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걸음. 문득 당신이 생각난 어느 날
사람에게 있어 그리워할 대상, 그리워할 추억이 있다는 건 오히려 행복한 일 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품을 수 있는 그리움이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다.
적어도 한 번쯤은 비 오는 날 생각날 거니까.
적어도 한 번쯤은 서리 낀 버스 창문에 그 이름 써보고 싶을 테니까.
적어도 한 번쯤은 내가 기억하는 그때로 돌려보내 달라고 기도할 테니까.
적어도 한 번쯤은 벚꽃 피는 날 그곳을 다시 걷고 있을 테니까.
추억과 나란히 걷고 있는 그리움은
어쩌면 사람이 죽는 순간에도 품을 수 있는 마지막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단풍이 돋아날 때 즈음,
왠지 김동률의 노래가 듣고 싶어 질 때 즈음.
아련하게 생각난다.
지나간 첫사랑도, 짝사랑도
미움 없이 좋았던 사람으로 기억되는 때.
그리고 문득 그리워지는 때.
이제는,
감사한 그리움이겠지.
반가운 그리움이겠지.
그리움 조차 없다면
우리의 마음은 더 가난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