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로 처음 올리버 색스를 알게 되었는데, <온 더 무브>를 읽고 반해버려서 다른 책들도 읽는 중이다.
본문
사실 연주자들은 이런 증상이나 일과 관련된 병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 자기 분야에서 다져온 입지를 잃을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정신과에 잘 가지 않는 이유와 유사하다. 병으로 고통받는 것보다 병을 치료함으로써 따라오는 결과를 더 두려워한다는 게 아이러니하고 슬프다.
서번트는 비록 단 하나의 기제나 솜씨에 기초하고 있지만 그 역시 삶의 한 방식이며 한 인간 존재가 어떤 식으로 조직되었는지 보여주는 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대표적일 것 같은데, 유일하게 본 미국 드라마 <굿 닥터>의 주인공 때문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게 어떤 건가요?" 또는 "당신에게 무슨 의미죠?" 같은 질문은 마치 "살아 있다는 게 어떤 건가요?" "당신이라는 게 어떤 느낌이죠?"라는 질문만큼이나 답하기 어려운 것이다.
병이 정체성이 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하지만 그가 불평한 것은 기억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상하고 끔찍하게도 모든 경험을, 심지어 의식과 삶 자체까지도 박탈당했다는 사실이었다.
순간순간을 매번 새로운 축복처럼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일인 동시에 기분 좋은 일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녀나 윌리엄스 증후군이 있는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 복잡한 음악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능력에 관한 한 우리가 '지체' 아닌가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처럼 <뮤지코필리아>도 임상 사례들로 구성되어 있다.
올리버 색스가 환자들에게 보여주는 관심은 항상 놀랍다.
환자들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관찰해야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환자를 자세히 관찰하면 희귀해 보이는 질병에 대한 치료법도 찾아낼 수 있고, 치료법은 찾지 못하더라도 증상을 완화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음악과 관련된 희귀 질환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특히 언어와 구별되는 독립적인 영역이라는 사실, 인간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구성하는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요즘 봉사를 하면서 놀이치료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 책을 읽고 음악치료에 대해서도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다만, 신경에 대한 부분보다 기억이나 정체성에 대한 부분에 더 관심이 가는 걸 보면 역시 지금도 신경과보다는 정신과가 끌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