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스며듦.
어느덧 20대 후반. 나이에 맞게 딱 그만큼의 이성을 만나고 연애를 하였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구절이 철썩 들어맞을 만큼 창대한 이별이 반복되었다.
작은 것 하나하나가 좋아져 시작한 연애는 항상 나에게 야단법석인 이별을 선물하였다.
만남, 이별, 만남, 이별 그렇게 열두 달. 그렇게 사계절.
울다, 웃다, 식음전폐, 폭식 그렇게 열두 달. 그렇게 사계절.
매번 똑같은 만남과 헤어짐의 패턴. 그 규칙성. 이성적으로 접근해보기로 하였다.
만남의 규칙성은 딱 하나였다. "같이."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 같이 있으면 서로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네. 같이 있어서 행복해.'
이렇게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관계 말이다.
이별의 규칙성 역시 하나였다. "가치."
'너에게 난 무슨 의미니? 우리는 서로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존재야. 無 가치 해."
이렇게 서로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순간 난 이별을 뱉었다.
김춘수 시인이 그랬다.
내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당신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나 또한 당신의 꽃이 되고 싶으며 서로에게 잊히지 않는 의미가 되고 싶다고.
내가 너에게 그랬다.
늘 같이 하며 가치 있는 사이가 되자고.
난 너의 가장 큰 가치이자 자랑인 단 한 명이 되고 싶다고.
하지만 여태껏 그 가치라는 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평생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을까?
앞으로 만날 사람에게 난 같이할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연애와 이별을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 이 밤.
나를 떠올리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저 하늘의 빛나는 달만큼, 무수한 별만큼
그만큼 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같이 있어 행복하고
가치 있어 소중한 사랑을 하길. 내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