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번째 걸음. 다하다.
글을 썼다
처음에는 띄어쓰기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쉼표 하나 찍는 것도 망설였고
물음표만 찍어댔다
어느 순간 너무도 자연스러워진 띄어쓰기
습관이 된 쉼표
물음표를 대신하게 된 느낌표
우리 사이가 그랬다
글을 쓴다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면
그저 다 되는 줄 알았다
열 자 스무 자 백 자
쉼표 물음표 느낌표
펜이 다 닳도록 써 내려갔고
어느새 마지막을 쓸 차례이다
잉크 한 방울의 마침표가
이렇게 무거운 것인 줄은 미처 몰랐다.
마침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문자를 보낼 때나 댓글을 달 때 등등 마침표 보다는 느낌표 쓰기를 좋아한다
사람들과 헤어질 때도 '안녕'이라는 말 보다
'연락해' 혹은 '또 보자'라는 말을 쓰는 편이다
아마도 마지막을 두려워한다는 증거일 것이다
특히 사람과 사랑에 관해서는
이별의 무게를 오롯이 감당해야 할 마침표
'사랑을 다하다'라는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다
지금 사랑이 다해서 '.'를 찍으면
다음 사랑이 다가올 것이라는 희망까지 품게 해주는 '.'
오늘은 이쯤에서 마침표를 찍어야겠다.
Good afternoon!
(오늘 청춘 산책에는 마침표가 딱 한 군데 있다는 여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