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의 세 번째 날 아침에는 현서 언니와 둘이서 스타벅스에 갔다.
시카고 미술관에 이은 두 번째 목표였다.
스타벅스 리저브는 세계에 6곳밖에 없는데, 시카고, 시애틀, 뉴욕, 도쿄, 상하이, 그리고 밀라노이다.
서울에도 와주면 좋을 텐데.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답게 4층짜리 건물로 되어 있었다.
1층에서는 굿즈와 베이커리를 팔았고, 2층과 3층은 카페, 4층은 바를 운영했다.
너무 예쁜 텀블러를 발견했지만 고민하느라 사지는 못했다.
대신 아침을 테이크아웃했는데,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먹고 싶어서 오일 콜드브루와 오트밀을 주문했다.
언니는 펌킨 위스키 라떼와 연어샌드위치를 샀다.
커피에 올리브유가 들어간다는 게 신기했는데, 부드럽고 향긋해서 예상 외로 잘 어울리고 풍미가 좋았다.
다른 일행과 합류한 곳은 시카고에서 가장 유명한 전망대인 스카이덱이었다.
이곳에 오면 유리바닥으로 되어 있는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는데, 촬영 시간이 1인당 60초로 제한되어서 빠르게 찍어야 한다.
우리는 줄을 3번 서서 찍고 또 찍었다.
첫날 갔던 360 전망대보다 높아서 더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야경을 보러 오는 것도 좋았겠다 싶었지만, 인물 사진은 낮이 더 잘 나오는 것 같았다.
점심으로는 유명한 핫도그 가게에 갔다.
소시지를 직접 만든다는데, 그래서인지 가공품 맛이 별로 나지 않고 빵도 맛있었다.
다만 피클이 너무 짜서 빼고 먹어야 했다.
핫도그를 먹은 다음에는 자유롭게 흩어졌다가 샴페인으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에 맞춰 다시 모이기로 했다.
나는 리버워크를 걸어보고 싶어서 혼자 떠났다.
시카고 강을 따라 30분 동안 걸으니 미시간 호 앞의 긴 부두가 나왔다.
눈앞에는 바다 같은 호수가 펼쳐져 있는데 뒤를 돌아보면 빌딩숲이 있는 이질적인 풍경이 시카고의 낭만을 보여주는 듯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오전에 스타벅스에서 봤던 텀블러가 눈앞에 아른거려서 다시 스타벅스에 가기로 했다.
텀블러도 사고, 온 김에 저녁으로 과일컵과 스필라티노라는 길쭉한 빵을 먹었다.
버스 시간이 다가오자 다같이 모여서 호텔에 맡겨두었던 짐을 찾으러 갔다.
2박 3일간의 일정이 가득 채워져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빨리 지나가버린 것 같았다.
시카고의 고층 건물들은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고 자신만의 느낌으로 아름다우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깔끔한 인상이었다.
밀레니엄 파크와 그랜트 파크, 그리고 시카고 강과 미시간 호라는 자연으로 둘러싸인 도시 구석구석 재즈와 낭만이 넘쳐흘렀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 파란 하늘에 쨍쨍한 햇빛이 점점 기울어지면서 빌딩들에 오렌지색 그림자를 만들었다.
에메랄드빛 강과 분홍색 구름은 <라라랜드>에서 주인공이 'City of Stars'를 부르던 장면을 연상시켰다.
시카고 여행을 마무리하며 파스텔톤 이미지를 마음속에 새겼다.