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너 케이슨
본문
화상은 그 아래에 있는 것을 감싸고 숨긴다. 그래서 우리는 흉터를 가지려는 것이다. 우리에겐 숨기고 싶은 것이 있기에.
사실, 죽여버리고 싶은 건 나 자신의 '일부'일 뿐이다. 스스로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부분, 나를 자살에 대한 논쟁으로 끌어들이는 부분, 창문, 주방기구, 지하철역을 비극의 리허설 장으로 만드는 바로 그 부분을 죽이고 싶었던 것이다.
과거에는 지겹도록 제정신이 아니었던 내가 이제는 그랬던 나 자신에게서 이렇게 멀어졌는데, 제정신이 아니었던 적이 없는 당신은 얼마나 더 거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며, 그런 당신의 혐오감은 얼마나 더 깊겠는가?
인생에서 내쫓긴 기분이 들 때 어느 정도로 화를 내야 적당할까?
정신이 건강한 상태가 주는 큰 기쁨 가운데 하나는 나 자신에 대해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그들을 쳐다보기만 해도 밝아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옮긴이의 말
이 세상에서는 평행우주가 보이지 않기에 가끔 그 세상이 궁금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동하기도 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평행우주에서는 이 세상을 쉽게 바라볼 수 있다니, 그건 좀 잔인하다. 이 세상이 몹시 그리울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