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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성은 Jul 27. 2018

H의 사랑론

한남동 언더프레셔(Under Pressure)






무더위를 뚫고 도착한 이곳. 한남동 언더프레셔.

나와 함께 한 카페 메이트는 H.

카페를 열고 싶다는 그녀는 벌써 카페 이름까지 지어놨을 정도로 열정이 가득한 친구다.

H는 나보다 3살이나 어린 친구인데, 보면 볼수록 언니 같고 마음이 넓어서 나이 많은 내가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 진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나는 H에게 내 얘기를 구구절절 흘려버렸다. 나의 단점이자 약점을 고백하며.


"이제는 헤어짐보다 만남이 어려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졌어. 오히려 끝내는 것은 쉬워졌는데...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생각하게 됐어."

"그렇죠 언니."


나의 뜻밖의 고백에 H는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강한 공감을 보내줬다. 하지만 H는 예쁘게 롱런 중인 커플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나는 늘 사랑에 빠진 지인들을 만나면 남자 친구 또는 여자 친구랑은 잘 만나고 있냐는 질문을 던진다.

부러움의 표시이자 친근함의 표현이다. 오늘도 H에게 그 부러움과 친근함을 물었다.


"남자 친구분이랑은 잘 만나고 있어?"

"그럼요 언니."


저 다섯 글자의 말이 모든 걸 말해주지는 않겠다 싶지만, H의 표정과 행동에서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안정되고 여유로운 모습. 저 모습은 사랑받고 사랑할 때만 나온다는 것을 나도 어렴풋이 기억해냈다.

사랑받고 사랑하는 이라서 사랑을 찾는 나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들어줄 수 있음을.


"사랑이 뭐야? 사랑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정말 언니는 이제 모르겠어서..."


나는 또 어이없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보면 오글거리고 코웃음 나는 이 질문에 H는 한동안 고민한 끝에 답을 내렸다.







"사랑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무엇을 하든 감싸주는 거예요. 그 사람의 얼굴, 그 사람의 키 이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좋은 거예요. 무조건 믿을 수 있는 내 편이 생기고, 나 역시 그 사람의 튼튼한 믿음이 되어 주는 거예요."


H의 세 마디는 이곳에서 마신 골든 에라(Golden Era) 같았다. 피칸의 고소함, 카카오의 쌉싸래함, 실론티의 섬세한 향이 더해진 골든에라처럼 H의 사랑도 그래 보였다. H의 사랑은 생각보다 깊었고, 섬세했고, 고소했다.

무작정 상큼하기보다 쌉싸래한 어른의 느낌이 묻어났고, 커피 원두를 들들 볶아 정성껏 내렸을 때 풍기는 꼬순내가 코에 닿은 듯했다.


그래서일까, H가 훗날 열고 싶다는 카페 이름은 '꼬숩'이다.

본인의 사랑이 꼬숩다는 것을 H도 알았던 것일까? 친한 지인이 느낀 고소함은 이렇게 진한데 말이다.

카페 이름까지 그녀의 사랑을 닮았으니, 그 카페는 열자마자 잘 될 것임이 틀림없다.


H의 삶과 사랑 모두 지금처럼,

하늘 위를 둥둥 떠 있는 듯 설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 위를 날개 없이도 걷는 듯 편안하길. 쭉 고소하길.







그날의 카페 '언더프레셔' Point.


 일상 속 편안한 휴식을 지향하는 카페.


 다양한 압박과 스트레스로부터 한 템포 쉬어 가기를 추구하는 카페.


 늘 기본에 충실한 커피를 준비하는 카페.


 디저트와 공간, 고객의 동선에도 섬세하게 신경을 쓴 카페.





그날의 카페 '언더프레셔' Taste.


골든 에라(Golden Era)

낮은 산미와 고소하고 깔끔한 맛으로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

원두는 니카과라 리몬씨요 자바니카, 코스타리카 라 까바냐 허니, 브라질 산타 이네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사용.


브루클린 컴포트(Brooklyn Comfort)

화사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특징으로 시원한 시트러스 톤이 더해진 커피.

원두는 엘살바도르 라 플로리다, 코스타리카 플로어 델 카페,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첼바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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