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
에밀 졸라의 <돈>을 읽고 사실주의 문학의 매력을 느껴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목로주점>을 읽어보기로 했다.
19세기 프랑스 노동자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그린 소설이다.
<돈>보다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발자크가 떠올랐는데, 에밀 졸라는 발자크의 <인간 희극>의 영향을 받아 <루공 마카르> 총서를 기획했다고 한다.
그런데 주로 부르주아의 삶을 다루었던 발자크와 달리, 에밀 졸라는 민중의 삶을 충실하게 묘사하고 있다.
<목로주점>의 주인공 제르베즈의 딸인 나나가 등장하는 <나나>와 아들 에티엔이 등장하는 <제르미날>도 읽어봐야겠다.
본문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일단 죽으면 짐스럽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더 많이 사랑할수록 더 빨리 치워버리고 싶어지는 법이다.
딱 한 시간만 자고 싶은데도 일단 자기 시작하면 계속, 언제까지나 잠들어 있어야만 할 테니까.
진창 속에 빠져 있을 때는 머리 위를 환하게 비추는 햇살이 달갑지 않은 법이다.
집에 다른 이들의 곤궁함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 그 곤궁함이 겪어 마땅한 것일 때는 더더욱 그랬다.
해설
<목로주점>의 원제는 '아쏘무아르(L'Assommoir)'이다. '때려눕히다. 머리를 쳐서 죽이다'라는 의미의 동사 assommer의 명사형 assommoir는 도살용 도끼 혹은 곤봉이라는 뜻인데, 비유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돌발적인 사건'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아쏘무아르'는 당시 파리 벨빌에 있던 선술집 이름이자 노동자들 사이에서 싸구려 독주를 파는 주점이라는 의미로도 통용되었다.
"발자크는 3천여 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종교와 왕정에 기반을 둔 사회와 풍속도를 그리고자 했다. 한마디로 그는 자신의 작품이 현대사회의 거울이기를 원했다. 내 작품은 그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될 것이다. 그 배경 또한 더 제한적일 것이다. 나는 현대사회가 아닌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타고난 유전적 기질이 환경에 의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역사적 배경과 직업, 거주 공간 등을 작품 환경으로 선택할 것이다."
작가는 사회와 환경 그리고 삶의 조건 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수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신랄하고 엄정한 언어로 현실을 묘사하면서, 환경과 유전의 법칙에 따라 이야기 속의 사실들이 서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졸라의 작품 속 인물들은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신체적이고 생물학적인 요소에 환경적 요인이 더해진 결과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