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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성은 Jul 09. 2024

로맨틱 바르셀로네타 해변

그래 너는 푸른 바다야


넓은 평야와 같은 팔자를 타고났지만 드넓은 바다를 좋아한다. 수영은 못하지만 발을 담그는 건 좋아한다.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탁 트이면서 묵었던 감정과 생각이 녹아버린다. 언제나 바다는 내게 소화제 같은 곳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도 소화제를 찾으러 나섰다.



저 높은 곳에서 내리쬐는 햇살로 푸른 바다에는 윤슬이 생기고, 사람들은 넘실넘실 넘어오는 파도를 탄다. 작은 튜브에 몸을 맡기고 깔깔거리며 장난치는 아이들과 자유롭게 선탠을 하며 가을 바다를 만끽하는 어른들로 붐비는 이곳은 바르셀로네타 해변이다.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TIP.

저희가 묵은 호텔에서 바르셀로나 해변까지 3km 정도 거리가 있어서 택시를 타기로 했어요. 카탈루냐 광장 근처에 있던 호텔이라 교통이 복잡해서 콜택시를 불렀어요. 스페인 콜택시를 이용하고자 했는데 어플이 오류가 나서 어떡하나 싶었는데 바르셀로나에도 카카오T가 있더라고요. 카카오 택시를 부르니 신기하게 아이오닉이 왔어요. 기사님은 현지분이었고, 차 안에는 생수도 있었답니다.




우리가 자주 가던 강원도 고성의 바다 보다 더 파랗고 맑았던 바르셀로네타 해변. 바다에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스페인 꼬마가 물을 튀기며 먼저 장난을 걸어왔다. FC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두 명이 너무도 관광객스러워서 그랬을까. 우리는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두고 바지를 걷어올렸다. 지중해도 짭짤한지 싱거운지 맛은 봐야지.


맑고 맑은 바닷물


꽤나 시원하고 청량했던 바닷물. 손과 발을 담그고 물장구도 쳐보고, 멍하니 파도를 바라보고 한참을 있었다. 정신없이 바빴던 결혼 여정에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다. 맑디 맑은 바다의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가고 싶었지만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야 하는 우리는 꾹 참았다.


신랑은 바닷물과 모래로 범벅된 내 발을 일일이 털어주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서 민망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렇지 않게 닦아주는 신랑을 보니 이게 사랑이구나 싶었다. 평생 로맨틱하게 기억될 이 순간이 행복했다.



출출해진 우리는 간단히 요기를 하고자 해변 근처 음식점에 들어갔다. 역시 바다가 보이는 야외 좌석에 앉아야지. 어느 유럽이 그러하듯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없다. 아메리카노랑 얼음컵을 따로 주문했다. 고기가 꽉 차 있던 수제버거도 마시듯이 흡입했다. 드넓은 바다는 입맛도 돌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아쉬운 마음에 노을이 내리려고 하는 해변을 산책했다. 한낮 사람들로 붐볐던 해변은 어느새 여유로워졌다. 이곳을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일렁이는 파도를 한 번이라도 더 느끼고, 지중해의 색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귀에 들리는 파도 소리를 한 번이라도 더 듣고자 했다.


수 십 여 그루의 야자수가 멋졌던 버스 정류장


호텔로 돌아가야 할 시간, 바르셀로나에 왔으니 이곳의 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 앞 야자수들은 우리가 낯선 여행객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서울의 버스랑 비슷했던 바르셀로나의 버스


호텔로 가는 길, 카탈루냐 광장 안내소에서 교환한 교통권을 사용했다. 하필 우리가 버스를 탄 시간은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퇴근 시간. 바르셀로네타 해변을 지나 각 정류장마다 바르셀로나의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바르셀로나의 버스 역시 한국과 거의 비슷했다. 다른 거라곤 한국인인 우리 두 명. 낯섦 속 익숙함을 타고 호텔로 가는 길목에 있는 람블라스 거리와 라보케리아 시장 근처에서 내렸다.


바르셀로나의 뜨거운 태양, 맑고 깨끗한 날씨, 열정적인 사람들. 바르셀로네타 해변에는 행복을 만드는 모든 요소들이 있었다. 우리에게 바르셀로네타 해변은 머릿속에 가득 찼던 결혼 준비의 고됨을 녹여준 소화제 같았다.

로맨틱한 지중해, 바르셀로네타 해변. 한국에 여름이 찾아오니 이곳이 더 그리워진다. 우리가 다시 찾아갈 그날까지 "그래 너는 푸른 바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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