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번째 걸음. 마음이 일렁여서
비 개인 하늘,
너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다시는
꺼내어 보지도
움켜쥐지도 않을
이름이지만
내 세상으로는
잴 수 없는
저 넓은 하늘에
흐트러진 우리의 한 때를
곱게 모아 놓고 싶었다.
빗소리는 멈추고
구름은 지나가고
바람은 잦아들고
햇살이 따사로워
고개를 숙였는데
아직 마르지 않은
물웅덩이에
물결이 일었다.
하늘은 높고 파란데
마음은 일렁일 때가 누구든지 있을 것이다.
햇살이 눈부셔서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하품을 해서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그저,
마음이 일렁여서.
예쁜 추억은 아로새기고
마음은 잘 토닥여주자.
그런 날, 그런 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