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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3대 편의점 싹 쓸어오카

by 성은


자고로 여행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다이어트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되는 것이다. 나 역시 365일 살 빼야지 생각하는 다이어터지만 결국 주둥이 다이어터로 끝나는 의지박약인 사람이다. 이런 나에게 여행은 살이 찔 수 있는 위기다. 후쿠오카에서도 그 위기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일본은 편의점 음식이 음식점 뺨칠 만큼 다양하고 맛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여행이 처음인 나로서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의 스팟인 것이다. 일본의 3대 편의점인 패밀리마트, 세븐일레븐, 로손은 우리가 묵는 호텔 주변에 모여 있었다. 몇 걸음만 가면 다 있는데 어떻게 안 갈 수가 있을까. 3박 4일 동안 우리는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 세 곳의 편의점을 돌아다녔다. 다이어트 안 하냐고? 여행하는 동안에는 이해해 주길 바란다.



사실 후쿠오카로 여행을 오면서 편의점 음식 중 뭐가 맛있는지, 어느 편의점에서 어떤 것을 꼭 사 먹어야 하는지 알아보고 오지 않았다. 간단한 여행용 회화 말고는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우리는 느낌이 오는 대로, 맛있어 보이는 대로 사기로 했다. 일본은 푸딩이 맛있다고 했으니 푸딩을 종류별로 담았다. 빵이랑 쿠키도 유명하니까 담고, 크림이 가득 들어간 모찌도 유명하니까 담았다. 한국에 사갈 것이 아니라 호텔에서 당장 먹을 것들만 한가득 샀다.



세븐일레븐에서 남편의 눈에 띈 두 개의 아이스크림. 보기 좋은 것이 맛도 좋다는 옛말은 사실이었다. 우유맛이 진하게 나던 블랙과 입에서 살살 녹아 없어지던 화이트. 이 두 개는 다음 날에도 사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후에 알았는데 일본에서는 음식을 먹으면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이 실례라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아주 맛있게 먹으며 호텔로 돌아갔던 우리.


술을 못 마시는 우리 부부는 호로요이 두 캔이면 소주 두 병의 효과가 난다. 취하고 싶을 때는 호로요이를 마신다. 알아듣지 못하는 일본 드라마를 보며 호로요이 한 캔을 깠다. 대충 드라마 속 인물들의 표정과 상황을 보니 삼각관계 같군. 회사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같네. 한국 드라마와는 다른 느낌이지만 묘하게 끌렸다.



저녁을 두둑이 먹었지만 자꾸 손이 가던 푸딩과 모찌롤. 푸딩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 덕에 푸딩은 모두 나의 것이 되었다. 밥보다 디저트를 더 좋아하는 나에게 후쿠오카의 편의점은 천국과 다름없었다. 세 곳의 편의점 모두 안주용 음식도 많다. 술이 약한 우리는 맛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식사 대용 음식부터 반찬, 안주, 베이커리 같은 빵 코너, 수많은 컵라면까지 편의점 음식으로 한 달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둘 다 생각보다 위의 용량이 작은지라 더 먹지 못해 아쉬웠다. 한국에 돌아가서 먹을 간식들은 돈키호테에서 사기로 했다.


다이어트를 잠시 잊고 밤마다 먹은 수많은 디저트가 비록 지방이 되었겠지만 행복했으니 됐다. 먹는 행복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지. 3대 욕구 중 식욕이 괜히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후쿠오카 맛집 리스트에 편의점은 당연히 넣어야 되고, 우리의 행복 포인트 중 하나였다. 여행에서 맛있는 것은 절대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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