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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창문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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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은 Sep 30. 2024

time after time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재즈를 배운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쿨재즈를 좋아하셔서 챗 베이커 노래를 틀어주셨다.

<I fall in love too easily>라는 노래를 듣고 챗 베이커의 우수에 젖은 감성을 사랑하게 되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조용한 카페 창가에 앉아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으며 들어야 하는 노래이다.

그런데 일리노이와 "비가 추적추적"은 양립할 수 없고 미국에서 "밤에 조용한 카페"에 있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이걸 실현하려면 100일을 기다려야 했다.

챗 베이커는 누가 봐도 가을 감성인데 단풍이 들면 비를 대신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Time after time

I tell myself that

I am so lucky to be

loving you

So lucky to be the one

you run to see in the evening

when the day is through

I only know what I know

The passing years will show

You kept my love so young and so new

And time after time

You will hear me say

That I am so lucky to be

loving you

<Time after time>의 가사는 짧고 간결한데 아름답고 진심이 느껴진다.

챗 베이커만의 멜로디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재즈의 고장은 뉴올리언스라지만 시카고도 재즈로 유명하다.

시카고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었고 그저 대도시라는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는데, 수업이 없는 노동절을 틈타 한국인 교환학생 친구들과 2박 3일로 시카고 여행을 떠났다.

출발하기 전의 목표는 시카고 미술관과 스타벅스 리저브였다.

미술관을 여유 있게 보고 싶어서 은조 언니와 좀 더 일찍 출발하고, 이틀 전에 먼저 시카고에 가 있던 1명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저녁에 도착했다.

캠퍼스에서 다운타운 시카고까지 2시간 반 정도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옥수수밭이 펼쳐졌다.

샴페인에 있다가 시카고에 오니 시골 소녀가 된 기분이었다.

모든 빌딩이 초고층인데, 허름한 건물이 하나도 없고 전부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가장 먼저 시카고 미술관을 방문했다.

예전에 정말 사랑했던 고흐 그림을 비롯해서 미술 교과서에서 많이 보던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어릴 때 컬러링북에서 색칠했던 피카소와 몬드리안의 작품.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의 실물도 영접했다.

이 그림을 보러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대한 작품이었는데, 색깔이 정말 선명해서 사진으로 보던 것과 느낌이 달랐다.

명암의 대비가 분명해서인지 고독감이 더 잘 와닿았다.

의외로 기대하지 않고 있던 컨템포러리 관에서 본 사탕 더미가 기억에 남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서 그 사람의 무게만큼 사탕 더미를 만들어 놓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관람객들이 사탕을 먹어서 무게가 점점 줄어들면 그 사람을 그렇게 떠나보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의 무게가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있기를 바랐던 것일지.

1시쯤에 입장했는데 폐관 시간인 5시가 되어서야 미술관을 나섰다.

떠나기 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이 실린 엽서책을 하나 샀다.

화사하고 미니멀한테 챗 베이커와 유사한 멜랑콜리가 녹아 있는 작품들을 보고 다른 그림도 더 보고 싶어진 작가였다.

저녁으로는 시카고 3대 피자로 유명한 지오다노스에 갔다.

딥디쉬 피자를 주문하고 1시간 정도 기다린 후에야 엄청나게 두꺼운 피자가 나왔다.

파이처럼 바삭바삭한 두 겹의 도우 사이에 치즈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피자를 먹고 360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한쪽은 빌딩 조명으로 화려한데 반대쪽은 새까만 미시간 호가 대비를 이루는 아름다운 도시에서의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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