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스며듦.
그녀가 오랜만에 펼친 노트 한 귀퉁이에 이런 말이 적혀있었다.
"억지로는 안 되고 아무리 애가 타도 앞당겨 끄집어올 수 없고 아무리 서둘러서 다른 데로 가려해도 달아날 수 없는 게 뭔지 알아?"
아마도 오래전 그가 해준 말 같았다.
사랑이란 여행을 하다가 만난 한 남자가 그녀에게 진지하게 건넨 말 같았다.
그녀는 그에게 무엇이라고 대답했을까.
아마도 머뭇거리며 골똘히 생각했을 것이다.
사랑한 나날들을 곱씹어보며 아주 곰곰이 생각했을 것이다.
"뭔데?"
그는 그녀에게 답을 알려주었다.
"인연"
그와 그녀의 인연이 깊었을 때,
아마도 그가 그녀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 같았다.
그녀는 노트를 덮기 전 다른 한 페이지에 이렇게 적었다.
'누군가 말하길, 인연은 빨간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데 우리의 끈은 이제 빛이 바랬나 보다.
그 색이 옅어지고 또 옅어져서 이제는 한 눈에 알아볼 수도 없게 옅어져서 우리가 잃어버렸나 보다.'
그녀는 노트를 덮었다.
그리고 인연도 덮었다.
같이 들으면 좋은 BGM. 이선희 _ 그중에 그대를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