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꿀차

에밀 졸라

by 성은

에밀 졸라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도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독파 챌린지에 떠서 처음으로 읽어보았다.

20권의 루공마카르 총서 중 하나인데, 아직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책도 있어서 나중에 원서로 읽으면 참 좋겠다.



본문

만약 이 낡은 세계가 언젠가 붕괴되어야 한다면, 나 같은 사람이 붕괴 이전에 욕망을 채울 시간과 장소를 찾아내야 할 것 아닌가?

사카르의 가치관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활기 있게 일하며 자신의 유용성을 느낀 이후 그녀는 다시 매우 명랑해졌고, 살아갈 용기를 되찾았다.

심장박동이 멈췄고, 저 자신이 끝났고, 모든 게 죽은 듯했어요. 그런데 전혀 아니죠! 봐요, 삶이 다시 저를 사로잡고, 오늘 저는 다시 웃고 있어요. 내일이면 저는 희망에 들떠 다시 살고 영원히 살고 싶어하겠죠... 오래도록 슬퍼할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부자가 되면 될수록 그들은 더욱더 훌륭한 사람이 되죠.

여유가 있을수록 더 관대해진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여유는 시간적 여유와 심적 여유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고, 이런 끔찍한 일을 하고, 엄청난 피로에 시달리고, 머리는 숫자로 가득 차고, 두개골은 수많은 걱정거리로 터져나갈 듯한 상태에서 거지도 받아들이지 않을 갤리선의 노예와 같은 삶을 살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항상 철저하게 냉정함을 유지하며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군데르만의 금욕적인 삶은 사카르와 대조적이다. 사카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것 역시 삶의 한 방식이다. 다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보는 건 중요하다.

일체의 선이 일체의 악을 만드는 돈에서 나왔다.

삶이 그녀에게 만들어준 상처이므로, 거기서 조금씩 회복되기 위해서는 삶을 성실하게 살아나가는 것으로 족함이 틀림없었다.

비행을 일삼으면서도 선행을 하지 않는 악인은 없다는 증거가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이분법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그건 실제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정이 나를 죽일지라도,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것 또한 열정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돼.

사카르의 열정이 그를 성공으로, 그리고 끝내 파멸로 이끌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살아가게 한다.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것,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만약 그들이 별도의 인간들이라면, 그건 사람들이 그들을 그렇게 취급했기 때문이죠.

이분법적인 구도가 많이 등장하는데, 특히 기독교인과 유대인의 대립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그러한 대조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규정한 틀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도대체 왜 사카르가 불러일으킨 비행과 죄악의 책임을 모두 돈에 전가해야 할까? 게다가 어쩌면 사랑은 더럽혀지지 않았을지도 몰라. 생명을 창조하는 사랑이니까 말이야!

돈을 다른 말로 하면 욕망이고 욕망을 다른 말로 하면 사랑이다.


두꺼운 책이고, 내가 평소에 많이 접해보지 않은 주식, 그것도 19세기 프랑스의 주식 투자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도 잘 읽혔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묘사가 흡입력 있는 문체와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내가 에밀 졸라나 플로베르 같은 사실주의 작가들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목로주점>이나 <나나>처럼 더 유명한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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