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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성은 May 07. 2018

나 혹은 당신의 이야기

서른일곱 번째 걸음. 우리가 사는 세상. 




누군가 모질게 뱉어낸 말 위로 싹이 솟았다.

가시보다 더 날카롭고 독하며 차가웠던 말 위로 싹이 솟았다.

그 싹은 여리디 여린 몸뚱이를 웅크리고 봄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해 겨울이 얼마나 시렸는지 잊은 채.







얼마 후, 싹은 조금은 억세지만 푸릇한 잎이 되었다.

잎맥은 곧고 쭉 뻗었으며, 어느 한 곳 시든 부분 없이 생기가 있었다.


어느 날은 뜨거운 햇빛을 받았고,

어느 날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았고,

어느 날은 따가운 모래 바람을 견뎠다.


잎이 무서워했던 것은 햇빛도, 비도, 모래 바람도 아니다.

이름 모르는 벌레들의 눈과 입, 발걸음이었다.


한차례 벌레들의 행렬을 겪고 나서 잎에는 이곳저곳 흉터가 남았다.

그래도 생채기가 아문 게 어디냐며 잎은 아무렇지 않게 바람을 탔다.







모진 시간이 가져다준 선물인 양 잎을 타고 꽃봉오리가 열렸다.

새끼손가락만 한 분홍색의 작은 꽃봉오리들이 이곳저곳 자리를 잡았다.

꽃봉오리들은 자기를 뽐내고자 더 꼿꼿하게, 동그랗게, 활짝 피어났다.


나비와 벌이 날아들었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흰나비도, 날카롭지만 기특한 꿀벌도 이 곳으로.


꽃은 열심히 그들을 도왔다. 아낌없이 주었다.

자꾸 눈이 감기고 고개가 쳐졌다. 피로가 몰려오는 어두운 밤이다.

별이 빛나고 달이 훤해도 고단한 밤이다.

축축한 새벽 공기가 꽃을 적셔도 꽃은 말이 없다.







동이 트면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소리 없는 꽃의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지금까지 아픔이 많았으니 조금 더 탐스럽고 달콤한 열매를 맺게 해달라고

욕심은 부리지 않을 테니 이 간절함과 평화로움은 지켜달라고

알 수 없는 이의 기도가 더해졌다.







청춘 Says.



오늘의 이야기는 저 혹은 여러분의 이야기입니다.

저와 여러분의 마음속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커다란 기쁨이 함께 하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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