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윤
재작년 미국에서 <팔꿈치를 주세요>에 수록된 단편을 읽었는데, 이 작품이 포함된 안윤 작가의 단편집이 나와서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했다.
본문
맛이란 원래 그런 건가. 맛있었다는 기억만 남고 맛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많이 먹어둘걸. 기억나지 않는 맛이 눈물샘을 쉽게 자극한다는 걸 너무 뒤늦게 알았다.
미란씨는 무언가를 나중에 잃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없는 게 나은 것 같다고 했었죠. 나중에 잃는 건 너무 가슴 아프다고요.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난 나중에 잃는 것을 선택할 거예요. 그건 두 세계를 살아보는 거잖아요. 어쩌면 세 세계인지도 모르죠. 있음과 없음, 그 둘을 연결하는 잃음. 나는 나한테 주어지는 모든 세계를 빠짐없이 살아보고 싶어요.
사랑이란 건 믿을 게 못 된단다. 하지만 한 번 믿어볼 만한 것이지. 그애가 좋으면 그애를 좋아하면 돼.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거야.
조금씩 훌쩍거리던 조지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한 사람이 자신을 넘어서는 어떤 감정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품는 강렬하고 아픈, 그래서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순간.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는 때란 없는 그런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