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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모모치 해변 보고오카

by 성은


あ-私の恋は

아아- 내 사랑은
南の風に乗って走るわ

남풍을 타고 달리고 있어요
あ-青い風

아아- 푸른 바람을
切って走れあの島へ

가르며 달려 저 섬을 향해



후쿠오카 모모치 해변을 오기 전 주야장천 들었던 노래가 있다. 일본의 유명 시티팝인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다. 일본 버블 경제 시절의 대명사이자 최고의 아이돌로 불리던 그녀의 곡을 뉴진스 하니가 부른 후에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졌다. 마츠다 세이코의 청량한 음색과 사랑스러운 가사가 더해져 듣기만 해도 여름의 푸른 바다가 떠오른다. 게다가 마츠다 세이코가 후쿠오카 출신인 것을 알게 되면서 모모치 해변에서 이 노래를 꼭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모치 해변으로 가는 길, 우리는 일본의 카카오택시를 선택했다. 해외 여행할 때마다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는 교통수단이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본 오른쪽에 있는 운전석, 왼쪽으로 달리는 도로는 아직도 신기하다. 빨래를 널어 둔 낮은 아파트, 길 옆에 자리 잡은 주택들도 낯설면서도 정감이 간다. 20분 정도 걸렸으려나, 모모치 해변에 도착했다. 날씨가 좋아서 바닷물 마저 깊고 파랬다. 모모치 해변은 후쿠오카 타워 부근에 있는 인공 해변으로 이국적인 조형물과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이미 해변에는 아이들이 자리 잡고 놀고 있고, 엄마와 아빠는 아이를 사진에 담기 바쁘다. 해변 주변에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음식점과 카페가 있다. 한낮이었지만 이미 한 음식점에서는 건배사를 외치며 회식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스쳐가는 직장인 때의 나의 모습. 익숙한 모습들을 보면서 '역시 사람 사는 것 다 똑같구나' 생각했다.



모래사장으로 내려가 파란 파도를 보니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푸른 산호초.

'아~ 와타시노 코이와 미나미노 카제니 놋-테 하시루와~'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가사가 술술 나온다.

스트라이프 티셔츠나 프릴이 달린 원피스를 입고 사뿐히 달리는 여주인공이 있다면 모모치 해변의 풍경은 꽤나 멋진 영화 속 배경이 될 것 같았다.



이전에도 얘기했다시피 나는 넓은 평야의 팔자로 태어났지만 푸른 바다를 좋아한다. 쓸려 갔다 밀려오는 바다는 언제나 나를 빛나게 했고, 나의 마음과 생각이 낡지 않도록 해줬다. 모모치 해변 역시 나에게 반짝반짝 새로워지라고 말했다. 푸르름을 한껏 충전한 후, 높은 후쿠오카 타워를 구경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알아놓은 맛집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 했다. '일본 버스는 처음이야!' 한껏 들뜬 나의 모습과 남은 동전을 버스비로 털자며 계산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 마치 아빠와 딸의 모습이랄까. 저 멀리서 버스가 왔다. 버스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리는 것, 탈 때 번호가 적인 종이표를 뽑아서 내릴 때 버스비를 계산하는 것도 새로웠다. 거리에 따라 요금이 측정되는 것이다. 종이표를 손에 꼭 쥐고 자리에 앉았다.


한 두 정거장 정도 갔을까?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두 소프트뱅크 호크스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날 오후에 소프트뱅크 호크스 홈경기가 있었던 것이다.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후쿠오카를 연고지로 하는 일본 프로야구 구단이며,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있었던 팀이다. 우리는 '후쿠오카에 야구팀이 있었구나, 미리 알았으면 예매해서 봤을 텐데... 이대호가 있었던 팀인데 왜 몰랐지?' 하면서 아쉬워했다. 워낙 스포츠를 좋아하고 직관이 취미인 부부라 아쉬움이 더 컸다. 모츠나베에 이어 후쿠오카를 또 가야 하는 이유가 추가됐다.


이른 저녁, 퇴근 시간이 겹쳐서 그런지 많이 막혔던 도로. 15분 정도면 갈 거리를 40분이나 걸렸지만 후쿠오카의 풍경, 후쿠오카 사람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내일은 나도 소프트뱅크 호크스 팬들처럼 유니폼을 입을 차례다. 내가 응원하는 프로 농구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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