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캐널시티 하카타 분수쇼 그리고 산리오

by 성은


후쿠오카 여행 첫날에 이어 다시 찾아온 캐널시티 하카타. 잠도 푹 잤고, 신발도 편하고 본격적으로 구경과 쇼핑을 시작했다. 여행 기간 동안 4~5번 정도 들린 것 같은데, 저녁 시간에는 현지인, 관광객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많았다. 익숙한 이 분위기가 뭐랄까.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온 기분이랄까. 낯설지 않았다. 캐널시티 건물 가운데에는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커다란 분수가 있고, 아이들을 위한 게임 팝업존도 마련되어 있었다. 분수대 좋아하고, 물총 게임 좋아하는 건 어느 나라 아이들이든 똑같은가 보다. 사실은 나도 시원하게 뛰어들고 싶었으니까.



캐널시티 하카타는 쇼핑도 쇼핑이지만 분수쇼를 보기 위해 찾는 곳 중 하나다. 우리에게 눈에 띈 것이 하나 있었으니, 분수쇼 시간표였다. KARA의 '아저씨'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게 무엇일까. 카라는 우리나라 가수일 거고, 아저씨라니? 궁금한 마음에 기다려서 보기로 했다. 노래가 나오는데 아, 카라의 미스터였다. 미스터의 뜻을 생각 못했다니 멋쩍게 웃음이 나왔다. 카라의 미스터가 일본어 버전으로 흘러나왔고 우리는 신나서 엉덩이춤을 출 뻔했다. 노래에 맞춰 시원하게 솟구치는 분수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신났던 분수쇼가 끝나고 쇼핑에 집중해야 할 시간. 우리의 목적은 산리오에 가는 것이었다. 키티, 마이멜로디, 케로피 등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산리오의 대표 캐릭터들이다. 나는 키티 정도만 알았지 이렇게 많은 캐릭터가 있는지 몰랐다. 캐릭터나 만화 등에 관심이 없어서 나에게는 생소했던 이런 문화가 '포차코'를 알게 되면서 조금은 익숙해졌다.


출처. 산리오 코리아 홈페이지


예전 직장에서 직원분들이 "대리님~ 포차코 닮았어요!" 하면서 귀여운 액세서리를 준 적이 있었다. 세상에 내가 봐도 닮았다. 하얀 얼굴에 넓은 이마가 포인트, 호기심 많고 덜렁대는 참견쟁이로 산책을 좋아하는 특징까지 닮았구나. 영유아 미술 교육 브랜드를 기획하면서 브랜드 캐릭터들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짰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산리오 포차코에 대한 내적 친밀감이 생겨버렸다.


당장 사러 가야겠다. 캐널시티 산리오샵에 도착해서 바구니부터 들었다. 귀여운 것들은 다 살 기세였다. 침착하고 조카 선물부터 담기로 했다. 어린이집 가방에 달 귀여운 시나모롤 인형, 산리오 캐릭터 도장 세트, 스티커 등을 담았다. 산리오샵에는 잠옷, 슬리퍼, 크기별로 제작된 인형, 거울 등등 수 십 가지의 굿즈가 있었는데, 귀엽고도 실용적 것이 필요했다. 아주 큰 포차코 손거울, 포차코 볼펜, 시나모롤 볼펜, 포차코 자동차 키링 정도는 실용적이니까 30대인 나에게 괜찮겠지. 남편도 눈에 불을 켜고 한 캐릭터를 찾기 시작했다. 바로 '한교동'.


작년에 K리그 팀들과 산리오가 콜라보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한교동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캐릭터를 맡았었다. 우리 부부 특히 남편은 K리그 팬이자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오랜 팬으로서 한교동을 꼭 사고 싶었던 것이다. 남편은 한교동 인형을 사고 나서 바로 여행 가방에 달았다. 후쿠오카 이후 다른 여행을 다니면서도 한교동은 우리와 함께였다.


귀여운 것들을 한가득 사고 나니 마음까지 사랑스러워졌다. 옷을 살까 해서 갔던 곳에서 산리오, 지브리, 원피스 등 캐릭터 굿즈만 사고 온 쇼핑. 아주 합리적인 소비였다.



오후에 쇼핑, 분수쇼 한 타임 보기, 저녁 식사 이 순서대로 하면 저녁 8시쯤에 시작되는 메인 분수쇼까지 보기에 안성맞춤 스케줄이다. 우리가 갔을 때 메인 분수쇼는 '건담쇼'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분수대가 보이는 1층, 2층, 3층 복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도 딱 2층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켰다. 건담의 '건'자도 모르는 상태로 봤지만 멋지다. 웅장하다. 건담 영상에 맞춰 분수가 착착 합을 맞추고, 화려한 조명에 소리까지 생생했다. 건담쇼 외에도 해저 모습을 보여주는 쇼도 보았는데 생각보다 디테일해서 놀랐다. 캐널시티 분수쇼는 가족끼리, 커플끼리 봐도 좋고, 특히 아이들이 보면 더욱 좋아할 것 같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역시 쇼핑은 즐겁고 화려한 건 도파민을 솟게 한다. 물욕이 적은 부부지만 여행 때만큼은 즉흥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텐진 다이묘 거리에 가서 옷도 사야 되고, 신발도 사야 되고, 돈키호테 가서 먹을 것도 사야 되는데 무료 수화물 무게를 맞출 수 있겠지? 세상에는 볼 것도 많고 살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다. 나의 오감을 열어주는 여행의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