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번째 걸음. 잘 지내나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흰 셔츠를
몇 번 입지도 못한 채,
가을이 지나갔다.
너도 그랬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너를
몇 해 입지도 못한 채,
가을이 지나갔다.
내가 몇 번 입지 못한 채,
지나갔던 그 옷들의 주인들.
잘 지내나요?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옛 애인, 옛 친구들이 문득 떠오르는 날.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의 의미였던 시절.
무심코 지나쳐버렸던 그 날들이
돌이켜보면 찬란했던 순간이었다.
우리의
그때 '그'사람 잘 지내고 있을까?
그저 사랑했다는 말 전해주고 싶은데
흐린 가을 하늘에 써 내려가 네 이름을
가을이 지나간다
사랑이 지나간다
이석훈 - 가을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