하는 시간에 투어 하시려면 꼭 미리 예매하시길 바라요.




성당으로 입장하니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 천천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봤더니 마음이 울렁하면서 눈에 눈물이 고였다. 오감으로 느끼는 찬란함이었다. 모두 같은 표정을 지으며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드는 우리 모두는 작디작은 인간이었다.



우리는 미사를 드리는 성전 앞쪽으로 가서 앉았다.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은 사진을 찍거나 짧은 기도를 드렸다. 나도 이곳을 방문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남은 여행 일정도 안전하기를, 우리 부부의 시작에 행복이 깃들기를 기도드렸다.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TIP.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는 실제 미사가 집전됩니다. 여행 오셨다면 가톨릭 신자분들도 무교이신 분들도 미사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성당 지하에 가우디의 묘가 있습니다. 저희가 간 날은 평일이었어요. 이곳 가드분에게 가우디의 묘는 언제 어떻게 볼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오후 8시 미사가 있다고 그 미사 끝나고 볼 수 있다고 했어요. 가우디의 묘는 항상 오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미사 후 나올 때 볼 수 있다고 해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웅장함과 정교함은 성당 외부에 그치지 않는다. 성당 내부에서 고개를 들어 위를 보면 사람의 뼈, 척추 모양을 본뜬 천장과 기둥이 보인다.



양 옆에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띈다. 동쪽의 푸른색 스테인드글라스는 희망과 탄생을 의미하며, 서쪽의 붉은 스테인드글라스는 죽음, 순교를 의미한다. 오후 1~2시쯤 햇빛이 내리쬐어 반짝이던 스테인드글라스는 성당의 경건함을 배가시켰다.



성당의 한쪽에는 주님의 기도가 한국어 포함 50가지 언어로 적혀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

한국어로 표기된 기도 한 줄을 보니 왜 마음이 편안해졌을까.


성당 내부를 천천히 모두 둘러보고 첨탑 꼭대기 전망대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비좁은 나선형 계단으로 좀 더 올라가면 황홀한 바르셀로나의 전경이 펼쳐진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타워 전망대


위에 올라와서 보니 아기자기해 보이는 바르셀로나의 건물들. 드넓게 펼쳐진 바다까지 환상적이다.

신이 인간이 사는 세상을 내려다보는 것이 이런 것일까. 이 높은 성당은 신에게 닿고 싶은 인간의 절실한 신앙을 표현한 것은 아니었을까.



타워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또 한 가지. 아직 건축 중인 첨탑부이다.



타워 전망대에서 내려올 때는 난간도 없는 좁고 좁은 계단을 내려와야 한다. 살짝 멀미가 날 것 같았지만 성당에 조각조각 새겨진 역사와 아름다움을 보고 느꼈던 울렁거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가우디 사망 100주기인 2026년에 완공 예정이다. 재정적인 문제, 전쟁 등으로 인해 144년 만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성당이 완공되면 예수를 상징하는 탑이 성당의 가운데에 위치한다. 이 탑의 높이는 172.5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 될 것이다. 172.5m로 탑의 높이를 제한한 이유는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이 173m인 점을 감안한 것인데, 신이 만든 것을 넘봐서는 안된다는 가우디의 겸손한 마음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갖는 압도적인 위용과 정교함은 종교를 떠나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선글라스 틈새로 들어왔던 찬란한 빛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세했던 모든 조각 그 속에는 신을 향한 인간의 기도와 가우디의 진심이 담겨있다.


가우디가 그리고 신이 허락한 찬란함의 극치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자니 내 안의 이기적인 마음과 위선적인 태도가 부끄러워졌다. 그가 남긴 건축물에 대해서 보고 배운 건 고작 하루지만 하루 동안 내 몸에 와닿은 짜릿한 감동은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완공되면 꼭 다시 찾아갈 것이다. 그때의 나는 부족함을 인정하며 겸손한 사람으로 신의 은총을 받은 가우디의 걸작 앞에 다시 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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