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멘의 성지 하카타, 이치란라멘 본점

by 성은


일본의 3대 라멘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후쿠오카 하카타 라멘, 삿포로 라멘, 키타카타 라멘이 일본을 대표하는 라멘이다. 후쿠오카에 왔으니 당연히 라멘을 먹기로 했다. 하카타 라멘의 특징은 돈코츠 국물과 가느다란 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라멘을 자주 먹어봤지만 원조는 다르겠지. 국물의 진한 맛이 기대됐다.



우리의 목적지는 이치란라멘 본점. 나카스카와바타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인다. 생각보다 큰 건물과 빨강과 초록의 강렬한 외관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잘못 본 것일까?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줄이 길다.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무조건 예약되는 곳만 가는 J인 나에게 이 광경은 좌절이었다. 아, 한국이었으면 기다리지 않을 텐데... 하지만 이곳은 일본 후쿠오카다. 자주 오기엔 먼 곳이란 말이다. 더운 여름에 여행온 사람도 우리고, 하카타 라멘을 먹기로 한 사람도 우리니까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 더위에 짜증이 날 무렵, 이치란라멘 안내 직원은 빨간 우산 겸 양산을 건네고, 시원한 물을 나눠줬다. 미리 메뉴까지 주문받는 센스도 있었다. 정말 친절해서 1시간쯤은 기다릴 수 있겠다 싶었다. 마음이 쉽게 풀어지는 나란 사람. 그래도 물로는 부족하다 싶어서 건너편 패밀리마트로 가서 포카리스웨트를 한 병 사 왔다. 여름 일본 여행 때는 이온 음료가 필수라는 사실.


40분쯤 기다렸을까. 1시간 넘게 기다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우리의 입장 순서가 다가왔다. 부푼 마음으로 2층으로 올라갔다. 우리의 자리는 1인석 바 형태의 자리였다. 나와 남편은 벽을 두고 남처럼 먹어야 했지만 꽤나 일본스러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자리에 앉으니 좌석 앞 창문이 열렸다. 직원에게 메뉴를 체크한 종이랑 주문 티켓을 냈다. 직원이 메뉴를 확인하고 서빙해 주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직원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들었고, 직원은 영어를 못 알아들었다. 소통이 불가했지만 우리에게는 표정과 손짓이 있지 않는가.



내가 선택한 메뉴는 기본맛+차슈+반숙 달걀은 무려 2개. 남편이 선택한 메뉴는 진한맛+차슈+빨간 비밀 소스, 콜라였다. 따끈한 라멘이 금방 나왔다. 국물 색깔부터 달랐다. 맛을 볼 차례다. 땡볕에 40분 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을까?



첫 술 뜨는 순간 느꼈다. 와 진하구나. 모츠나베보다 훨씬 진한 국물이었다. 가느다란 면에 간이 잘 배었고, 차슈는 야들야들 부드러웠다. 내가 좋아하는 반숙 달걀 또한 국물에 적셔 먹으니 보들보들 술술 넘어갔다. 빨간 소스를 추가한 남편의 라멘은 확실히 매콤해서 느끼할 수도 있는 국물을 잘 잡아줬다. 양도 생각보다 많아서 한 그릇 뚝딱하고 나니 배가 불렀다. 귀여운 디자인의 콜라로 입가심까지 하는데 20분도 안 걸렸다. 면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 라멘은 완벽한 한 끼였다. 창 밖을 내다보니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 얼른 자리를 비워줘야겠다.


역시 원조는 원조다. 한식은 우리나라에서 먹어야 맛있듯이 돈코츠 라멘도 후쿠오카에서 먹어야 더 맛있다. 기다림은 40분이었지만 먹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0분. 어쩌면 기다림이 하카타 라멘의 맛을 더해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더위를 국물로 이긴 이열치열 부부는 아직 갈 곳이 많다. 뚜벅이 여행객은 또 부랴부랴 전철을 타러 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